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9호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2015.07.16 09:06:12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즐거움이 곧 성과다’는 부제가 있는 ‘나는 즐거움 주식회사에 다닌다(리차드 세리단 저, 처음북스 간)’는 미국의 강소 IT 기업인 멘로 이노베이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멘로 이노베이션의 기업 모토는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의 근원은 회사 내에 수영장이나 헬스클럽 같은 좋은 복지 시설, 혹은 근사한 구내식당이 있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근무 시간 중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가족을 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즐거움의 근원이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멘로 이노베이션의 대표인 저자는 학창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사랑에 빠졌고, 진로에 관한 모든 면에서 어린 시절부터 성공적인 삶을 누렸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승진과 연봉 인상 등의 다양한 옵션이 따라왔고 큰 사무실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저자는 갑작스럽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해서 시작한 일이 결국엔 자신의 뒤통수를 치게 된 것이었다. 즐거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직업에 발목을 잡힌 채 환멸감에 사로 잡혔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회의감은 본인의 일에 대한 인내심과 애정도 바닥을 드러냈으며, 이 상황을 변화시킬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떠날 것인가의 기로에 섰고, 고심 끝에 저자는 변화를 선택했다.
우리 직장인은 평소에 일을 하면서 왜 자신이 일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면 그저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일을 하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며 야근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직장에서의 생산성과 즐거움 모두가 사라지는 일처리 방식이다.
하지만 직원 스스로가 일정을 잡고 견적을 내는 회사, 두 명이 한 조가 돼 하나의 컴퓨터를 공유하는 프로그래머, 모든 일정은 수기로 작성하고, 회의는 얼굴을 보며 육성으로 하는 회사, 일할 때 아기를 데리고 와도 되는 회사, 오후 6시가 되면 모든 전원을 내리는 회사, 그러면서도 성과를 내는 회사가 있다. 바로 미국의 강소 IT 기업인 멘로 이노베이션이다. 전세계에서 매년 수천 명이 멘로를 방문해 이런 기업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 나는 질문에 답했다. “사실 어려운 건 별로 없었어요.” 한결같음의 위험이 변화의 위험보다 훨씬 더 컸다. 내 일, 내 직책, 내 보너스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내 자신이었다. 내 일을 사랑했던 내 안의 일부가 죽어가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일을 더 이상 못하게 된다면 남은 인생은 뭘 하며 살아야 할까? [‘즐거움의 여정 - 한결같음의 위험’ 중에서]
▲ 모두 다 피곤하고 스트레스에 절어 있고 사무실 문은 닫혀 있는 데다 귀도 이어폰으로 막아 놓고 있다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귀에 담을 기회는 제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법을 일깨워줄 혁신의 불꽃을 일으킬 기회를 모두 놓쳐 버리는 셈이다. 내 주변의 물리적, 청각적 환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넘기지 말라. 공간과 소음은 팀워크가 마법같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요인인 동시에, 경쟁 상대보다 훨씬 학습 능력이 좋은 팀을 만들어 줌으로써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공간과 소음 - 시끄러움은 기회를 만든다’ 중에서]
▲ 멘로의 사무실 벽 가장 높은 곳에는 멘로의 문화를 전달하는 중요한 문구를 적어 놓았다. 기업들이 보통 동기 부여를 목적으로 걸어 놓는 포스터가 아닌, 멘로의 문화를 상기해주는 문구를 손으로 직접 작성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포스터가 멘로의 문화를 대변한다. ‘실수는 빨리 저질러라!’ [‘대화, 의식, 그리고 인공물 - 시각적 인공물은 협력을 북돋운다’ 중에서]
▲ 멘로가 중시하는 즐거움의 중심에는 우리 제품을 사용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소비자가 자리한다. 우리의 목적은 하나다. 사용자가 매뉴얼이나 교육, 도움말 없이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있다. 멘로는 경험이 전무한 어려운 분야에서도 이 목적을 달성한다. 기업은 직원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직원들이 즐거움을 추구하면서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외부 목표 달성에 집중한다. [‘관찰력의 힘’ 중에서]
▲ 가장 위대한 리더십은 길을 터주고 팀원들이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줄 때 빛을 발한다. 내가 기대했던 혹은 밀고 싶은 방향과 다르게 진행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자. 참고 기다리면 팀원들은 그 경험을 통해 배울 것이고, 실수의 과정을 통해 이들의 리더십 또한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될 것이다.
모든 팀원은 리더를 지켜보고 리더의 말에 귀 기울인다. 어려운 상황이 오면 리더를 바라보고, 느끼고, 관찰한다. 이것이 바로 목적이 있는 즐거움 문화에서 핵심이다. [‘보스보다는 리더를 키워라’ 중에서]
▲ 자기 집을 직접 지어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쯤은 현장에 나간다고 한다. 대개 아침에 들렀다가 저녁쯤 다시 한 번 들른다. 어떤 사람들은 점심 때 짬을 내 공사장에 다녀오기도 한다. 이 사람들이 건축이나 목공, 블록 설치, 배관 공사 전문가라 그런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가족들과 함께 할 거의 완공된 부엌을 둘러보고 뒤뜰 연못이 보이는 창가에서 경치를 보기 위해 집을 직접 둘러보는 것이 백 마디 말이나 글보다 낫다는 걸 알기에 직접 현장에 다녀오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들인 것이 있으면 직접 그것을 보고, 느끼고, 만지고, 써보는 것이, 현황 보고서, 파워포인트 자료, 간트 도표 등이 대신할 수 없는 본능적인 반응이다. [‘엄격함, 규율, 품질’ 중에서]
▲ 같은 일을 매번 같은 사람에게 맡기면 예상치 못한 요구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우리가 이런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짝꿍 시스템 덕이 크다. 모든 팀원들이 멘로의 신뢰 시스템을 따르고 운영진들은 직원들을 믿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추구함으로써, 직원들과 조직 내에 깃들어 있는 믿음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유연함’ 중에서]
▲ 모두가 공유하는 믿음의 시스템과 이것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안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멘로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문화를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성취한 것들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속적인 연구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조율’ 중에서]
전 박사의 핵심 메시지
많은 사람들은 즐거운 직장이라고 하면 좋은 편의 시설과 충분한 급여가 제공되는 회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필자도 그런 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엔 즐거운 직장은 바로 멘로 이노베이션과 같은 회사라고 말할 수 있다. 직원이 다른 꿈을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CEO가 직접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새 직장을 소개해주는 회사, 이유를 알고 일할 수 있는 회사, 서로에 대한 믿음을 시스템으로 만든 회사, 이런 회사야말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다.
사장실도 따로 없고, 자기 자리도 따로 없다. 프로젝트에 의해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작업장이 있을 뿐이다. 누가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왜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일에 책임감과 재미가 동시에 생긴다. 두 명이 한 조를 이루어 하는 작업 환경에서는 능력 부족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짝에게 배울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회사들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일 것이다. 즉, 회사의 목표 달성이 즐거움이라 생각하는 회사들이다. 하지만 부수적인 사항으로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일 자체에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성과로 이어진다는 저자의 말을 우리 기업의 CEO들도 한 번쯤은 곱씹어보면 좋겠다.
이제 무조건 열심히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일은 열심히 해야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때 그 성과는 배가될 것이다. 하루 일과 중에서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내야 되는 직장이 삭막하다면 일의 능률이 잘 오를 수 있겠는가?
CEO는 직원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 그러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CEO든 직장인이든 한 번쯤은 이 책을 읽고 자신들의 일터에서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보면 좋을 거 같다.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