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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 ‘환영 속의 공간’전]공간 쪼개 숨겨진 역사성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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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1-442호 왕진오 기자⁄ 2015.07.30 09:20:35

▲박선기, ‘집합체’. 캔버스에 실, 숯, 가변설치, 2013.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이미지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사색하기보다는 즉각적 반응을 일으키는 시각적 자극에 열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심미안을 열어 사색하게 만들고, 인지 영역을 넓혀주는 작품은 시대를 불문하고 관객의 눈을 홀린다.

8월 12일부터 서울 청담동 오페라갤러리서울에서 진행하는 ‘환영 속의 공간’전에 모인 김인겸, 박선기, 손봉채, 윤상렬 네 작가는 방탄유리, 숯, 투명 필름, 스펀지, 잉크 등 다양한 미디어로 고유의 창작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들은 공간의 다양한 잠재성을 재료의 입체적, 시각적 측면으로 새롭게 해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비엔날레와 해외 미술전 참여 작가란 점도 닮은꼴이다.

이미지 홍수 속에서 현대인들은 사색하기보다는 즉각적 반응을 일으키는 시각적 자극에 열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심미안을 열어 사색하게 만들고, 인지 영역을 넓혀주는 작품은 시대를 불문하고 관객의 눈을 홀린다.

8월 12일부터 서울 청담동 오페라갤러리서울에서 진행하는 ‘환영 속의 공간’전에 모인 김인겸, 박선기, 손봉채, 윤상렬 네 작가는 방탄유리, 숯, 투명 필름, 스펀지, 잉크 등 다양한 미디어로 고유의 창작 방법론을 제시한다.

▲윤상렬, ‘Silence’. 종이에 연필 드로잉, 혼합 재료, 81 X 58cm, 2014.

이들은 공간의 다양한 잠재성을 재료의 입체적, 시각적 측면으로 새롭게 해석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각국의 현대 미술을 소개하는 비엔날레와 해외 미술전 참여 작가란 점도 닮은꼴이다.

1995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던 원로 작가 김인겸(70)은 ‘공간 없음(Space - Less)’ 연작을 내놨다. 스테인리스 스틸이지만 육중함을 벗고 마치 종이를 접어 만든 듯 가벼움과 비물질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검은색 또는 원색으로 칠해진 작품들은 벽에 걸리거나 바닥에 놓이는데, 보는 방향에 따라 평면으로도 또는 입체로도 보인다.

그는 착시 현상을 통해 공간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 없음’의 상태를 보여준다. 평면과 입체, 실체와 허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공간적인 조각 작품은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감각을 제시한다.

‘자연에서 문화로’를 보여준 박선기

숯을 매달아 재료의 묵직함과 가벼움, 중력 시점의 왜곡 등을 표현한 작업으로 21회 베를린 ‘건축과 예술전’과 2002년 베니스 아레스날레 특별 전시에 초대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박선기(49).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검정 숯 작품과 투명 아크릴 작품을 전시 공간에 함께 배치해 대조적인 재료의 하모니를 끌어낸다. 시각이 가지는 허구성과 계산된 착시가 주는 재미난 흐트러짐을 보여주는 효과다.

▲김인겸, ‘공간 없음’. 종이에 아크릴 잉크, 78.8 x 109cm, 2015.

박선기는 “작품이 가지는 우월한 값어치는 단연 작품에서 우러나오는 깊이감에서라고 생각합니다. 깊은 통찰력과 끈질긴 집념으로 작업의 성과물이 나오는 것입니다. 시각이 가지는 허구성과 계산된 착시가 주는 재미난 흐트러짐을 관객이 즐겨주었으면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나일론 줄에 매단 수천 개의 숯 조각들로 만들어진 작품 ‘집합체’는 허공에 그린 수묵화를 연상케 한다. 숯이라는 자연에서 온 재료로 계단, 기둥 같은 인공적 구조물을 만들어 자연을 문화로 바꾸는 인간 문화를 형상화했다.

작가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전하는 착시의 유희를 보여준다. 또한 숯의 명상적 차분함에 아크릴이라는 인공적 소재를 중첩시켜 재료의 가벼움을 밀도감으로 채운다.

풍경을 분할해 역사성 드러내는 손봉채

1997년 광주비엔날레의 최연소 작가로 주목 받은 손봉채(47)는 여러 겹의 방탄유리에 그림을 겹겹이 쌓아 입체감을 주는 일명 ‘입체 회화’ 장르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손 작가는 강화 유리의 일종으로 아크릴보다 300배 강한 폴리카보네이트 5겹에 소나무를 그린 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비추는 방식으로 화선지에 먹이 번지듯 아련하게 퍼져나가는 느낌을 전한다.

그는 단순히 풍경을 겹치는 것이 아니라 한 장면이나 풍경을 공간 분할해, 물리적으로 다섯 개의 면으로 분할한다. 개념적으로 시공간을 분할하는 것으로, 하나하나의 면이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성을 가짐을 보여준다.

▲손봉채, ‘Migrants’. 유화에 폴리카보네이트, LED, 1840 x 940cm, 2011.

“비슷한 풍경을 공간 분할하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비치는 단순한 풍경이나 장면이 아니라 그 너머에 스며들어 있는 시간과 역사를 함께 만나보려는 의도입니다. 현상이 아니라 내면 혹은 본질과 맞닥뜨리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층적 선 긋기로 시각적 환영 만들어내

윤상렬(45)은 손을 움직이는 행위인 ‘선 긋기’를 통한 신체적 행위를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미세한 선으로 이뤄진 여러 층의 레이어를 겹쳐 시각적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윤 작가는 “무언가 이루려는 행위의 시작은 자기최면적 성찰 안에서 발전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고 작업 세계를 설명했다.

종이 위에 0.3~0.9mm 사이의 다양한 굵기 직선을 수평 또는 수직으로 긋거나, 투명한 필름에 0.01~2.56mm 사이의 다양한 굵기 직선을 디지털프린트로 출력해 투명 아크릴 판 위에 덧붙인다.

그런 다음 종이 면 위에 아크릴 판을 중첩시키거나 여러 겹의 투명 아크릴 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해 박스 형태로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미세한 굵기 차이로 변주되는 선들이 종이 혹은 투명 아크릴 판 위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수평의 장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투명한 아크릴 판의 두께만큼 간격을 두고 얕은 수직의 파장을 만들어낸다.

무의식적인 ‘선긋기’는 작가의 심연에서 우러나는 관념 작용이 행위로 재현된 것이다. 손의 노동력과 작가의 지각에 의해 만들어진 불규칙적 여백과 다양한 패턴의 수평, 수직선들은 미니멀 아트의 정수를 보여준다.

물성과 공간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로 변화를 거듭해 우리가 인지하는 미술 범위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술과 예술의 접점을 강조한 김인겸, 박선기, 손봉채, 윤상렬은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시지각을 확장해 깨달음에 도달하는 숭고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전시는 9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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