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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전시 - ‘피스마이너스원’展]YG가 차려낸 “지드래곤과 미술파티~”

국내외 작가 14팀이 지드래곤과 함께 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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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김금영 기자⁄ 2015.06.18 09:03:33

▲‘피스마이너스원’전에 참석한 지드래곤.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지난 5월 ‘루저’로 컴백 이후 ‘베베’ ‘뱅뱅뱅’으로 무대 위를 종횡무진하고 있는 빅뱅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이 무대를 미술 전시장으로 옮겼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지드래곤의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가 손을 잡고 만든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에서다.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만들고,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 고취를 목표로 기획된 이번 전시엔 지드래곤과 국내외 작가 14팀이 협업 작품 200여 점을 내놨다. 회화, 조각, 사진, 설치까지 다양하다. 지드래곤은 자신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준 컬렉션을 공개하고, 작가들은 지드래곤 주제의 이야기를 작품에 풀어냈다.

작사, 작곡, 뮤직비디오 연출은 물론 패션에도 일가견이 있어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불리는 지드래곤이 과연 어떤 전시를 선보일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는 전시 부제 ‘무대를 넘어서’처럼 뮤지션으로서 자신이 보여 왔던 가시적 퍼포먼스를 넘어서,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반영한 미술 작품들을 통해 팝뮤직과 시각예술에 창의적 키워드를 제시한다.

▲방 & 리 작 ‘(깊은한숨) TV에 나오지 않는, 바퀴달린 혁명’. 여러 형태의 조명과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 지드래곤이 만든 음악, 작가가 만든 사운드로 구성됐다.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2층 전시장에서 가장 처음 만나는 공간은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가 지드래곤과 함께 꾸린 (논)픽션 뮤지엄이다. 예술 작품, 빈티지 가구, 음악 활동의 결과물, 현대미술품 등 지드래곤의 소장품과, 새롭게 제작된 작품들로 구성된 가상 박물관이다.

뉴욕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클 스코긴스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처음 만난 지드래곤과 미지의 세계에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작품 ‘안녕, 내 친구 지드래곤’에 담았다. 프랑스 출신의 파비앙 베르쉐르는 지드래곤이 고른 단어 30개를 모티브로, 단어가 지닌 이미지와 마치 꿈속에 나올 법한 유령이나 괴물의 모습을 페인팅과 영상 프로젝션으로 보여준다.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은 대중문화 아이콘인 지드래곤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밖에 미디어 아티스트인 유니버설 에브리씽, 고전 회화와 조각을 디지털 기법으로 풀어낸 콰욜라, 사운드를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유명한 비주얼 아티스트 소피 클레멘츠, 다양한 힘의 역학 관계를 다루는 제임스 클라가 이 전시에 참여해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해외 예술가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현대미술과의 꾸준한 협업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건축사사무소 SoA, 사진 조각이라는 혁신적 장르의 개척과 실험을 지속해온 권오상, 현실 속 풍경에서 환상을 펼치는 사진가 박형근, 전통으로 우리 현재의 초상을 그리는 손동현, 현실보다 더 정교한 디오라마 작업으로 미디어의 이면에 가려진 현대사회의 속성을 치밀하게 다루는 진기종, 스페인 세비야 비엔날레, 독일 칼스루에의 ZKM 미디어 아트센터에서 활약하며 다양한 미디어 가변 설치 작업을 선보인 방 & 리, 인터랙티브 미디어 설치 그룹 사일로랩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전은 지드래곤과 국내외 작가 14팀의 협업 작품 200여 점을 전시한다.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건축사사무소 SoA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뮤지션이 환상의 세계인 무대에서 내려와 평범한 현실로 돌아오는 시공간을 건축적으로 표현한다. 방 & 리의 작품은 여러 형태의 조명과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리, 지드래곤이 만든 음악, 작가가 만든 사운드로 구성됐다. 이 작품엔 지드래곤의 노래 ‘쿠데타’의 한 구절에서 따온 ‘혁명(Revolution)’이 등장하는데, 한 개인의 작은 참여가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암시한다.

손동현의 ‘힙합음악 연대기’는 전통 민화의 양식 중 하나인 문자도의 형식을 빌려 ‘힙합’ 글씨를 그린 작품이다. 지드래곤은 자신의 음악 세계에 깊은 영감을 줬거나 그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을 함께 선정하고, 이에 힙합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진 작가의 해석이 곁들여져 거대한 힙합 음악의 초상을 만들어낸다. 사진 속 공간을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며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박형근은 지드래곤의 내면에 숨겨진 세계를 전시장에 펼쳐 보인다.

