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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면의 세계 뮤지엄 ②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 영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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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4호 이상면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연구교수⁄ 2015.06.11 09:02:41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상면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연구교수/연극영화학 박사)

복합적인 기능의 박물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영화박물관(Deutsches Filmmuseum)은 단순히 영화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니다. 영상문화와 교육에 관련된 여러 기능을 갖춘 다목적 기관이다. 유럽의 대부분 영화박물관을 돌아본 필자가 보기에, 이곳은 전시와 영화 상영 외에 아동ㆍ성인을 위한 풍부한 교육과 영화제ㆍ영화 포털 사이트 구축 같이 영상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위치도 시내 중심지라 접근이 편해 영상문화에 관심있는 남녀노소를 항상 끌어들인다.

박물관은 중앙역에서 멀지 않다. 역에서 정면 입구로 나와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마인(Main) 강변을 따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북쪽으로 15분만 걸어가면 되고, 택시를 타면 7분 정도 지나 강변 샤우마인카이(Schaumainkai) 41 번지에서 내리면 된다. 전철을 이용하면, 빌리-브란트-플라츠(Willy-Brandt-Platz) 역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 7층 건물 영화박물관을 발견하게 된다. 근사한 유럽식 석조 건물의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영상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알게 된다.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은 원래 1971년 시네마테크와 유사한 지역 영화관(Kommunales Kino)으로 문을 열었는데, 이런 형태의 영화관은 당시 서독에서는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영화관’ 개념이 처음 실현된 곳이었다고 한다. 그 후 1984년 개관한 영화박물관은 재정적으로 연방정부와 주·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법인으로서 프랑크푸르트와 인근 지역(헤센州)의 영상문화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하는 명소가 되었다.

▲마술환등기에서 나오는 영상을 감상하는 어린이들. 사진 =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

박물관의 내부 구조를 살펴보자. 지하 1층에는 명작 영화를 보여주는 영화관이 있고, 1층의 매표소와 서점ㆍ카페가 있는 로비 공간을 거쳐 올라가면 2-3층에는 영상과 영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실이 있다. 4층에는 특별(기획)전시실과 교육ㆍ특강을 위한 세미나실이 있고, 5-6층에는 영화필름ㆍ포스터 등 영화 관련 자료들의 보관소(archives) 및 영화제 기획실 등 사무실이 있다.

이런 구조는 파리 시네마테크와는 다르다. 대개 유럽의 영화영상박물관들은 파리 시네마테크를 참고하지만, 각 지역의 영상문화 전통과 환경ㆍ특색을 고려하고, 교육 등 공공 목적과 기능을 강조하면서 다소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게다가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에는 2006년부터 독일영화연구소(Deutsches Filminstitut)가 결합돼 독일 및 유럽 영화에 관한 연구와 출판 등 기능도 부가됐다.

영상과 영화의 역사 전시실(2-3층)

2-3층에는 상설 전시실이 있는데, 2층은 11세기 그림자극부터 19세기 말 영화의 탄생까지를 보여주는 ‘영상의 역사’ 층이고, 3층이 20세기 ‘영화의 역사’ 층이다. 2-3층은 2011년 새로운 실내디자인으로 전면 개조되었다. 전에는 유리 장에 전시물들을 넣는 일반적 전시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큰 실린더형 통 안에 전시물들을 배치하고, 전시실 전체를 블랙-화이트로 단순하고 깔끔하게 구성했다.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 정면. 사진 =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

2층 ‘영화 비전’(Film Vision)에선 영상(projected image)을 보고자 했던 인간의 열망에 따라 발전된 영상기구의 역사를 보여준다. 앞부분에는 인류 역사 최초로 벽면에 비춰진 이미지를 보여주었던 아시아(인도네시아, 중국)의 그림자극과 17세기에 나타난 최초의 영상 기구이자 사진기의 원리가 담긴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가 나타난다. 이어 그림 상자(peep-box), 마술 거울, 기형화(anamorsphosis) 등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미 1790년대부터 벽면에 투영되는 영상을 보여준 마술 환등(magic lantern)과 그 영상들을 재현해 볼 수 있다. 소위 영상 투사술(projection art)을 실현한 첫 번째 영상기구인 셈이다. 

