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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독서경영]독일 ‘저니맨’, 장인 되려 떠나는 수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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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8호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2015.09.17 08:49:06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생애 한 번, 반드시 떠나야 할 여행이 있다’라는 부제가 달린 ‘저니맨’에서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은 구직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다 우연히 중세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 여행에 대해 알게 됐다.

수련 여행이란 중세 시대 기술 교육을 마친 수련공들이 자신의 기술을 단련하기 위해 반드시 떠나야 하는 세계 여행이었다. 이 책은 저자 파비안 직스투스 쾨르너가 단돈 30만 원을 들고 중세 장인들처럼 수련 여행을 다닌 여행기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한 파비안의 여행은 말레이시아, 인도, 이집트, 에티오피아, 호주, 미국,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콜롬비아로 이어진다. 그는 록펠러 그룹이 발주한 쇼핑센터 현장의 건축 보조로 일을 시작해 디자인 위크의 홍보대사, 사진 강사, 모델 대회 심사위원, 정원 설계, 공익 광고 제작, 국립 미술관 홍보 디자이너, 세계적 선박 회사의 웹 디자이너, 인디 레이블의 앨범 디자이너 등의 직업을 경험하게 된다. 수련 여행 동안 그는 161번 잠자리를 바꿨고 침대 64개, 소파 12개, 매트리스 7개, 열차 침대 2개, 매트 1개를 사용했다.

▲ 여행에 대한 이 모든 이야기들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바로 ‘한 개인의 삶에도 르네상스의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어머니의 자궁에서, 또 한 번은 여행길 위에서. 이제껏 한 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모두에겐 또 한 번의 탄생이 남아 있는 셈이다. 나에게 있어 여행을 통한 두 번째 탄생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내적 도약을 의미했다. 기대와 흥분으로, 내 안의 모든 피가 서서히 끓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떠나야 할 순간이 온다’ 중에서]

▲ 여행자는 길에서 성장한다는 말처럼 나는 상하이에 도착한 첫 날부터 순례자의 마음을 배워가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 ‘가장 낮은 곳’을 출발점으로 삼았으며, 이제부터 매 순간 디디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오르막길이었다. 중세의 수련 여행자들도 이랬을 것이다. 길 위에서 스스로 선택한 ‘적극적 가난’이야말로 여행자를 진정 자유롭게 해준다. [‘길을 선택한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중에서]

▲ 나는 늘 목표가 있었고 시간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프로세스로 채워졌다. 하지만 강물이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듯이 삶도 언제나 목표한 결말에 유용한 방식으로만 흘러갈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럴 때 마냥 좌절하지 않고 그저 삶 자체를 즐기는 연습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지금이 바로 삶 자체를 즐기는 연습시간 같았다. [‘낯선 땅을 고향으로 만드는 법’ 중에서]

▲ 오래 전 모리츠 교수가 했던 말이 새삼 떠올랐다. “사람들이 너를 대접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자리에 너 자신을 올려놓아야 해.”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못 느끼는 것은 일을 준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일에서 느끼는 가치와 보람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야말로 자신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큰 수단일 것이다. 여기에는 그 어떤 핑계나 조건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로움과의 동행을 받아들여야 진짜 여행’ 중에서]

▲ 길 떠난 사람은 길 위의 섭리를 따라야 하는 법이다. 다섯 번째 행선지까지 오는 동안 나는 늘 그 나라, 그 도시에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별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더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여행자의 마인드를 잠시 내려놓자마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는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공부’ 중에서]

▲ 여행자는 길을 버릴지언정 길은 여행자를 버리지 않는다. 길에서 벗어나 절망에 빠졌다고 느낀다면 일단 다시 길 위로 올라서면 될 일이다. 이제 나는 잠시 멈췄던 영화를 재생시키듯 다시 길 위로 올라서서 다시 시작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을 원하고, 또 그 속에서 풍요로운 삶을 꿈꾼다. 하지만 안정이란, 달리 말해 변화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정지한 것들은 계속 정지해 있으려는 관성의 법칙에 지배받기 때문이다. [‘구경꾼에서 행동하는 여행자로’ 중에서]

▲ 베테랑 여행자의 배낭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들어 있다. 심지어 여유 공간마저 남아 있다. 정말로 필요한 것들은 현지에서 구하면 되고, 못 구해도 크게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다. 아마추어 여행자의 눈에는 모든 것이 필요해 보이지만, 베테랑 여행자는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적응력이다. 먼 길 떠나는 여행자일수록 짐이 가벼워야 한다. 배낭 속의 짐뿐만 아니라 머릿속에 든 짐까지. 여행이란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이나 신념을 공고히 다지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을 때, 떠나라’ 중에서]

▲ 그리고 누구나 자신이 서 있는 계단을 출발점으로 삼아 인생을 살아간다. 수련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서 있던 계단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계단을 수없이 목격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도저히 불평불만을 쏟아낼 수 없을 만큼 높은 계단에 내가 서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곤 한다.

나에겐 살기 위해 경쟁할 기회는 물론 세상을 여행할 자유와 숙식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재능까지 주어져 있지 않은가. 지금 이 계단만큼이라도 올라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면 ‘절망’이니 ‘의욕 상실’이니 하는 말은 도저히 함부로 사용할 수 없으리라. [‘여행과 방랑 사이에서 외줄타기’ 중에서]

▲ 이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중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꼽으라면 ‘넌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떤 삶이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무한한 좌표 위에서 반드시 고정불변의 그래프를 그려놓고 그 직선만을 따라가 사는 인생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누구도 나의 그래프를 함부로 그리게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고, 권리이며 선물이기 때문이다.

수련 여행자로서 마지막 비행기에 올라 이륙을 기다릴 무렵, 쿠알라룸푸르에서 비르기트 로만과 나누던 대화가 새삼 떠올랐다. “정말로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고 싶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일단 시작을 해야죠.” [‘여행의 끝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중에서] 


여행으로 인생의 방향타 바로잡을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젊은이들을 생각해 봤다. 저자처럼 대학 졸업을 앞둔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 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다행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처럼 어려운 관문을 뚫고 직장에 취업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실의에 빠져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청년 실업이 몇 년째 이어져 오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지만, 제대로 해결할 정답이 없다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새로운 대안을 보는 것 같았다.

저자 역시 실내건축학을 전공한 독일의 평범한 청년으로, 졸업논문을 마치고 구직을 앞두고 있었다. 저자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우연히 중세 장인들이 떠났던 수련 여행에 대해 알게 됐다. 그렇게 스물여덟의 청년 파비안은 단돈 30만 원을 들고 수련 여행을 떠났다.

그는 2년 2개월 동안 10개국을 여행했으며, 먹을 것과 잠자리만 제공받는 조건으로 현지에서 일을 구해 비용을 충당했다. 이 기간 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끼니를 거른 적도 있으나 세계적인 유명인과 얼굴을 맞대고 일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무엇 하나 계획한 것 없이 떠났지만, 수련 여행이 끝났을 때 그는 자기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돼 있었다.

우리 젊은이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수련 여행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좁은 이 땅에서 어렵게 직장을 구하려 애쓸 게 아니라 시각을 넓은 곳으로 돌리면 좋을 거 같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게 이 세상이다.

이제 우리도 당당하게 세계 시민으로서 자격을 갖췄다. 세계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펼쳐보기 권해 본다. 이 책이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기회가 되면 좋겠다.

인생의 방향키는 바로 자기 자신이 쥐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할 것이다. 좌로 갈지, 우로 갈지, 아니면 앞으로 갈지에 대한 선택은 바로 자기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인생의 방향키를 제대로 잡고 인생의 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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