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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북]시대를 훔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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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김금영 기자⁄ 2015.06.18 09:04:08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인간의 그리고자 하는 욕망에 힘입어 굵직굵직한 세계사적 사건들이 차곡차곡 회화에 담겨 왔기에, 몇 장 명화를 주의 깊게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가히 격동의 세계사를 짐작할 수 있다. 유미주의와 예술지상주의 이전, 가장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영역으로서 회화를 감상하고 독해하는 길을 안내하는 책으로, 지엽적인 미술사가 아닌 총체적 세계사를 소개한다.

러시아 문학과 미술을 전공하고 주요 일간지에 미술 평론을 게재한 저자는 특유의 부담 없고 담백한 기술로, 세계사의 주요한 기점들을 일군의 회화로 설명한다. 라파엘로 산치오의 ‘아테네 학당’(1510)으로 화려한 피렌체 르네상스를,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쟁의 참화’(1815) 연작을 통해 나폴레옹전쟁과 그 참상을, 외젠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2)에서는 프랑스혁명의 열기와 생명력을, 영화 ‘미스터 터너’(2014)로 재조명된 바 있는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1840)을 통해서는 무도한 악습 노예무역을, 주세페 펠리차 다 볼페도의 ‘제4계급’(1901)에서는 차티스트운동으로부터 촉발된 전 지구적 노동운동의 본격화를,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으로는 아메리칸 드림의 붕괴와 대공황을 직관적이고도 흥미롭게 밝힌다.

저자는 역사란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실험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았던 그리고 살아갈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탐구이며, 예술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의 인간적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어 그는 “예술은 언어를 넘어선 인간적인 실체를 다룬다”며 “미술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기원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예술을,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를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인류의 오래된 꿈을 확인하고 그 꿈을 이어 가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 “진부하지만 선뜻 실천하기 어려운 이 묵직한 여정의 첫걸음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진숙 지음 / 3만원 / 민음사 펴냄 / 5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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