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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극작가)) 비가 온 뒤 필드는 푸른 신록으로 가득하다. 필자가 찌는 듯한 무더위를 피해 저녁 해거름에 도착한 곳은 도시 인근 주변의 회원제 골프장이다. 이날은 평소 친분이 있던 여자 프로들과의 수다 플레이 날이다. 골프 연습장이 근처에 있어서 교통 체증 시간도 피하고, 조금 일찍 도착해 미스 샷을 다듬어 볼 생각이다.
젊은 프로 선수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더라도, 필자만의 정교한 샷을 구사할 기본기는 다듬어놔야 동반 라운드 친구들과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다. 나이트 게임을 두 시간 정도 앞두고 미리 도착한 필자는 드라이버 장타에 비해 숏 게임이 안 되는 지점을 보완해 좀 더 탄력적인 샷을 쳐보겠다는 게 목적이다.
평소 글을 쓰느라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몸은 무방비 상태로 살이 붙었다. 그러다보니 허리 턴이 더디고,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가 긴장된 채 몸이 좌우로 흔들린다. 필자는 맞은 편 거울을 응시하면서 흉물스런 잡 동작과 몸 스웨이드 샷을 잡아 보겠다고 굳게 다짐해본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두 다리를 곧게 세우고 허리를 써보겠다며 과도한 백스윙과 급격하게 내려치는 다운스윙으로 인해 스윙 패턴 리듬이 점점 망가지고 있다. 다시 숨을 고르고 한 샷 한 샷 전체적인 스윙 패턴을 잡아 보며 몸을 푼 필자는 다시 웨지 샷부터 잡으며 연습장 끝 그물망을 응시한다.
샷 거리 목표를 정하고 리듬 탄도의 방향 각도를 보며 ‘들어, 쳐’를 반복하면서 한 샷 한 샷 정성어린 점검이 시작된다. 그러나 어깨 턴이 빨라지며 업어 친 스윙과 뒤땅 스윙을 반복한다. 그때 저 멀리서 후배 Y 프로 선수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온다.
“하하하! 애쓴다. 언니. 내 여기 있을 줄 알았지.” “그래, 어서 와.” “오늘 저녁 쏠 거지?” “그래.” “어깨 턴을 잡고 고개를 잡아. 왼편 가슴이 그렇게 빨리 열리면 안 되지. 왼쪽 어깨가 미리 빠지지 않게. 좋아! 이제 힘 빼고 지나가듯 가볍게 들어 쳐, 갔다 왔다 땅. 좋아! 그대로 쳐.” “쉽네….” “ 하하하!”
연습장에서 부담없이 자유롭게 치면
필드에선 어깨에 힘들어가기 마련인지라…
어두운 밤에 필드 위 라이트 불빛은 동반자의 온기에 찬 눈빛과 어우러져 더 찬란하다. 한여름 밤 진추하의 ‘One Summer Night’ 노래가 머릿속에 잔잔히 맴도는 가운데, 그린 주변 호수 한가운데에서는 고귀한 수련이 밤을 잊은 듯 피었다.
그날의 라운드 성적은 전반 홀에 보기 두 개와 후반엔 보기 없는 무결점 플레이로 16번 홀까지…. 아쉽게도 마지막 18번 홀에서 티 샷 드라이버 오비를 치고 말았지만, 그동안 실력에 비하면 숏 게임은 100% 완결점을 찍었다.
누구나 라운드 전날의 연습장 샷은 잘 맞는다고 한다. 그러나 당일엔 필드 샷이 안 된다고 투덜댄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습장 샷은 편안하게 하면서 막상 필드 위에서는 긴장한 탓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연습장에서는 샷을 정교하게 다듬은 뒤, 당일 필드 위에서는 힘을 빼고 자유로운 샷을 구사하며 몸의 균형을 빨리 찾아야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또한 샷의 정교한 탄도를 위해 그립을 점검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샤프트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두 시간 전 연습장 레슨이 하루아침에 효력을 볼 수는 없겠지만, 스윙 리듬 감각을 되찾은 필자의 샷은 정확한 방향 탄도로 필드 위에서 자유로운 날갯짓을 펼쳤다. 더구나 자신감이 붙은 필자는 한밤 중 펼쳐진 나이트 게임에서 후배 여자 프로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며 필자 개인적으로도 베스트 샷 싱글 타수 기록을 세웠다.
(정리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