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한 술 더 떠 '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공허한 제국'을 9월 4∼13일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진행하며 내건 명분으로 인해 또 다시 미술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작품을 직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아트페어"라며, "판매 촉진만을 위한 일반 아트페어의 형식을 벗어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품 전시를 통해 아트페어를 기획 전시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곳은 상업 화랑들의 모임인 (사)한국화랑협회이다. 협회는 9월 4일 성명서를 통해 "미술관에서조차 아트페어를 열면 화랑은 문을 닫으라는 것이냐"며 "시민의 혈세인 서울시 돈으로 시립미술관에서 무료로 아트페어를 개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입을 모았다.
화랑협회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근거로 들었다. 진흥법 제2조(정의)는 '미술관이란 문화 예술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박물관 중에서 특히 서화, 조각, 공예, 건축, 사진 등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하는 시설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협회는 거래업자와의 상호 관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8조에는 "박물관직 종사자는 거래업자, 경매인 혹은 타인으로부터 박물관 자료의 구입이나 처분을 유도하거나 공식적인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선물, 접대 기타 어떠한 형태의 보상도 받아서는 안 된다. 더욱이 박물관직 종사자는 특정 거래업자, 경매인 또는 감정인을 일반인에게 소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직접 지시해 이뤄진 아트페어"라며 "미술계 발전을 위해 판매가 어려운 신진 작가들의 판로 개척을 해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은 공간만 마련하고, ‘예술가 길드’가 주체가 되어 작품 판매가 이루어지고 수익금을 작가들에게 귀속시킨다는 뜻이다.
미술관 측은 작가를 위한 전시를 마련했을 뿐 상업갤러리처럼 참가비를 받은 것도 아니고, 판매 수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기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수익 사업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서울시립미술관측의 행보에 '자가당착'이란 말이 먼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이 2012년 취임 첫 일성으로 "앞으로 외부 기획사에 의존한 대형 블록버스터 전시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체 기획 전시를 늘리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12월 블록버스터 급 전시인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를 개최했고, 2014년에는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프로그램인 아트스타코리아의 전시를 위해 공간을 할애했다.
여기에 올해 6월 대형 연예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주최한 '피스마이너스원'은 정점을 찍었다.
이 모든 전시를 개최할 때마다 미술관의 문턱과 다양성 그리고 작가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에 내세웠다. 마치 선거철만 되면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도돌이표와 같은 발언이었다.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시도로서 첫 발을 내민 '2015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공허한 제국'이 과연 상업 화랑에서 진행하는 여느 아트페어와 달리 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인지, 공허한 외침이 될지는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