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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석철주]꿈이런가 ‘아크릴릭 몽유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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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6호 왕진오 기자⁄ 2015.09.03 08:53:54

▲석철주 화백이 신몽유도원도와 함께 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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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왕진오 기자) 서양 물감으로 동양화의 대표적 주제 중 하나인 ‘몽유도원도’를 그려내며 팝 아티스트 못지않은 다작을 완성해온 석철주(65) 화백이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걸은 지 30주년을 맞았다. 반평생 그림을 그리며 독특한 화풍을 펼쳐낸 그가 화업 30년을 정리하는 자리를 고려대박물관에서 9월 11일부터 마련한다.

석 화백은 한국화의 대가 청전 이상범의 ‘무릎제자’로 유명하다. 15살에 청전의 집에 들어가 허드렛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배운 붓놀림이 그의 오늘을 만들었다. 

“선생님께서 병원에 실려 가기 전까지 붓을 놓지 않고 그림 그리는 것을 곁에서 봤습니다. 그 이후 ‘열심히 작업을 해야겠다, 내 작품으로 미술사에 획을 긋는다기보다는 내 이야기를 끊임없이 그려내며 변신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죠.”

▲석철주, ‘매화초옥도 15-2’. 캔버스, 아크릴릭, 젤, 163 x 130cm, 2015.

작업에 대해서만큼은 세상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그의 의지의 표현이다. 

석 화백은 1985년 첫 개인전 당시 ‘탈춤’을 모티브로 한 동적인 표현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1990년 ‘독(항아리) 그리는 작가’로 상업 화랑과 인연을 맺고 2005년 ‘몽유도원도’, ‘자연의 기억’ 시리즈를 발표했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15-40’. 캔버스, 아크릴릭, 젤, 180 x 110cm, 2015.

“제 작업은 5년 주기로 변합니다. 모름지기 작가는 늘 변신해야 하며, 이를 작품을 통해 발표할 때 진정한 화가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부터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고 있는 석 화백은 “작가가 표현하려는 것에 재료가 따라와야 한다고 봅니다. 제 철학에 맞는 것이 수묵이냐, 유화냐부터 따져야겠죠”라며 “제 철학에 적합한 재료가 바로 아크릴 물감이라는 것을 작업을 통해 터득하게 됐습니다”고 설명했다. 사용하는 물감은 서양 재료인 아크릴이지만 작업 방식은 일필휘지 붓으로 그려내는 동양의 정신을 그대로 따른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15-39’. 캔버스, 아크릴릭, 젤, 130 x 300 cm, 2015.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에 올려진 물감들은 여느 서양화 물감과는 달리 수묵화의 번짐 효과를 여실히 드러난다. 바탕색을 칠한 뒤 마르기 전에 물로 캔버스를 지워내고 다시 붓으로 그리면 아래층의 물감이 배어나오는 효과다. 

동양화-서양화 구분에 “화가의 의도가 먼저고, 재료가 따라와야죠” 

석 화백 작품의 진수는 2005년부터 작업을 하고 있는 ‘신(新)몽유도원도’ 시리즈다. 동양화의 전통 장르인 산수화를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낸다. 그는 이 무렵부터 전통 미술과 보편적인 동양화 담론으로 관심을 돌린다. 스승인 청전의 이름을 내세우는 시기다. 

▲‘몽·중·몽’ 전시장. 사진 = 고려대 박물관

석 화백은 청전의 제자라는 사실을 상당 기간 공공연히 밝히길 꺼리며 스승과 거리를 뒀다. 늦은 나이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80년대 초 작가로서 첫 발을 디딜 당시 한국화에서 수묵화 운동이 확산되고 현대화를 위한 방법론 논쟁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그린 ‘신몽유도원도’는 미묘한 색감으로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를 자유자재로 조율하고, 화면을 보일 듯 말 듯한 촘촘한 망 구조로 마무리한 대작들이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15-22’. 캔버스, 아크릴릭, 젤, 194 x 130 cm. 2015.

기존의 시각적 파노라마에 촉각적 감각을 자극하고 장식성을 더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마치 그림이 꿈같고, 그림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석철주, ‘신몽유도원도 15-24’. 캔버스, 아크릴릭, 젤, 194 x 130 cm. 2015.

석 화백의 그림이 지닌 진정한 가치는 이런 감각적 충족에 그치지 않고, 실재와 환상이라는 회화의 오랜 논쟁, 회화와 장식의 구분에 대한 현대적 논쟁, 동양화의 정체성에 관한 복합적 문제를 성찰하는 데 있다.

이번 ‘몽·중·몽(夢中夢)’ 전은 예술만 알고 살아온 석 화백 자신의 마음속 풍경, 혹은 꿈속의 이상향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바쁜 현대인들에게 고요한 자연의 힐링 효과를 만끽하게 해준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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