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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리노베이션 ① 연남동 ‘어쩌다가게’]“어쩌다가게·집 2탄 기대하세요”

[인터뷰] 임태병 사이건축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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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4호 김금영 기자⁄ 2015.08.20 08:55:26

▲‘어쩌다집’을 기획한 임태병 사이건축 공동 대표.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어쩌다가게 1층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 중 임태병 대표는 종종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과 반갑게 눈인사를 했다. 모두 어쩌다가게 입주 가게주인들이었다. 이들과의 ‘관계’는 임 대표가 어쩌다가게를 기획한 계기이기도 하다.

임 대표는 홍대 앞에서 카페 비하인드를 10년 넘게 운영해왔다. 지금까지 비하인드를 거쳐 간 스태프 수만 50~60명. 그런데 이들과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밥을 먹으면서 식구(食口)에 대한 새 개념이 생겼다. 독립해 부모, 형제와 멀리 떨어져 혼자 홍대 앞으로 나와 사는 임 대표에게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한 공간 안에서 함께 보내는 카페 스태프가 또 다른 가족으로 느껴진 것.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던 미대 학생에게 방을 빌려줘 10년쯤 함께 살기도 했다. 이 학생은 졸업 뒤 사회생활을 하며 독립했지만 여전히 임 대표 집에서 3분 거리에 사니 한 가족이나 진배없다. 임 대표는 이런 관계를 건축, 공간에까지 확장시키고 싶었다.

“비하인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돼 현재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관계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처음 생각한 게 셰어 하우스”라며 “어렸을 때 친한 친구들끼리 ‘우리 나중에 커서 함께 살자’고 한 것처럼, 적당한 집을 임대해 방을 나눠 쓰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2012년 한일건축교류전에서 일본 건축 팀이 선보인 셰어 하우스를 보고 내가 해보리라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진행을 해보니 현실적인 상황이 닥쳐왔다. 셰어 하우스를 짓기엔 ‘집’의 개념이 너무 무거웠다. 기존에 살던 집을 정리하고 셰어 하우스에 들어오자니 조건이 마땅치 않거나 부담을 느끼는 ‘식구들’이 많았다.

그러던 중 2013년 비하인드 창립 12주년 기념 전시 현장에서 새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하인드를 거친 수많은 스태프가 갤러리에 모여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는 전시에서 사진, 레코드, 실크 스크린 등 다양한 분야가 구현된 것을 보고, 함께 하는 요소가 꼭 ‘집’일 필요는 없지 않냐는 생각이 든 것.

▲연남동에 지어진 ‘어쩌다집’ 1호. 1인 가구 10세대가 모여 사는 공유 주거 형태다. 사진 = 조재용

임 대표는 “주거 공간인 집과 달리 가게는 약간의 보증금과 시작 자본금만 있으면 충분히 움직일 수 있어 부담이 적으니 셰어 스토어를 시도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획 실현을 위해 연남동 일대를 돌아다녔고, 여기엔 임 대표의 또 다른 꿈이 들어갔다.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하면서 주변 일대가 변화하는 과정을 10년 넘게 지켜봤습니다. 안타깝게도 가로수길, 삼청동 같은 경로를 밟고 있지요. 이전의 개성 있는 모습을 잃고, 대형 브랜드가 들어서면서 높아지는 임대료에 쫓겨난 상점들이 서촌, 연남동, 망원동, 합정동 등으로 분산됐어요. 저 또한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가게나 소규모 자영업자를 모아 장기 임대를 보장하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었는데, 이 기획을 실행하기엔 홍대 앞 중심은 임대료가 비쌌죠. 그래서 제게 익숙한 동네이기도 하고 임대료나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봤을 때 연남동이 가장 적합해 보였습니다.”

당시 목돈이 없었으므로 적당한 집을 리노베이션해 공간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겠다고 생각했다. 2층 단독 주택 건물을 임대해 건물의 전체 틀은 그대로 둔 채 약간의 보수 공사와 증축만 했다. 설계 및 공사는 건축사무소 사이건축이 진행했다. 공간은 함께 공유하는 퍼블릭(public) 공간과 사적인 프라이빗(private) 공간으로 엮었다. 1층의 부엌과 거실 공간을 넓게 트고, 큰 유리창을 앞면에 달아 라운지 카페를 만들고, 그리고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마당은 퍼블릭 공간으로 삼는 식이다.

퍼블릭 공간을 제외한 각 방은 프라이빗 공간으로, 각자의 가게와 작업실이 들어섰다. 임 대표는 “그냥 공간을 던져 주고 알아서 쓰라 하면 푸드코트에서 뭘 먹을지 몰라 아무거나 식판에 담는 것처럼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각 공간에 어떤 사람이 입주하고 공간을 어떻게 쓸지를 신중하게 계획했다”고 전했다.

홍대 앞에서 카페 10년 하며 느낀 소영업자의 고민을
공유와 시너지의 ‘셰어 스토어’로 승화시켜

이런 과정에서 굴뚝은 어떻게 남게 됐을까? 임 대표는 “처음 봤을 때부터 굴뚝이 인상적이었다. 그대로 남겨놓아야 기존 집의 매력을 살릴 뿐 아니라, 어쩌다가게의 또 다른 상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부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꼭 남겨야 한다고 우겼다. 다행히 좋아해주는 분이 많아 나 또한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래된 빨간 벽돌과 새로 증축한 하얀 벽은 어쩌다가게만의 개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도록 인도하는 입구가 있다. 어쩌다가게의 문은 큰 쇼윈도를 다 지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도록 배치됐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건물이 “내 예쁜 모습을 안 보면 섭하지”라며 소맷부리를 잡는듯한 구조다.

