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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필자는 26년간 약 1700 라운드의 골프를 했다. 처음 10년간은 한마디로 죽기 살기로 골프를 쳤고, 적은 금액이라도 꼭 내기를 해야 직성이 풀렸다. 돈 따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게임에 집중해 재미를 느끼자는 취지였지만, 이따금 단위가 커지면 골프 자체보다는 내기에 더 중점을 두니 결국 내기가 골프를 잡아먹는 셈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생 모임에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K와 한 조로 플레이하게 됐다. 핸디캡 차이가 많기 때문에 스트로크보다는 매홀 스킨스로 내기를 했다. 두 홀이 승부가 나지 않아 스킨이 세 개로 커졌는데, 필자는 세컨 샷을 잘 쳐서 핀 옆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K는 힘차게 친 티 샷이 러프로 들어가서 볼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볼의 라이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친 세컨 샷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구르고 굴러 핀 옆에 안착해 똑같이 버디 기회가 생겼다. 사실 K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드 하는 샐러리맨이고, 버디는 1년에 한 두 개 밖에 잡지 못하니, 그가 성공한다면 일기장에 적을 정도로 감격적인 추억의 라운드요, 행복한 결과가 되는 셈이었다.
그때 필자는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버디를 ‘실패했으면 좋겠다’라고 바라고 있었다. 함께 즐기자고 만난 것인데 조그만 돈 욕심 때문에 친구의 희망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란 것이다. 바람대로 그의 버디 퍼팅은 빗나갔고,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필자도 나쁜 마음 때문인지 그 쉬운 버디 퍼팅을 놓쳤다.
그날 밤 필자는 골프를 왜 치는 것인지에 대해 참 오래 묵상을 했다. 그리고 많은 반성도 했다. 동반자를 위해 기도는 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그가 잘못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골프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그의 이름으로 무엇이든 구하면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하나님은 이따금 우리의 기도에 거부권을 행사하시는데, 그것은 선한 목적의 기도와 바람이 아닌 경우에 해당된다.
골프에서 복 받으려면 동반자를 먼저 축복하라
몇 년 후 친구 P, 그의 후배 N 사장과 라운드 할 때, P가 롱퍼팅을 성공해 버디를 잡았다. N 사장도 만만치 않은 거리에서 멋진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필자는 하이파이브로 축하했다. 그에게서 좋은 기를 받았는지, 필자 역시 쉽지 않은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세 명 전원이 그 홀에서 버디를 하고 즐거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