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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은밀하게 황홀하게’展]빛에 대한 31가지 체험

빛과 소리, 움직임의 다이내믹한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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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왕진오 기자⁄ 2015.06.18 09:05:33

▲에브리웨어(Everyware), ‘Soak’, 인터랙티브 테이블, 2011. 사진 = 문화역서울28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인간은 빛이 있어 세상을 볼 수 있다. 빛에 의지해 세상을 바라보고, 빛으로 바라본 세상에 비추어 나를 찾아간다. 빛으로 본 세상을 기록하고 해석해서 다시 빛의 세계로 돌려보내는 것이 시각예술의 위대함이다.

은밀하거나 황홀한, 또는 신비롭거나 몽환적인 빛에 관한 31가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6월 11일 문화역서울 284에서 막을 올린다.

한국, 프랑스, 독일 등 8개국에서 초청된 31개 팀이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영상, 음악, 동작이 어우러져 컴퓨터에서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내는 미술), 혼합매체, 가구 등 14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덕현, ‘모성’, 직물 캔버스에 목탄과 흑연, 285 x 175cm, 2012. 사진 = 문화역서울284

광복 70주년과 세계 빛의 해를 맞아 마련한 전시는 ‘다시 찾은 빛, 광복’의 의미를 다양한 예술작품과 공연으로 즐길 수 있는 융복합 문화예술 행사이다.

빛에 관한 7개 테마 공간으로 구성

전시와 공연은 ‘어둠을 더듬어 빛을 만나다’, ‘빛을 느끼다’, ‘하늘을 만나다’,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빛과 어둠의 경계를 탐색하다’, ‘빛의 기억을 되살리다’, ‘빛을 발하다’의 7개 테마로 구성돼, 보는 것의 의미와 빛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건넨다.

전시를 준비한 신수진 예술 감독은 “사진 발명 이후 우리가 새롭게 경험하게 된 빛으로 만드는 그림과 빛에 대한 해석, 빛을 통해 바라본 신세계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과 영상,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와 같이 빛을 직접적인 매개로 삼은 작업은 물론이고 빛에 대한 주관적 경험을 모티브로 삼은 공연 예술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빛의 향연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조동옌, ‘Between being asleep and awake - a Long Flow’, 비디오 설치, 2015. 사진 = 문화역서울284

전시장 1층에는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다”는 명제 아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의미를 지닌 작품들이 걸린다. 주명덕의 ‘잃어버린 풍경’을 시작으로 KDK김도균, 함진, 민병헌, 이상진, 박정기 등 7명의 작품으로 어둠 속에서 빛이 어떻게 존재함을 드러내기 시작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볼 수 있는 뮌(Mioon)의 ‘그린 룸’은 빛이 있음으로 생기는 어둠,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향연을 펼쳐낸다.

▲정보경 댄스 프로젝트의 ‘Arts of Travel’ 공연 장면. 사진 = 문화역서울284

프랑스 출신 사진가인 로멩 알라리(Romain Alary)와 앙투완 레비(Antoine Levi)가 결성한 ‘스테노프에스’는 카메라 옵스큐라(사진기의 기원이자 카메라의 어원으로 어두운 방의 지붕이나 벽 등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반대쪽의 하얀 벽이나 막에 옥외의 실제 이미지를 거꾸로 찍어내는 장치)의 세계를 현실 세계로 가져온다.

카메라 옵스큐라로 포착한 파리의 역사와 하늘은 문화역서울 284의 천장에 중첩되고, 아름다운 피아노곡과 어우러져 관객에게 환상적이고 황홀한 경험을 전달한다.

2층에 마련된 대형 전시 공간에는 카메라 시대가 열린 20세기 초 유럽 예술가들이 신비한 빛의 세계에 매료돼 그 미적 감흥을 표현한 사진 작품들이 걸린다. 앙드레 케르테츠, 만 레이, 라즐로 모홀리-나기, 브랏사이, 라울 유막, 완다 율츠 등 20세기 초기 사진예술 거장들이 빛을 이용해 관찰하거나 왜곡해 발견해낸 세상 풍경이 담겼다.

▲장태원, ‘스테이드 그라운드 U #223’, 잉크젯 프린트, 127 x 161cm, 2013. 사진 = 문화역서울284

타이완 출신 영상·퍼포먼스 작가 조동옌과 조슈이의 오랜 협업으로 완성된 파노라마 퍼포먼스 영상은 문화역서울 284 서측 복도 공간에서 상영된다.

이이남은 ‘빛 - 장식품’ 과 ‘조춘도 - 보이지 않는 빛’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 동·서양의 병치라는 주제를 미디어 고고학자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또한 관객은 하지훈의 빛을 반사하는 크롬 의자 ‘자리’에 앉아 빛의 기억을 되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만지면 색 변하는 ‘라이트 트리’

여정의 마지막 지점인 중앙 홀에는 하이브의 ‘아이리스.p와 라이트 트리: 인터랙티브 댄 플래빈’이 빛을 발하고 있다. 홍채의 기능과 움직임을 모방한 아이리스.p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뤄진 액정에 색을 넣어 이곳을 빛으로 채운다. 라이트 트리는 관객이 작품에 손을 대면 색이 변하는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세상의 빛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촉각과 시각으로 경험시킨다.

▲하지훈 작가의 ‘자리’ 설치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한편 빛을 주제로 구성된 공연들인 프로젝트 넘버의 ‘엘리뇨 라니냐’가 무대에 올라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매면서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김혜경은 ‘주다 그리고 받다’를 통해 전달체인 빛과 흡수체인 사물의 관계를 흑과 백으로 표현한다.

‘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다’에는 정보경 댄스 프로젝트가 작품 ‘여행의 예술’을 통해 여행에서 얻어지는 낯선 경험을 빛으로 변주한다.

타이완의 조동옌이 조직한 베리 씨어터는 ‘부재의 순간들’이라는 작품으로 스마트 기기의 렌즈를 통해 본 우리의 일상을 시적으로 변주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전시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전시, 공연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공연이 펼치는 31가지 빛에 대한 이야기는 다채롭고 황홀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빛의 세상을 낯설고 새롭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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