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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시리즈 ② 포드]유럽 DNA 이식받고 美 빅3 중 "독주"

미국의 실용성에 유럽의 단단함을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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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1-442호 안창현 기자⁄ 2015.07.30 09:29:30

▲포드 자동차는 ‘키네틱 디자인’을 채택하며 역동적인 디자인 전략을 보여줬다. 사진은 포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에보스(Evos)’. 사진 = 포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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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전통적으로 미국 자동차 회사는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3개 회사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포드가 유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자동차 회사 빅3 중 포드의 선전 이유에 대해 ‘유럽 포드의 존재’를 들곤 한다. 다른 빅2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배기량이 크고 큰 공간을 자랑하는 차량을 여전히 생산하고 있을 때, 포드는 2006년 미국 포드와 유럽 포드를 합치는 ‘원 포드(One Ford)’라는 새로운 기업 전략을 들고 나왔다.

포드는 2006년 이전까지 당시 97개 차종에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까지 포함한 거대 자동차 그룹이었다. 그랬던 포드가 수익은 내지 못하고 비용만 들어갔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다 팔고, 각기 따로 활동했던 유럽 포드와 미국 포드 역시 하나로 합쳤다. 그렇게 해서 포드 자동차는 대중차 브랜드로 포드, 프리미엄 브랜드로 링컨만 남게 됐다.

▲포드의 2013년형 토러스. 사진 = 포드 코리아

이런 변화는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포드의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본래 자신들이 가장 잘했고 동시에 잘 아는 자체 브랜드들인 포드와 링컨에 집중한 것이다. 또한 소형차 생산 위주인 유럽 포드를 제품 개발의 중추로 삼아 덩치 크고 투박했던 미국형 포드 차에 유럽의 세련된 조형미를 가미했다. 21세기 이후 새로운 세대의 포드 자동차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감각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표 미국차

흔히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 럭셔리한 고성능 차량을 생산한다면, 전통적으로 미국 회사들은 대량생산을 통해 실용성이 강조된 차를 제작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픽업트럭이나 SUV를 떠올리면, 미국차가 실용적이고 단순명쾌하다는 생각이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국차 하면 떠올리는 선입견도 있다. 연비가 나쁘고, 디자인은 투박하고, 제품 마감이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편견이다.

사실 과거 미국 자동차에서 이런 부분이 부족했던 측면도 있었지만, 21세기 이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어느 때보다 시장의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자동차를 선보이기 위해 기민하고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 브랜드 포드는 미국 차의 선입견을 깨고 근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줘 주목을 끈다.

포드 디자인, 새로운 장을 열다

미국은 자동차의 역사, 전통, 시장 규모 등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해왔다. 자동차 문화와 역사는 유럽처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국가별 개성과 특색이 강한 유럽 브랜드와 달리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가받지 못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미국차에 대한 편견이기도 하다. 포드와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 링컨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최근 포드 자동차의 선전을 생각해 봐야 한다.

▲국내 출시된 포드의 2013년형 올-뉴 퓨전. 사진 = 포드 코리아

포드는 전통적으로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이다. 그런 만큼 미국적 특색과 개성을 잘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드의 오랜 전통은 미국 일반인들의 생활 속에 자리 잡아 친숙한 브랜드로 장점을 가지며, 미국 문화의 진취적인 특색을 브랜드 전략으로 구사했다.

‘원 포드’ 전략이 강조한 디자인 특징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포드와 유럽 포드의 특성을 융합한 디자인 특성은 포드의 2세대 ‘퓨전(Fusion)’에서 가장 극명하게 볼 수 있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미국식 세단의 현재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초기 2세대 퓨전의 디자인이 처음 공개됐을 때 ‘포드턴 마틴’이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전면 디자인이 007 차량으로 유명한 애스턴 마틴의 그것과 유사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 형태는 초기와 달리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진 새로운 디자인으로 자리 잡았고, 퓨전 등장 이후 포드 차량들에게 같은 구성의 전면 디자인을 부여하며 포드의 새로운 패밀리룩(family look)으로 자리잡았다.

포드가 최근 공개한 포커스 신형이나 머스탱 등에서도 이 디자인을 고스란히 채택됐다. 날카롭게 날을 세워 절제된 직선과 예각으로 이뤄졌던 1세대 퓨전과 달리 곡선의 미학을 가미한 2세대 퓨전은 1세대의 투박한 헤드라이트를 버리고, 얇고 날렵한 형태의 헤드라이트를 사용했다. 여기에 보닛에는 캐릭터 라인을 과감하게 그리면서 역동적인 감성을 담았다.

직선 사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모든 실루엣을 곡선으로 표현해 ‘퓨전’ 전면의 볼륨감 넘치는 구성이다. 여기서 포드 디자인을 이끌었던 제이 메이즈(J. Mays) 디자인 총괄 부사장의 ‘키네틱(kinetic)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다이내믹을 강조했던 유럽 포드의 키네틱 디자인 철학은 포드의 소형차에 적용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메이즈 부사장은 “미국 포드의 디자인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미국의 포드 고객들은 조금 더 단순하면서도 우아함을 강조한 포드 모델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원 포드’가 선보일 디자인 전략을 설명했다.

▲2011년 출시된 5세대 익스플로러에 포드의 키네틱 디자인이 적용됐다. 사진 = 포드

포드 익스플로러(Explorer)는 미국과 포드의 상징이다. 포드의 성장을 견인하고 미국에서 SUV의 중흥기를 이끈 대표선수다. 안정감과 주행감이 강점이지만, 연비 면에서도 포드만의 기술력이 집약된 에코부스트(EcoBoost) 엔진을 앞세워 시장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세단 못지않은 우수한 승차감으로 도심은 물론 오프로드에서 거침없는 주행을 자랑했다.

