[경제 - 면세점 유치 대전]“일곱 기업 실력 비슷, 부지가 승부 가를 것”
면세점 유치에 사활 건 대기업 중 승자는 누구?
▲롯데는 이번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 = 롯데그룹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대기업들이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에 이토록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유통업은 저성장에 따른 국민들의 소비 여력 저하로 성장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의 지난해 판매액은 2013년보다 1.6% 감소한 29조 3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 위축 여파로 인해 판매액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상승에 그치며 29조 60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롯데마트, 이마트 등의 대형할인점 판매액도 2011년 28조 6000억 원, 2012년 29조 2000억 원, 2013년 28조 9000억 원, 2014년 28조 8000억 원 등으로 정체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은 3957억 6200만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는 0.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20억 1400만 원으로 6.7% 줄었다. 매출 둔화에 이어 수익성 악화가 나타난 것.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슈퍼 등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롯데쇼핑의 1분기 매출액은 2.2% 증가한 6조 9353억 7300만 원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영업이익은 2671억 8000만 원으로 21.3%나 감소했다. 위기의식을 느낄만한 실적이다.
신세계는 온라인몰 사업 활성화에 힘입어 유일하게 실적 개선에 성공한 케이스다. 매출액은 3.6% 증가한 6306억 7100만 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712억 7600만 원을 달성했다. 다만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의 지갑이 점차 얇아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반대로 호텔신라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이 몰려든 특수를 누리며 지난해 1분기보다 54.7% 상승한 33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도 39.5% 증가한 8285억 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34.5% 늘어난 155억 원을 기록했다.
호텔롯데의 경우에도 지난해 면세사업을 통해 매출 3조 9494억 원, 영업이익 3915억 원을 올렸는데, 이는 2013년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46%나 상승한 결과다. 특히 호텔롯데의 면세 사업은 자사 전체 매출(4조 7165억 원)의 83%를, 영업이익(4073억 원)은 96%를 각각 차지해 사실상 면세 사업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아울러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도 2010년 4조 5000억 원에서 2011년 5조 3000억 원, 2012년 6조 3000억 원, 지난해 8조 3077억 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올해는 9조 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면세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부를 만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요우커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면세점 사업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꼽히고 있어 업계에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향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전까지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원으로서 면세점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강남, 용산, 서울도심 중 어디?
이번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허가를 노리는 대기업들의 후보지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이랜드그룹이 5월 27일 면세점 후보지를 홍대 인근 서교동 서교자이 갤러리로 확정하면서 면세점을 노리는 7개사가 모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6월1일 서류 접수 마감 후 심사를 거쳐 7월 중엔 새로운 사업자(대기업 2곳, 중소·중견 1곳)가 가려질 예정이다.
신세계는 대표 도심권으로 분류되는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우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롯데는 동대문 피트인을 선정하며 맞불을 놨고, SK네트웍스도 역시 동대문 케레스타로 후보지를 확정하며 치열한 도심권 경쟁을 예고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에,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에, 현대백화점 합작법인은 무역센터점을 선정해 강남 면세점을 강조했다. 이랜드는 합정동 자이에 둥지를 튼다. 이로써 면세점 입지를 도심권과 부심권으로 나눠 살펴보면, 도심권은 기존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으며, 부심권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소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면세점 입찰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 받는 업체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합작한 HDC신라면세점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용산 아이파크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도 HDC신라면세점이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확정 수순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이에 HDC신라면세점 측은 표정 관리를 하면서도 방심하지 않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의 경우 가장 어려운 싸움을 앞두고 있으면서 속내도 절실하다. 자칫 신라면세점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에 롯데의 참여를 ‘수성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고 있다. 라이벌 신라에 대한 견제를 하면서도 명동에 들어설 수도 있는 신세계를 견제한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만약 신세계가 허가를 받는다면 롯데 본점의 연말 허가 갱신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도 롯데의 견제에 다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관세청 평가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부지가 될 것”이라며 “현재 출사표를 낸 기업들의 경영능력이나 인프라는 면세점 사업자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다만 국내 면세점 매출의 50% 수준을 올리고 있는 롯데의 경우엔 독과점 논란 때문에 이번 입찰에서 선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제외하면 결국은 면세점 부지에서 승부를 갈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