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미술관 건립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인구 120만의 경기도청 소재지이자,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등 문화유산이 풍부한 역사문화 도시이지만 미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공연장을 갖춘 수원 SK아트리움의 개관과, KT위즈파크 야구장이 생긴 이후 이러한 미술 갈증은 더해졌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은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사기업인 (주)현대산업개발이 300억 원 규모의 미술관 건립을 시작됐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행궁 옆 부지에 연면적 9,661.94m 규모로 건립됐다. 총 5개의 전시실, 2개의 전시 홀, 2개의 교육실, 아트 앤 디자인 라이브러리, 카페테리아, 뮤지엄 라운지 등을 갖췄다.
▲개관을 앞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실내 전시장 모습. 사진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미술관 명칭에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브랜드가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아직 수원에서 논란이 벌어지며 시의회 조례 통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국내에서 기업이 300억 이상을 기부해 시립 미술관을 지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문화 사업을 위한 기업의 기부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문화가 형성돼야 더 많은 기업이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미술관의 성격은 명칭이 아니라 소장품이나 전시, 교육을 통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ICT 융복합 미술관, 미술교육의 장으로서
수원만의 미술관 정체성 찾아나갈 것”
10월 개막 팡파르를 울리는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은 현대미술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한편, 문화관광 거점 기능의 강화라는 목표 아래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경. 사진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장품, 관장, 학예직 인력 등이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지만, 수원의 첫 시립 미술관 건립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개관 전시는 수원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내거는 축제의 장으로 열린다.
개관전 ‘수원 지금 우리들 NOW US / SU WON’은 국내외에서 창작 역량을 펼쳐 온 지역 작가 110여 명이 참여한다. 수원 미술의 지나간 시간들을 살펴보고, 현재 수원 미술계의 현황을 점검해보자는 기획이다.
주제어 ‘NOW’는 시간의 현재성이자, 과거를 품으며 미래를 지향함을 의미한다. ‘US’는 수원시민 모두가 앞으로 이루어 나갈 새로운 변화의 동력을 의미한다.
▲개관전에 전시될 김학두 작가의 ‘자연산 과일’.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수원 미술을 이끌어 온 원로, 중진, 신진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아카이브 룸에서는 영상, 사진, 도록, 포스터, 리플렛 등을 통해 수원 미술 관련 자료를 공개한다.
초기 신생 미술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세계적인 작가 초대나 국내 최고 인지도의 작가 초청 전시를 염두에 두기도 했었지만, 수원 지역 공동체의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우선 지역 작가 중심의 ‘잔치’ 콘셉트 개관전을 열게 됐다는 설명이다.
개관 전시와 함께 열리는 특별전 ‘아주 史적인 이야기’전은 수원 시민 개개인의 삶이 역사이며, 시민들의 이야기가 곧 수원의 이야기라는 의미에서 시민 참여형 전시로 꾸려진다.
시민 공모를 통해 오래 간직해온 책, 엄마의 사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물건 등 각자의 사연이 담긴 다양한 애장품이 출품된다. 세대를 초월해 시민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으로서의 미술관 역할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겼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은 10월 개관전을 시작으로 ‘패러다임의 전환(가칭)’, ‘수원 지역 작가 연구전(가칭)’, ‘나혜석 탄생 120주년 기념전(가칭)’, ‘행궁 앞 웹툰 왕국(가칭)’, ‘미술 특별 체험전(가칭)’, ‘어린이를 위한 미술 특별전(가칭)’을 준비 중이다.
전승보 수원시 미술관운영추진단 전시감독
“새 관장이 콘셉트 잡아나갈 것”
“시민들이 찾고 싶어하는 미술관으로 만들기까지 3년간은 지켜봐주십시오.”
10월 8일 개관을 앞둔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의 전시를 총괄하는 전승보(52) 수원시 미술관운영추진단 전시감독의 당부다. 개관전시 설명회를 위해 서울에서 CNB와 만난 전 감독은 “미술관 건립과정에서 일고 있는 기업 명칭 사용에 대한 논란은 내 소관이 아니며, 충실한 전시를 꾸리는 것이 나의 당면 과제”라며 “개관 전시와 향후 미술관 전시 콘셉트에 대한 구상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전승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전시감독. 사진 = 왕진오 기자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의 명칭에 대해선 개관을 앞둔 상황에서 시민단체와 미술 관련 인사들이 ‘기업 명칭을 미술관에 사용하는 것의 적합성’을 놓고 수원시와 대립 중이다.
전승보 감독은 “염태영 수원시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술관의 성격은 명칭이 아니라 미술관이 소장한 소장품이나 전시, 교육을 통해 결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며 “나도 이에 걸맞게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수원에 처음 들어서는 미술관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수원 지역 작가 111명의 400여 작품을 추석 연휴 기간에 미술관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문화 정립을 우선과제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존 미술관이 없는 상태에서 올바른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가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미술관 문화는 특정 소수의 사람들만이 향유해 오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대해 작지만 답을 내놓겠다”고도 설명한다.
그는 또한 “수원 시민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갈 수 있고, 거부감 없이 즐겨찾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완성을 위해 열린 미술관 전시를 꾸려보겠다”고 덧붙였다.
수원시립아이파크 미술관이 아직 등록 미술관이 아닌 상태에서 개관전을 준비하는 데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대해 전 감독은 “시의회에서 조례가 결정된 이후에 관장 선임과 직제가 마련될 것이다. 또한 등록 미술관 구비 조건인 소장품의 콘셉트도 관장과 학예직 인력이 충원되면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시민과 함께한다는 대의에 따라 열리는 개관전을 오픈 축하의 의미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수원시립아이파크의 특화 콘텐츠로 △ICT 융복합 미디어아트 복합 장르 △참여와 체험으로 미술관 교육의 전환을 이루는 에듀컬처 △수원 지역 작가를 위한 지역 미술 활성화 △생태도시를 위한 창의적 상상력을 중장기 계획으로 삼겠다”는 포부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