익스플로러는 5세대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6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과 대중성에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익스플로러의 전신은 소형 픽업트럭 ‘브롱코(Bronco)’다. 익스플로러는 이 모델을 왜건형 모델로 디자인을 다듬어 1990년 선보였다.

‘탐험가’라는 뜻의 익스플로러는 1990년대 초 SUV의 중흥기를 열었다. 2도어 일색의 미국 픽업트럭 시장에 4도어 SUV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콜론(Cologne)’이라는 이름의 6기통 배기량 4000cc 엔진을 장착한 1세대 익스플로러는 땅이 넓고 연료 값이 싼 미국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소개됐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관람차로 등장하면서다. 당초 영화에 예정됐던 차는 도요타의 ‘랜드크루저’였으나 포드의 요청으로 익스플로러가 출연했다.

미국 SUV의 아이콘, 익스플로러

1995년 2세대 익스플로러는 1세대의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에 가깝다. 직사각형의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곡선형으로 바꾸면서 픽업트럭의 인상에서 세단형의 느낌이 강조됐다. 엔진도 V형 8기통 5000cc 엔진으로 키웠다.

2세대는 잦은 전복 사고로 악명 또한 높다. 2세대 익스플로러에 파이어스톤의 타이어가 장착됐는데, 이 타이어거 이탈, 펑크 및 기타 불량으로 미국 내에서만 140명 이상이 사망하고 타이어 650만 개가 리콜됐다. 이와 더불어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에 대한 수요 증가 등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매년 40만대 이상 판매됐던 익스플로러는 2000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걷기 시작했다.

▲미국 SUV의 아이콘이 된 ‘익스플로러(Explorer)’. 사진은 2014년 공개된 5세대 모델. 사진 = 포드 코리아

이후 2002년 등장한 3세대(2003년형)는 V형 8기통 엔진의 배기량을 4600cc로 줄였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유리와 차체 간의 단차를 줄이고, 금속제 범퍼 대신 플라스틱 범퍼를 쓰는 등의 변화를 꾀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은 촘촘한 격자형으로 바뀌었고 보다 도시적이고 세련된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드라마 ‘겨울연가’에 간접 광고되면서 국내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07년 4세대는 디자인 변화와 함께 연비 효율에 큰 관심을 둔 모델이다. 엔진 배기량 4000cc의 4세대는 8기통 대신 6기통으로 실린더 수를 줄여 연비 효율을 고려했다. 2008년 북미 국제 오토쇼에서는 ‘익스플로러 아메리카(Explorer America)’라는 이름의 콘셉트 카가 선보였다.

특히 2011년 출시된 5세대 익스플로러에 포드가 추구하는 키네틱 스타일 디자인이 적용됐다.

포드의 토러스는 포드 브랜드를 대표하는 대중형 세단이다. 미국에서 토러스는 1999년까지는 전륜 구동 방식의 중형 승용차로 팔렸지만, 2000년부터는 대형 세그먼트에서 팔리고 있다.

1980년대 초 각진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했던 당시 포드의 디자인 부사장 잭 텔넥(Jack Telnack)은공기역학적인 디자인 창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4년간 심혈을 기울인 연구 끝에 1985년 중순 첫 토러스가 선을 보였다.

그런데 토러스가 첫 등장한 1986년 미국 시장에서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것은 토러스 등장 이전의 미국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각지고 보수적인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일관했는데, 토러스가 공기역학적인 곡면 디자인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의 키네틱 디자인을 선취했다고 할 수 있다.

▲1996년 등장한 토러스 3세대. 당시 파격적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다. 사진 = 위키피디아

1991년형으로 나온 2세대 토러스는 1세대 모델에 약간 직선을 가미했다. 더욱 다듬어진 품질과 디자인으로 미국 시장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1997년에 들어서는 토요타 캠리에게 중형 승용차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파워 자랑하는 미국형 세단, 토러스

사실 캠리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준 원인은 여러 가지였다. 1996년에 등장한 3세대 토러스의 너무나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에도 원인이 있었다는 평가가 있다. 3세대 토러스는 2세대 토러스가 가지고 있던 잘 다듬어진 단단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어 놀라움을 줬다.

당시에 사람들은 과감한 곡선형 차체에 원형 헤드램프의 혁신적 스타일로 바뀐 토러스를 이리저리 보면서 감탄을 연발했다고 전해진다. 유리창은 물론 차량 패널까지도 모두 원형으로 디자인돼 그야말로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미국차에서는 처음 보는 곡션형 디자인이었다.

이렇게 토러스는 1985년 출시 이후 28년이 넘는 기간 베스트셀링 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포드의 간판 모델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세단이 됐다.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편의 옵션을 지닌 대형 세단을 상징하며 한국 소비자에게 미국차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심어준 모델이기도 하다.

▲포드의 역동적 디자인을 이끈 디자이너들. 왼쪽에서 2번째 인물이 제이 메이즈 디자인 총괄 부사장. 사진 = 포드

출시 당시부터 포드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 산업에 획을 긋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기술을 선보인 토러스는 6세대에 걸쳐 디자인부터 구동방식, 인테리어, 안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을 이뤘다.

혁신적인 기술과 세대를 뛰어넘는 디자인으로 토러스는 영화에서도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에 자주 등장했다. 1987년 작 ‘로보캅’에서는 로보캅의 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차로 등장했으며 라디에이터 그릴을 없앤 획기적인 스타일로 뜨거운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또 2013년형 토러스는 한국 출시 전 할리우드 대표 플록버스터 영화 ‘맨인블랙 3’에서 주인공의 차로 등장해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미래지향적인 럭셔리 세단의 전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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