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복지 칼럼]국민이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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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글이 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프랑스 부인은 남편의 정부를 죽인다. 이탈리아 부인은 남편을 죽인다. 스페인 부인은 둘 다 죽인다. 독일 부인은 자살한다. 영국 부인은 모른 척 한다. 미국 부인은 변호사를 물색한다, 일본 부인은 남편의 정부를 만나 사정한다. 중국 부인은 같이 바람피운다. 한국 부인은…, 대통령 물러나라고 데모한다. 좀 과장된 글이기는 하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매사를 권력 쟁탈의 기회로 이용하려고 하는 정치권이 만들어낸 사회 병리현상이다. 세월호 사건으로 더욱 심화되어 이제는 무슨 일만 일어나면 대통령 나와라 아우성치는 사회가 되었다. 중동감기 메르스 방역을 점검하러 대통령이 병원을 찾아다녀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대한민국 국민을 세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이 그렇게 형편없는 나라인가? 전염병에 관한 한 질병관리본부라는 컨트롤 타워가 엄연히 있고 이 조직 내에서 일사불란하게 방역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자체의 보건당국과 협력하여 일선 방역 업무를 수행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번 메르스 사건은 중동감기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한 지방 병원에서 초기 방역에 실패하여 발생하였으나 사안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광범위한 방역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중동감기의 치사율이나 위해 수준보다 훨씬 크게 확대되는 국민적 불안감과 정치 쟁점화에 있다. 이로 인해 겨우 회복세에 들어가던 경기가 위축되고 관광 산업이 주저앉고 있다.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손세척제를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럴 때일수록 각자 차분히 자기 할 일에 충실해야 한다. 손 닦기에서부터 개인위생에 철저해야 하고 기침을 조심하고 격리되어야 할 사람들은 스스로 행동수칙을 지켜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누구 탓하기 전에 개인위생과 행동수칙을 알리는 거리 캠페인에 나서면 좋겠다. 국민 스스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보인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며 한국 사회에 대한 대외적인 신인도도 회복될 것이다.
책임 안 지고 네 탓만 하는 야비한 습성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책임질 줄 모르고 네 탓만 하는 야비한 습성이다. 그 대표적인 경연장이 저녁 뉴스 때마다 보여주는 여야 지도부의 입장 발언이다. 항상 반대 입장을 말하는 뻔한 내용을 왜 매일 저녁 보여주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훈육할 때 부모가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한쪽이 야단을 치는데 다른 한쪽이 제지하고 아이 역성을 들면 아이는 혼란에 빠지고 전혀 교육이 되지 않는다. 현명한 부모는 한쪽이 좀 지나치더라도 참고 그대로 두고 나중에 아이들이 잠든 후에 베갯머리송사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현명한 부모는 아이들의 숙제나 과제물 챙기는 것을 관여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서 벌을 받더라도 그대로 두면 스스로 할 일을 챙기고 고학년에 가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잘 자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금과옥조로 지키는 훈육의 도리이다.
이 평범한 진리를 오늘 우리 사회의 지도층들과 언론이 깊이 새겨 봐야 한다. 민주주의가 좋다고 모든 걸 까발리고 진흙탕 싸움을 하면서 국론의 분열을 개탄해선 안 된다. 정치인들은 정치력을 발휘해 활발히 막후교섭을 벌여 국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 내야 하고 언론은 인내를 가지고 정제된 뉴스로 국민에게 알려야 혼란과 분열을 막을 수 있다.
지나친 복지, 솜방망이 처벌, 각종 비리 사건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오늘의 잘못된 국가 경영을 전반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법을 공평하고 엄격하게 집행하여 국민이 스스로 책임지는 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도록 사회풍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국민 대부분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할 때 우리는 선진 사회가 될 수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