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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무대에 오른 천재 예술가 셋, 고흐·윤심덕·김우진

예술가 주제 뮤지컬 2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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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김금영 기자⁄ 2015.06.18 09:07:16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빈센트의 유명 작품들을 배경으로 활용한다. 총 5대의 빔 프로젝터로 무대 뒤 와이드 벽면을 캔버스 삼아 작품 이미지를 투사한다. 사진 = HJ컬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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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천재 예술가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연극과 시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극작가 김우진, 그리고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윤심덕이 뮤지컬 주인공으로 되살아났다. 예술가들의 삶을 노래, 춤과 함께 즐기는 매력이 있다.

반 고흐와 그의 동생, 라이벌 폴 고갱까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천재 예술가로 회자되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삶을 조명한다. 빈센트는 살아생전 단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지만, 사후 동생 테오의 부인과 조카에 의해 작품이 세상에 알려졌고, 현재 수천 억 원을 호가하는 명작들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화가로 활동한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그는 페인팅 900여 점, 드로잉과 스케치 1100여 점 등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빈센트의 예술세계뿐 아니라 그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동생 테오, 그리고 라이벌로 일컬어지는 폴 고갱의 이야기까지 무대 위에 펼쳐진다. 공연은 빈센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지 6개월 뒤 동생 테오가 형의 유작전을 준비하면서 시작된다. 마비성 치매에 걸린 테오는 몸과 정신 모두 최악의 상태로 죽음을 앞두고 있지만, 주위의 만류에도 형을 위한 전시를 준비한다. 형과 주고받은 700여 통의 편지와 그림을 정리하면서 과거 기억을 더듬기 시작하는 그의 앞에 빈센트가 나타난다.

배우 김보강, 김경수, 조형균이 빈센트 역을 맡아 무대 위에 그의 예술혼을 불러온다. 각각의 배우는 연기 주력점이 달라 3인3색의 빈센트를 보여준다. 조형균은 빈센트의 트라우마에 주목했다. “빈센트가 사실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데, 그래서 그만한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빈센트의 자살 사건 이전에 고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귀를 자르게 되기까지의 과정엔 의견이 분분한데, 나는 여기에 주목했다. 빈센트가 겪었던 트라우마에 접근하며, 그의 삶이 왜 자살로 귀결됐는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빈센트 역의 김경수(오른쪽)와 동생 테오 역의 서승원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 HJ컬쳐

동생 테오와 빈센트 간의 감정 교류에 중점을 둔 김경수는 “한 인물의 삶을 1시간 50분 안에 표현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빈센트를 더 이해하고자 테오와의 편지를 담은 책을 참고했다”고 연습 과정을 밝혔다. 김보강은 자신의 삶에 빈센트를 대입시켰다. 그는 “빈센트를 연기하며, 그 인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내게 그대로 오는 것을 느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불면증, 탈모까지 생겼고 무대가 무섭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연기하면서 빈센트가 느낀 불안감에 공감했고, 이해하려 노력하니 나중엔 위로와 치유가 됐다. 이 느낌을 무대에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빈센트의 작품을 감상하는 묘미도 있다. 총 5대의 빔 프로젝터를 사용해 무대 뒤 와이드 벽면을 캔버스 삼아 작품 이미지를 투사한다. ‘별이 빛나는 밤’ ‘카페 테라스’ 등 그의 대표작은 물론, 여러 작품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새로운 이미지가 움직이는 영상으로 펼쳐진다. 고주원 영상디자이너는 “빈센트의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무대 위에 함께 호흡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영상의 기본 콘셉트였다. 원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유기적 속성을 부여해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벽면에 투사되는 작품 이미지 중 일부에서 그림 속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꽃이 흩날리는 등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공연을 제작한 한승원 프로듀서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를 2014년 처음 선보일 땐 빈센트라는 유명한 예술가의 이야기가 잘못 전달될까봐 많이 염려했다. 이번 재연에서는 심기일전해 초연 때 부족했던 부분에 신경 썼다”며 “천재 예술가로 널리 알려진 빈센트의 실제 삶에 들어가 정말 순수했고 누구보다 착한 아들이자 형이었으며 로맨티스트였던 면모를 보여주고, 그림을 정말 좋아했던 한 남자의 삶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8월 2일까지.

김우진-윤심덕 투신 사건의 재구성
뮤지컬 ‘사의찬미’

뮤지컬 ‘사의찬미’는 실존 인물인 극작가 김우진(1897~1926)과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1897~1926)을 주인공으로 무대에 세웠다. 1926년 8월 4일 김우진과 윤심덕의 현해탄 동반투신 사건을 재구성했다. 실제 사건에 ‘사내’라는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극적인 긴장감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1921년 두 연인이 신원미상의 사내를 만난 과거부터 배에 올라탄 뒤 투신자살 하기 직전까지의 5시간을 밀도 높게 그린다.

▲뮤지컬 ‘사의찬미’ 공연 장면. 김우진과 윤심덕의 현해탄 동반 투신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사진 = 네오프러덕션

극작가이자 연극 이론가인 김우진은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소학교를 마친 뒤 일본 와세다 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시인을 꿈꿨던 그는 연극에도 관심을 보여 연극 연구 단체인 극예술협회를 조직하고 1921년 동우회순회연극단을 만들어 국내 순회공연을 여는 등 예술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대학 졸업 뒤 귀국해 사성합명회사의 사장에 취임했고, 이 시기에 시 48편과 희곡 5편, 평론 20여 편을 발표했다. 한글로 쓴 최초의 근대극을 발표했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신극운동을 일으킨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윤심덕은 20세기 초반 지식인 여성을 일컬은 신여성의 대표주자다. 평양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신식 교육을 받았고, 총독부 유학생 자격으로 일본 도쿄음악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여동생 윤성덕은 피아니스트, 남동생 윤기성은 바리톤 성악가였을 정도로 가족이 모두 음악에 소질을 보였다. 1926년 6월 독창회를 열며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데뷔했고, 같은 해 8월 오사카에서 노래 ‘사의찬미’를 녹음했다.

노래 ‘사의찬미’는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등 삶의 허무함을 읊는 가사에 애절한 윤심덕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녹음실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있다. 공연 제작사 네오프러덕션 측은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렸는데 올해엔 ‘사의찬미’로 바꿔 삶과 죽음을 마주한 두 연인과 사내의 갈등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뮤지컬 ‘사의찬미’는 극작가 김우진과 소프라노 윤심덕을 극화했다. 사진 = 네오프러덕션

이어 “윤심덕의 유고 음반에 실린 번안가요 사의찬미는 김우진과의 투신 사건 이후 전대미문의 판매고를 올리며 히트곡으로 기록됐다. 염세주의의 극치를 보이는 노래 가사는 윤심덕 자작이라는 설도 있고, 그의 연인이자 작가인 김우진이 지었다는 설도 있다. 사의찬미는 그 시대 두 남녀의 상황과 심리를 반영해 극 중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중요한 테마송으로 등장한다”고 밝혔다.

두 재능 있는 예술가의 첫 만남은 1921년 동우회순회연극단의 순회공연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부남이던 김우진은 윤심덕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졌고, 이들의 투신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투신 장면을 목격한 자가 없어 사실 이들이 살아 있다” “죽음을 조작했다” “이탈리아에서 두 사람이 목격됐다”는 등 여러 설도 등장했다.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회자되는 사건이 무대 위에서 재해석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공연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9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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