확대된 이미지를 보게 한 코스모라마(cosmorama), 카이저 파노라마(kaiser panorama)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관람객들이 이 장치들 앞의 함에 동전을 넣으면 옛날 사람들처럼 이 영상기구들을 통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옛날 영상기구들을 ‘체험하게’ 해주기 때문에 동영상이 어떻게 발전됐는가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이제 19세기에 오면 동영상 기구들을 보게 된다. ‘움직이는 영상’을 볼 수 있게 해준 기구들인 회전 원판(phenakistoscope), 회전 원통(zoetrope), 반사식 회전 원통(praxinoscope)과 종이 필름 기구(mutoscope)도 있다.

▲19세기의 동영상 기구들. 사진 = 이상면

그 다음에는 19세기 중반부터 나타나 영화에 일조한 사진술의 발달이 보인다. 다게르의 사진기와 사진들, 사진술의 발전에 이어 1870-80년대에 필름의 발전과 더불어 연속적인 이미지를 실현시킨 기구들이다. 머이브릿지의 경마 촬영 시도에 이어서 마레이의 연속 사진 총(photografic gun), 레이노의 시각 극장(théàtre optique)을 거쳐 1890년대 중반이 되면 필름 영화의 발명에 이르게 된다.

몇몇 선구자들의 힘겨운 필름 촬영과 영사 시도를 거쳐 1893년에는 미국에서 에디슨-딕슨의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가 나타났고, 독일에서 안쉬츠의 필름 보는 원판 기구를 거쳐 1895년 봄에는 영화의 시작을 알린 뤼미에르의 시네마토그래프(cinematographe)가 등장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여주는 영사기의 전신이 되었던 옛날 영사기구들을 볼 수 있다. 이렇게 200년 이상 긴 역사를 거치며 여러 영상기구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19세기 말(1895)에 비로소 동영상이 실현된 영화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매직 랜턴’ 등 과거의 마술 환등 기구들을 모아놓은 전시 공간. 사진 =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

3층에 올라가면 20세기 영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 ‘영화 서사’(Film Narrative)가 있다. ‘영화 서사’라고 한 까닭은 영화사를 종래처럼 “영화 카메라나 영사기 같은 영상기계의 발달에 따라 나열하는 방식, 즉 영화기술 발전에 따르는 방식”이 아니라, 영화사를 영화 서사에 따른 진행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관점도 생각해 볼만하다. 아무튼, 3층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영화의 역사가 있다. 1920년대 유명한 무성영화 시대의 명작들인 ‘칼리가리’, ‘메트로폴리스’, ‘M’ 같은 명작들을 거쳐 1940년대 후반부터는 ‘자전거 도둑’, ‘8과 1/2’ 등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벤허’, ‘아라비아의 로렌스’, ‘닥터 지바고’ ‘E. T’, ‘쥬라기 공원’ 등을 만나게 된다. 낯설지 않은 영화들의 포스터, 스타들의 스틸 사진, 의상과 소품, 그리고 전시실 사이사이에 이런 명작 영화의 짤막한 장면들을 볼 수 있다.

아동 영상교육과 영화제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에는 아동과 성인을 위한 영상교육 프로그램이 많다. 단체관람 오는 초등학생들에게 영상이 태어난 과정과 영상을 보는 원리를 말해주고, 옛날 마술 환등의 환상적인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동영상의 과학적 원리를 알게 해주는 완구들을 조립-실습하는 과정,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이미지 합성 실험 등이 있다. 또 성인들을 위해서는 명작 설명과 감독과의 대담, 영화 분석 특강 등이 개설돼 있다. 이렇게 교육적 기능이 강화되어 있는 것은 이 박물관이 주와 시정부, 여러 공익재단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문화를 사회 복지의 일부로 생각하고 운영하는 독일 국가 정책의 특색이기도 하다.

▲과거의 영상 재생 장치를 작동해 보고 있는 한 관람객. 사진 =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

박물관 5-6층의 독일영화연구소는 영화 관련 자료의 보존과 디지털 작업화 외에 독일과 유럽 영화에 관한 책 발간, 포털 사이트(www.filmportal.de, www.eurogateway.eu) 구축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또한, 매년 두 가지 영화제를 개최하는데, 동유럽 및 중부 유럽의 영화들을 보여주는 영화제(Go East)와 아동영화제(Lucas)이다. 이처럼 프랑크푸르트 영화박물관은 시네마테크로서 영화 관람과 필름 보존 기능 외에도 영상교육과 연구, 영화제 기획-진행을 하며, 영상문화 교육과 확산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 웹 사이트는 www.deutsches-filmmuseum.de.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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