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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강명식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푸른요양병원장)) 며칠 전 4대 메이저의 하나인 US 오픈이 끝났다. 조던 스파이스가 마스터스에 이어 우승했다. 대회가 열린 체임버스 베이(Chambers Bay) 골프장은 영상으로만 보더라도 공포의 골프 코스였다.
세계적인 선수들도 쩔쩔맸고, 언더파를 치는 선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잘 친 것 같은 골프공도 경사를 타고 벙커나 러프로 굴러 떨어졌다. 러프는 공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조밀하게 보였고, 벙커는 지옥의 모래로 인식됐다. 이런 러프나 벙커에서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언더파를 친 선수는 여덟 명에 불과했다. 선수들은 나흘 내내 인공자연과의 싸움에 진땀을 흘렸고,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나마 날씨가 좋았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세계적으로도 이제 골프는 사양길을 걷고 있다. 마치 저물어가는 스포츠 종목인 거 같아 안타깝다. 특히 젊은이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기량을 익히기 어려운 골프를 외면하고 있다. 요즘 어린이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스내그 골프를 개발해 많은 골프 전문인들이 골프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감소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처럼 골프 인구가 감소하면서 결국 골프 산업 전반에 극도의 불황을 초래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수많은 골프장들이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했다. 또한 골프 중계는 시청률이 떨어져 스폰서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골프는 극소수 일부만 즐기는 어려운 스포츠로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완벽한 홀이란, 단순함이 없고 골퍼가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발전시키며, 정확한 선수에게는 최대의 이익을 주고, 궁극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는 홀이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코스를 설계한 알리스터 맥켄지(Alister MacKenzie) 박사의 말이다.
뭐니뭐니 해도 ‘즐거운 곳’ 되는 게 먼저
맥켄지 박사는 많은 훌륭한 골프 코스를 설계한 당대 최고의 골프 코스 설계가 중 한 사람이며, 근대 골프 코스 설계학의 효시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좋은 골프 코스의 조건도 기술했다. 그가 설명한 좋은 골프 코스의 조건들이 많지만, 간단히 요약한다면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고 기량을 연마할 수 있으며 즐거운 곳’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모두의 즐거움’이다.
기량이 우수한 골퍼나 빈약한 골퍼 누구에게든 공평한 위험과 보상이 제공되는 것이 골프의 기본 덕목이다. 결국 골프 코스는 모든 골퍼가 즐거움으로 행복해야 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이상적인 골프 코스는 ‘최대의 사람들에게 최고의 행복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골프 경기가 일반인들에게 어렵다고 느껴지면 곤란하다. 골프는 단순히 심신 단련과 즐거움을 찾는 스포츠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매년 열리는 메이저 골프 대회를 보면 점점 더 앞다퉈 선수들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자연 그대로 바람과 기후에 의해 어려워진다면, 이는 또 다른 볼거리다. 라운드에서 역경을 이겨내고 끝까지 완주해 성취감을 최대로 얻는 것도 골프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US 오픈처럼 날씨가 화창하고 심한 바람도 없었지만, 선수들이 쩔쩔매고 힘들어하며 나쁜 스코어를 내도록 하는 것은 시청하는 일반인들에게 절대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렵다. 4라운드 스코어가 40언더가 된들 어떠하랴? 설령 코스가 쉬워도 결국엔 실력자가 우승하기 마련이다. 시원한 장타에 이은 정확한 아이언 샷으로 수많은 이글과 버디가 나오며 갤러리들이 이를 보고 환호하면 그만이다. 골프가 더 쉽고 즐거워 행복감을 느끼는 스포츠로 신속히 탈바꿈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젊은이들이 다시 골프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