▲권오상 작 ‘무제의 지드래곤, 이름이 비워진 자리’. 성미카엘 대천사가 악마와 싸우는 유명한 도상에 지드래곤의 모습을 대입했다.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또한 눈길을 끄는 작품은 권오상의 ‘무제의 지드래곤, 이름이 비워진 자리’다. 성미카엘 대천사가 악마와 싸우는 유명한 도상에 지드래곤의 모습을 대입해, 선과 악의 이분법이 본질적으로 인간과 사회의 이중성에서 비롯됨을 보여준다. 그리고 진기종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이는 지드래곤의 허상이 아닌, 그가 마음속에 간직한 내면의 풍경을 영상 작업으로 보여준다.

3층 전시장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사일로랩의 작품이다. 독백을 읊조리는  지드래곤의 모습이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영상이다. 지드래곤은 앞선 전시 공간에서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자신의 세계를 시각화했다면, 마지막 공간에서는 뮤지션으로 돌아가 화려한 무대가 아닌 어둠 속에서 자신만의 진실한 소리를 들려준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3층 전시장에서 8월 23일까지.


지드래곤 “예쁜 전시를 편하게 즐기세요”

‘피스마이너스원’전은 주역 지드래곤을 담은 세련되고 멋진 이미지로 가득하다. 대중가수의 이미지를 잠시 내려놓고 이번 전시에서 미술에 애정을 드러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가수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전시에 참여해 화제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대중가수로서 음악 장르의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서로 가지지 못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공유하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미술가들과 협업해 대중문화와 현대미술을 넘나드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작게나마 나를 통해 훌륭한 작가들이 많이 알려지고, 또 이 과정에서 미술을 모르는, 혹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 평소 미술에 관심이 있나?

“일반 대중보다는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뮤직비디오 연출 등에 신경을 쓰며 영감을 받기 위해 전시장을 자주 찾곤 했다. 신곡 ‘베베’의 경우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연히 박물관에 갔다가 베이컨 작품을 봤는데 괜히 야하게 느껴지더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느낌이 잊히질 않았고, 음악 작업의 바탕으로 썼다. 미술에 대해 꿈꾼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좋은 일 같다. 어릴 때부터 매일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미디어 등을 통해 미술 정보를 접하며 공부를 은근 많이 했던 것 같다.”

- 전시 내용을 소개하자면?

“나는 미적인 것에 대한 환상이 크다. 옷도, 여자도 예쁜 게 좋고 음악도 세련되고 멋있는 게 좋다. 이번 전시도 단순하게 그런 점에서 즐겁게 시작했다.

전시명이 피스마이너스원인데, 평화롭고 이상적인 유토피아적 세계를 상징하는 피스(Peace)와 결핍된 현실을 뜻하는 마이너스(Minus),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교차점 원(One)을 뜻한다. 여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다. 어느새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항상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직업이다 보니 평상 생활까지 화려하게, 이상적으로 보이길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양면성이 있듯, 나 또한 혼자 있을 때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이상과 현실의 양면성과 그 교차점을 이야기하는 이번 전시에 이런 내 진솔한 이야기를 풀었다.”

- 작가들과의 협업 과정은 어땠나?

“즐거웠다. 항상 작업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게 즐거움이다. 즐겁게 작업해야 작품을 보는 이들도 즐거울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함께 작업하며 내가 모르는 점들도 공부하게 됐고, 아티스트로서 좀 더 넓은 시각을 갖는 기회가 됐다. 첫 전시라 아직 나만의 기준이 서 있지 않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 팬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울 것 같다.

“처음엔 나의 팬들이 나를 보러 찾아올지 모른다. 그런데 나도 처음 음악으로 시작했지만 미술에 관심을 가졌듯, 전시장을 방문하고 작품을 보면서 미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학교 때의 미술 시간 이외에는 많은 분들이 살아가면서 미술을 접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보러 전시장에 와도 좋고, 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와도 좋다. 그 자체가 미술에 대한 관심의 첫 시작이 될 것이다. 전시를 보고 참여 작가의 이름 하나 기억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즐기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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