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아티스트 - 김동아]멈춰서 나를 생각하는 나
▲‘work[muto:]’ 작업을 하고 있는 김동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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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변화에 필요한 요소로서 가장 중요한 과정이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성찰이라고 본 작가 김동아는 작업 ‘뮤토[muto:]’를 통해 인간관계로부터 소외, 상처, 슬픔과 좌절을 풀어낸다.
‘변화’는 예술을 통한 실재의 재현을 의미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헤겔의 변증법에서 찾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작가는 자화상과도 같은 미메시스의 단계를 거쳐, 스스로에게 모순이 있음에도 알지 못하는 ‘정’의 단계에서 그 모순이 자각되어 드러나는 ‘반’의 단계를 통해 ‘지양’으로 완성되는 ‘합’의 단계에 이르는 변증법을 찾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미메시스를 자연의 재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예술적 창조는 미메시스의 형태이다. 이데아의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신이 창조한 형태이며, 인간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지각하는 구체적인 사물들은 이 이상적인 형태가 그림자처럼 어렴풋이 재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162 x 130 cm, 2015.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와 달리 예술가는 영원한 사상·행동·감정을 모방한다고 봤다. 또한 예술가는 인간의 행동을 개연성의 법칙에 따라서 표현하기에 “개연성 없는 가능성보다 개연성 있는 불가능성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아 작가는 “정·반·합에 의한 변화와 생성의 규칙이 변증법의 시작이며, 절대정신으로 자신을 실현해 가는 여정으로 봤을 때 뮤토와 닮아 있음을 보았다”며 “뮤토는 어쩌면 다치고 흩어져서 생겨버린, 누군가 덮어주고 치료해주어야 할 자신의 흉터인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130 x 130cm x2, 2015.
작업 ‘뮤토’는 스스로에게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포기하는 과정이며, 혼란 속에서도 자신 만의 시선을 놓지 않으려는 소심한 자세, 그리고 냉철한 판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미 변해버린 것들, 언젠가는 변화할 것들에 대한 시선이고 고찰이다.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130 x 189 cm, 2012.
뮤토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작가는 초반에 아무것도 없는 캔버스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자 색감과 조형 요소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커다란 캔버스는 무채색 물감으로 둥그렇게 그려낸 이미지들이 줄을 지어 하나의 도형을 만들 듯이 채워진다. 하지만 이들 원형들은 한 점에서 시작해 완전한 원형을 이루는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포착한 이미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언젠가 변화할 것들에 대한 시선과 고찰
작가의 최근 작업에선 다이내믹한 배경과 새로운 은유적 암시를 더해 좀 더 밀도와 깊이를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역력하다. 또한 다양한 소재의 도입과 함께 번짐과 색채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41 x 130cm x 3, 2013.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130 x 130cm, 2011.
먹이 물을 머금고 화선지 위에 번지는 효과를 보여주는 김동아 작가의 이미지들은, 지나치게 구상적이거나 서술적이지도 않으면서도 관객의 노력과 유연성을 요구한다. 단색으로 완성된 이미지들은 현미경으로 보던 생명체의 움직임을 확대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작가는 “섬세한 시각으로 소박하고 투명하게 변화에 대처하려는 노력이며, 멈춰선 채 스스로 생각하는 바로 나 자신”이라고 설명한다. 스스로의 작업에 대한 냉정한 시선과, 가차 없는 질책의 흔적이 작업에 조심스럽게 녹아 있다. 그는 자신만의 언어와 어휘를 통해 새로운 은유적 암시를 구성해 형상화한다.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91 X 73cm, 2015.
이론을 앞세우는 예술은 상상하기조차 힘들게 되어버린 이 시대에, 그리는 행위 자체를 감사와 선함으로 대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논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이론보다 내면에 귀 기울이는 데 서툴지 않으려는 노력, 화려한 퍼포먼스와 행위예술의 홍수에 떠밀린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회화의 의미를 출발점에서 고민하려는 작가의 진심 어린 시선이 돋보인다.
▲‘work[muto:]’. 캔버스에 혼합 재료, 136 X 45cm, 2012.
김동아 작가는 홍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홍익대 회화과 출강 중이다. 라움아트센터 초대전, SBS 초대전, 밀라노 엑스포, 아트스페이스 남케이 초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울미술대상전, 한중 대표작가 교류전 등에 참여했다. 제3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최우수상, 제2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특선, 제16회 대한민국 통일미술대전 대상 국회의장상 등을 수상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