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극작가)) 한국 여자 골프의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10년 만에 역대 3번째로 LPGA(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 투어 메이저 대회를 3년 연속 제패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온 나라가 극심한 가뭄과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여파로 만신창이가 됐으며, 도시 전체가 인적이 사라진 유령 도시로 전락한 듯이 삭막한 이 시기에 박인비가 단비처럼 환한 승전보를 전했다.
워낙 차분한 성격으로 돌부처 같은 플레이를 하면서, 정확한 아이언샷과 퍼팅을 보여주는 전략적 샷이 장점인 박인비는 그 누구도 가늠할 수 없는 평정심을 지닌 선수다. 그러한 성격 덕분인지 박인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난관을 잘 헤쳐 나가는 선수다. 또 인간이 가진 한계를 무서운 집념과 배짱으로 넘나들며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끄는 저력으로 온 나라를 기쁘게 했다.
지난 2010년 메이저 챔피언십 우승 직후에 가진 인터뷰에서 “우승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고 했다”던 박인비는 이제 세계적인 브랜드로 우뚝 섰다. 그녀의 바람대로 역사에 기록되는 이름이 된 것. 이어진 우승 인터뷰에서 그녀는 우승 소감을, 남편과 손을 불끈 쥐고 들어 올리는 세리머니를 통해 말했다. “불행했다.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했다.”
박인비는 지난 2008년 열아홉 살 나이에 US 여자오픈 최연소 우승을 한 이후, 2009년 들어 한때 고전을 면치 못했던 투어프로 시절에 한국 PGA 투어 출신 스윙 코치인 남기협을 만났다. 남 코치는 묵묵히 박인비의 결점을 지켜보고, 체형에 맞는 스윙 스타일과 정확한 아이언 샷, 그리고 무결점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끝없이 코칭을 했다.
그러면서 박인비는 점차 잘하기 시작했다. 차분한 자세와 뛰어난 퍼팅 실력, 재능을 개발해가던 남 코치의 꿈은 고스란히 박인비에게 이어졌고, 박인비 역시 남 코치를 향한 굳은 마음이 골프를 향한 마음과 일치했다. 박인비는 남 코치와 함께 하면서부터 서서히 안정된 플레이를 하게 됐다. 많은 한국 선수들이 부모와 함께 플레이할 때 박인비는 남 코치와 함께 했다. 역대 최고의 선수들이 정상에 서서 뉴스메이커가 된 이후 좌절을 밟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