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중국진출 칼럼]우린 못 만나는데 中회장은 만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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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알리페이가 한국에 상륙한다. 알리페이를 가진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자유롭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편의점 2만 곳과 백화점 결제가 가능하고, 한국 내에서 지속적으로 가맹점을 넓힐 예정이다. 중국인의 지갑을 열고 싶은 가맹점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분위기다. 한국에서 오랜 기간 그렇게 노력했어도 유행되지 못했던 QR 코드를 통한 결제가 중국기업 알리바바를 통해 한국에서 실현될 전망이다. 막상 토종 기업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결제 서비스는 시장에서 냉대를 받고 있다. 역시 이용자 수가 무기였을까?
마윈이 만난 한국 경제부총리, 한국인이 만나기 어려운 중국 고위 공무원
이런 빅딜이 성사되기까지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한국의 경제부총리를 만나고 한국의 정치인들과 지속적인 꽌시를 맺어온 것으로 보도되었다. 마윈이 받은 큼지막한 선물은 어쩌면 한국 정부의 정치적인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일개 인터넷 기업이라고 치부하기엔 알리바바가 워낙 큰 글로벌 기업임은 틀림이 없다. 나스닥에 상장 후 시가총액이 170조 원에 달하고, 알리페이의 사용자가 9억 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큰 손을 마다하기 어려웠을 거다.
그런데 한국의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중국 중앙정부의 부총리급을 만날 수 있을까? 시정부의 부시장 정도를 만날 수 있는 게 최대한이지 않을까? 그조차도 큰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피상적인 미팅일 확률이 높다.
중국은 늘 한결같았다. 외국 기업이 인터넷, 문화, 금융 등 국가의 핵심 산업 분야에서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국민과 자국 산업을 보호해 왔다. 그로 인해 글로벌의 무수한 서비스들과 선도적인 기업들이 중국 로컬 기업과의 합자를 하게끔 유도했다. 부동산도 적절하게 통제해 외국인들이 함부로 오피스 임대 사업을 못하게 했고, 자택 구매도 1채로 제한했다. 지난 11년간 중국에서 봐 온 중국의 대 외국인 정책은 참으로 한결같고도 완고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5월 1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T-mall 내 한국관 개통식’ 참석차 방한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그렇게 해서 자국 기업과 자국민의 경제력이 올라오면 서서히 규제를 푸는 게 중국만의 규제 정책이다. 그러한 국가의 도움으로 수많은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평안보험 등. 중국 정부가 외국인의 두 팔을 뒤에서 잡아주는 사이에 중국의 로컬 기업들을 약진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실력과 자본을 확보했다.
중국의 규제주의 vs 한국의 개방주의
그런데 한국은 왜 이리 쉽게 문을 여는 걸까? 단기적인 경제 이익 때문일까? 계산을 잘 못해서 일까? 제주도의 땅을 그렇게 쉽게 내어주는 것은 정책의 부재이다. 모든 정책은 내국인용과 외국인용이 달라야 한다. 만약 중국이었다면 50년 정도 땅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만 팔았을 거다. 중국인이 땅을 사면 그 위에 무엇을 지을지 알 수가 없다. 상가를 올리면 바로 내국인 상가들에게는 치명타가 된다.
이번 알리페이의 한국 상륙도 같은 시각에서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국부에 도움이 되는 조치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인 결제 산업을 외국 기업에 개방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유력한 중국 기업이 개방을 요구해 오면 형평성 때문에 또한 개방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내의 한국인은 알리페이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 신청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상당수가 거부를 당하고 있다.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는 중국내 신용카드도 거의 발급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본국으로 도망갈까봐일지도 모른다.
중국 내에 결제 서비스를 가지고 제대로 상륙한 글로벌 기업은 없다. 모두가 유니온페이나 알리페이(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 텐페이(텐센트의 결제 시스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에게 결제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의 유력한 국가들 모두와 FTA를 체결한 나라는 거의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는 한국의 진취적인 성향이기도 하고 개방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경제 성장에 한계가 있는 태생적 이유도 있다. 이건 대한민국 정부가 칭찬받을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에서의 경제 정책은 달라야 한다.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의 규제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좀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자국민의 산업과 자국민의 경제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폐쇄를 하는 것은 더 나쁜 선택일 수 있지만, 중국 방식으로 반은 풀어주고 핵심은 꼬옥 쥐고 있는 애매모호한 개방주의가 어떨지 모르겠다.
자국민을 위해 필요한 규제와 실리주의 외교를
또한 중국의 고위 지도자들이 해외 국가를 방문할 때 유력한 기업들의 대표들이 동행을 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00 단체장, 00 협회장 등이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다. 상대는 그 분야를 너무 잘 아는 선수들인데 우리 쪽은 공익성도 다분하고 두리뭉실하게밖에 모르는 단체장이라면, 협상의 결과가 너무 뻔하지 않은가? 무엇을 내어줄지 무엇을 얻을지를 처음부터 전략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히든 카드를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되고, 상대의 카드에 대응하는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협상과 상술의 달인인 중국에게 늘 손해 보는 외교가 될 거다.
중국과 향후 50년 동반자가 되어야 할 대한민국이지만, 좀 더 지혜로운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를 통해 자국민에게 장기적인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