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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골프 세상만사]시각장애인에게 빛 줘 ‘행복한 골프’

“장님도 헤드업 하냐” 질타하자 “뵈는 게 없는데요”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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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5호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2015.06.18 09:07:36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자타가 인정하는 골프광인 필자가 현재까지 골프에 바친 시간이 1000일이다. 그래서 ‘1000일의 앤’이 아니라 ‘1000일의 골프’가 그동안 골프 인생의 중간 점검이다. 여기에다 잠자고 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인생의 황금기에서 족히 3년이란 긴 세월을 골프에 바친 셈이다.

지난 26년간의 약 1700회 라운드는 집을 나서 돌아올 때까지 평균 소요 시간을 10시간으로 잡으면 1만 7000시간이고, 처음 20년간 꾸준히 연습한 시간이 대략 7500시간은 될 테니 합하면 2만 4500시간이 된다. 이는 깨어 있는 시간으로만 1000일이 넘는다. 어떤 이들은 골프 때문에 쓴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 필자는 골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인생의 값진 경험도 얻었으니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처음에 필자는 그저 사업상 사교를 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좋은 운동과 취미로, 가족 스포츠로도 손색이 없었는데, 나중에는 골프를 통한 봉사 활동까지 하게 됐으니 골프는 필자에게는 축복의 선물이었다. 또 주니어 골프 선수인 아들 덕분에 골프를 연구하게 됐고, 열심히 실력을 연마해서 티칭 프로 자격까지 땄다.

좋아하는 후배들에게 필자의 경험을 들려주고자 썼던 글이 골프 칼럼이 됐고, 후일 책도 여러 권 출판했다. 아울러 좋은 내용의 가치 있는 글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성경을 공부하다가 크리스천이 됐다. 섬기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노인 복지관 옥상에서는 수십 명의 노인들에게 수년간 자원봉사로 골프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2007년 초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골프를 가르쳤다. 그 전에 국내에서 골프채를 잡아 본 시각장애인이 한두 사람 있었지만, 골프에 입문시켜 달라는 장애인 8명의 부탁을 필자가 받은 뒤 본격적인 블라인드 골프(blind golf)가 시작됐다.

“볼은 마음으로 보는 거야”가 진짜 맞는 블라인드 골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된 blind golf의 티칭 매뉴얼이 아직까지는 없다. 이에 필자는 직접 몸으로 이해하기 위해 골프장에 가면 아내에게 캐디를 봐달라며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골프 라운드를 돌면서 불편하거나 느낀 점들을 적었으며 이것들을 모아 티칭 교본을 만들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들이 하도 헤드업을 하길래, “너희들 때문에 장님도 헤드업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으나, 그때마다 “단장님, 우린 눈에 뵈는 게 없습니다”라는 응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필자가 멋진 말을 했다. “볼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보는 거야. 티에 올려놓은 볼은 마음의 눈으로 봐야 헤드업 없이 정확한 스윙을 할 수 있는 거야.” 사실상 눈에 보이는 것도 믿지 못했던 필자가, 보이지 않는 신앙을 믿게 된 것도 blind golf의 덕을 톡톡히 봤다.

어느 날 시력을 잃고 방 안에서 시름시름 앓기만 했던 갓 결혼한 새색시 헬레나 씨는 골프를 통해 5백 미터도 제대로 걷지 못했던 저질 체력을 회복하더니, 제1회 시각 장애인 골프대회에서 18홀을 걸어 라운드를 마친 후 그날 밤 필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를 거듭나게 해 주신 단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메시지를 받은 필자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또한 함께 훈련한 완전 맹인 황마리아 씨는 일주일에 2~3번 투석까지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복음 성가 가수로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blind golf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필자에게 고백하기도 했다.

베어크리크 골프클럽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에콜리안 골프장에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골프장을 개방하고 시합도 열어주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들이 필드에서 큰 불편함 없이 라운드를 할 수 있을 때 골프가 진정 대중화되고 행복한 골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리 = 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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