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억윤 골프 세상만사]‘슈퍼슬램’ 향하는 박인비 도전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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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최근 우리는 LPGA골프 대회 사상 7번째로,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의 위업을 달성한 선수 대열에 ‘박인비’라는 대한민국 낭자의 이름을 올리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리코 브리티시오픈 대회가 영국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 베리 리조트의 예일사에서 열렸다. 해안가 링크스 코스의 특성인 강한 바람과 비 때문에 아이언의 비거리가 평소의 반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타이거 우즈의 표현을 빌리면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박인비는 막판 뒷심을 발휘해 역전 우승을 만들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썼다.
그녀의 별명인 ‘침묵의 살인자’처럼 3타차 뒤진 공동 5위에서 3타차 우승이라는,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박인비 스스로도 인터뷰에서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아 큰 기대 없이 열심히 하다가 4번(파3)과 5번(파4) 홀에서 연달아 보기(Bogey, 정해진 타수보다 한 타 더 치는 것)를 범하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그랜드슬램은 어렵겠구나’ ‘이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보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2번(파4)과 3번(파5) 홀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낚았을 때 무엇인가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소 힘이 들어가, 이어진 다음 두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것이 아닌가 싶다. 13번 홀(파4)까지는 선두 고진영 선수에게 3타차로 뒤져, 올해도 브리티시오픈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 대회 우승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박인비의 집념이 결국은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박인비가 8월 2일(현지시간) 열린 리코 브리티시여자오픈(총상금 300만 달러)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고 있다. 이날 우승으로 그녀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사진 = 연합뉴스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 우승 하는 것도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메이저 대회 7승과 더불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56주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 세계 골프의 역사를 새로 써가는 참으로 대단한 박인비 선수다.
막판 뒷심으로 역전 우승 드라마
“9월 에비앙 마스터스 우승 위해 다시 달릴 것”
브리티시오픈은 박인비에게 쉽사리 우승컵을 내주지 않았다. 이번에 10차례의 출전 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그녀는 “2013년 브리티시오픈 때는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배웠고, 2014년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두 번의 도전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부분이 올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US여자오픈 두 번 우승(2008, 2013), 위민스 PGA챔피언십(2013, 2014, 2015),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2015)에 이어 이번에 브리티시오픈까지 석권하며 자신의 골프 인생 목표인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27세의 나이에 이뤘다. 다음 목표는 9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다시 우승하는 것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LPGA투어가 2013년 5개 메이저 대회 체제로 변경된 이후, 최초로 커리어 슈퍼슬램을 달성하는 선수가 된다.
그 다음 과제는 골프 여제인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세운 2000년대 메이저 대회 10승의 대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다. 거침없이 골프의 전설을 써가는 박인비의 대기록 도전에 뜨거운 박수와 함께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길 기원하면서 9월의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마스터스를 기다려본다.
(정리 = 김금영 기자)
유억윤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