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젊은 건축가 2015]3천m 갈대발로 펼친 쉼터의 ‘지붕감각’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의 수상작 ‘지붕감각’ 설치 모습.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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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다양한 분야의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문화 콘텐츠를 선정해 소개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2015년 최종 우승 작으로 건축가 그룹 SoA(이치운, 강예린)의 ‘지붕감각’이 선정됐다.
SoA(Society of Architecture)는 연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치훈(35)과 서울대 지리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한 강예린(41)에 의해 2010년 설립된 건축가 그룹이다.
SoA는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 환경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와 건축의 물리적인 공간의 형태를 넘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와 체계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SoA의 작업은 도시와 건축은 현대적인 삶이 요구하는 필요조건들을 집합적으로 수용하거나 대응하며 진화하는 다이내믹이라고 해석한다. 즉 눈에 보이는 질료 이면에, 건축이 다루고 대면해야 할 ‘사회적인 조건’에 주목한다. 비대하고 복잡하며 자유로운 현대 도시의 삶을 이루는 조건들을 비판적인 문화 분석을 통해 도시와 건축에 접근하는 것이 SoA의 작업이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 수상작 ‘지붕감각’을 설계한 SoA의 이치훈(왼쪽), 강예린 건축가.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지붕감각’은 주름지고 과장된 지붕을 통해 지붕이 깨워내던 감각을 질문하는 작업이자 비워진 마당을 점유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8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2015’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6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펼쳐진다.
미술관 마당과 마주한 경복궁에서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전통 건축의 지붕에 대한 질문에서 이 프로젝트는 출발한다. 전통적 소재인 갈대 3천 미터를 철사로 엮어 널고 매다는 방식으로 지붕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여름철 관람객에게 ‘물, 그늘, 쉼터’를 제공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미술관 마당이라는 야외 공간을 보다 쾌적하게 만들어 준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의 2015 수상작 ‘지붕감각’ 모형. 사진 = 왕진오 기자
‘지붕감각’은 경관을 담는 그릇이자, 잊고 있던 감각을 열어주는 장치로서 작동한다. 낮게 드리워진 갈대 지붕은 지붕 아래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하늘로 향한 지붕은 공간을 활짝 열어 관객들을 맞이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발(갈대로 만든 발)의 움직임과 갈대발에 스며드는 햇살, 빗방울과 같은 자연의 감각을 선사하며 새로운 지붕의 의미를 전달한다.
새로운 문화적 경험과 바쁜 일상에서 무뎌지고 잊혔던 감각을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지붕감각’에 대해 SoA는 “건축적 요소로서 지붕이 갖출 수 있는 여러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인위적인 파빌리온입니다. 현대 건축에서 상실되기 쉬운 감각이 지붕입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고려해 시각적으로 시원함과 바람과 맞닿으며 나는 소리 그리고 빛의 변화, 빗물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구조물에 대한 오브제가 아니라 경험에서 느끼는 건축물이 되기를 바랐습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설치된 ‘지붕감각’ 설치 모습.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번 작업에는 넓이 1.5m 길이 2.5km짜리 갈대발이 사용됐다. 갈대발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두 달여 헤맸다는 SoA의 강예린 건축가는 “전국의 늪을 다 찾아 헤맸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더 이상 갈대발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지인을 통해 중국 산둥성에서 갈대발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지에서 공수해 왔습니다”고 갈대발을 찾았던 에피소드도 이야기했다.
‘지붕감각’에 대해 SoA 이치훈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할 때, 과장된 지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과장된 지붕은 수직적으로 뛰어난 깊이감을 가지고 있죠. 설계 단계에서 굉장히 낮게 앉거나 누워서 지붕을 바라볼 때 다양한 시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 비칠 때도 갈대발이 깊은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눈이 부시지 않고, 위에서 아래까지 밀도가 다른 빛을 연출합니다”고 말했다.
이치훈 건축사는 야외에 놓으면 풍화되어 썩는 재료인 갈대에 대해 “갈대를 건축 재료로 사용할 때 어떤 방식으로 풍화되는지 예측을 못하고 있습니다. 설치에 앞서 1∼2주 동안 관찰을 했는데, 갈대발 아랫부분이 심하게 부식 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전시 기간 여분의 갈대발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할 예정입니다. 여름에 태풍도 걱정이지만, 설치하는 것 보다 철수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물이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하게 하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고 전시 기간 작품 관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설치된 ‘지붕감각’ 작품 아래서 휴식을 취하는 관람객. 사진 = 왕진오 기자
한편 서울관 제8전시실에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최종 우승자인 SoA를 비롯해 최종 후보군에 오른 국형걸, 네임리스 건축(나은중, 유소래), 씨티알플롯(오상훈, 주순탁), 건축사무소 노션(김민석, 박현진)+빅터 장의 작품이 소개된다. 또한 국내에서 1차로 추천받은 건축가들과 2015년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국제 파트너 기관들의 우승작 및 최종후보작이 전시된다.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YAP)은 젊고 재능 있는 신진 건축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 1988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됐다. 이후 칠레의 CONSTRUCTO(2010년), 이탈리아의 MAXXI(2011년), 터키의 Istanbul Modern(2013년)까지 확장했다.
지난 2014년,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진행된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을 통해 YAP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전시는 9월 30일까지.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