건물 리노베이션이 끝난 뒤 비하인드 네트워크의 ‘식구’들이 입주했다. 모두 홍대 앞에서 5~10년 동안 매장을 운영하며 고정 팬을 갖춘 상점들이다. 보통 임대 계약은 1년 또는 2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건물주와의 협의를 거쳐 5년 장기 임대로 했다.

어쩌다가게 입주민은 임대 기간 동안만큼은 월세 인상에 대한 걱정 없이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 개성 갖춘 소형 상점에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가 눈길을 끄는 ‘어쩌다가게’. 사진 = 조재용

임 대표는 이 셰어 스토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공무점이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 건축 사무소는 외적인 건물 설계와 공사, 즉 하드웨어에 국한되는 업무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가게를 일회성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요. 작고 개성있는 가게의 생존을 돕고, 여기서 생성되는 다양한 관계가 동네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죠.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 공무점을 만들었습니다. 사이건축이 건물의 하드웨어를 맡는다면, 공무점은 소프트웨어를 관리하지요. 현재 어쩌다가게의 임대료 관리 및 콘텐츠 관련 업무도 공무점이 맡고 있습니다. 입주민 사이에 논의할 사항이 생기면 반상회를 소집하기도 하고요.”

1층 라운지 카페의 관리도 공무점이 맡고 있다. 5년 장기 임대를 현실로 가능케 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각 상점 입장에서는 5년 간 월세 동결이지만, 사이건축은 임대료 인상폭을 수용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내야 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1층 카페를 운영한 수익으로 그 차이를 좁힌다는 구상이었다. 처음엔 임대료 부담을 입주 점포들에게 주지 않으려는 의도였지만, 이러한 공동 카페 운영은 어쩌다가게의 구성원으로서 사이건축이 입주민과 원활히 소통하는 계기도 되고 있다.

그렇다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쩌다가게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임 대표는 “어쩌다가게 2호점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1층 상점 옆에 계단이 설치됐다. 2층엔 미용실 바이더컷, 수제초콜릿 공방 ‘비터 스윗 나인’등이 있다. 사진 = 조재용

“어쩌다가게 1호점은 임대와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2호점은 땅을 사 신축 예정이에요. 1호점은 효율성 면에서는 좋았어요. 하지만 5년 임대 기간이 지나면 다시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단점이 있기에 2호점은 새 시도를 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말 망원동 쪽에 땅을 계약했고, 현재 건물이 들어갈 땅도 파놓은 상태여서 내년 3월 정도에 완성될 것 같아요. 처음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였고, 이슈를 만들기보다 아는 사람끼리 모여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려 했던 건데, 홍대 앞에서 임대차 보호법과 권리금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다보니 어쩌다가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다가게 2호점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죠.”

어쩌다가게 2호점은 1호점의 2배가 넘는 규모로 180평 정도가 될 예정이다. 규모는 지하 1층에 지상 4층. 지하에 넓은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대형 공간을 필요로 하는 작가들이 작업실로 쓰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어쩌다가게의 주거 버전 ‘어쩌다집’도 선보여
어쩌다가게-어쩌다집 2호 선보일 예정

그가 힘을 쓰는 또 다른 목표는 어쩌다집 2호다. 어쩌다가게 1호점을 낸 뒤 본래 의도대로 주거 공간을 공유하는 셰어 하우스 어쩌다집 1호를 연남동에 선보였다. 공무점이 기획하고 사이건축이 설계했다. 이진오 사이건축 공동대표가 전세 아파트를 팔고, 모자란 금액은 은행 대출을 받아 2014년 1월 부지를 계약하고, 올해 3월 어쩌다집을 완공했다.

5층 건물에 내 집 마련을 걱정하던 한의사, 그래픽디자이너, 편집자 등 1인 가구 10세대가 모여 산다. 1층에 마을 식당 및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2층엔 원룸, 3층엔 침실과 샤워실의 개인 공간이 있다. 4층은 널찍한 공유 공간, 5층은 복층 주거 시설이다. 임 대표는 “현재 좋은 이웃끼리 모여 재밌게 살고 있어요. 최종 목표는 이진오 소장이 좋은 건물주가 되는 것이고…. 집 주인이 바뀌면 이 주거 공유 형태가 끝나는 한계가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쩌다집과 어쩌다가게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이 문제를 고민하려고요”라고 말했다.

어쩌다집 2호는 연남동에 내후년쯤 마련될 예정이다. 임 대표는 “11명의 조합원이 모여 땅을 사서 건물을 짓고, 조합이 소유합니다. 조합원들이 장기 임대를 해 안정적으로 주거권을 확보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으로 내년 초에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르러 어쩌다가게, 어쩌다집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이에 임 대표는 “학교 강의에서 졸업 전시 과제로 ‘도시의 1인 주거’를 내줬더니 한 팀이 ‘어쩌다가족’을 제시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이름과 의미가 마음에 들어 동의를 구하고 이름을 빌렸다고.

“과거와 비교해 현재는 집, 그리고 건물의 의미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전엔 한 번 정착을 하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게 집 또는 가게였지만, 지금은 내 집 마련이 근본적으로 힘들고 임대료 인상에 울며 겨자 먹기를 계속하는 상점이 많죠. 어쩌다가족은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집을 무거운 형태로 접근하지 않고, 어쩌다 만난 사람이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집, 가게, 사무실을 이루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으로 보는 거죠. 씁쓸한 시대의 반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 대안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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