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골프세상만사] 능구렁이 품은 18세 소녀 리디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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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리디아 고는 9월 13일 프랑스 레방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 클럽(파71, 6453야드)에서 끝난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렉시 톰슨(미국, 10언더파 274타)을 6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아쉽게도 3라운드까지 우승을 달렸던 이미향(22·볼빅)은 합계 7언더파 277타로 끝내 이일희(27)와 함께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무서운 신예 열정이 메이저 대회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두 선수의 행보를 지켜봤지만, 타수를 줄이기 위한 마지막까지 페어웨이를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메이저 코스가 바뀌면서 그린이 거칠고 기상 악화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페어웨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샷 메이킹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미향 선수에게는 선두 자리가 부담으로 느껴졌는지 경기가 잘 안 풀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극단적인 행동 지연과 행동 실천이 갈리듯, 인간의 다양성이 그대로 필드에서 드러난다. 서두르지 않으며 3라운드까지 상위권을 지키던 리디아 고는 어느새 4라운드에서부터는 주저 없는, 과감한 행동 실천을 보였다. 그 결과 마지막 18번 홀까지 버디를 이뤄내고 절호의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아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마지막 샷 우승 버디를 마친 리디아 고가 덧니를 내보이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웃는 모습은 여전히 18세 소녀였다.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에비앙 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총합계 16언더로 메이저 대회 역사상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경기 4라운드까지 끌고 가는 동안 그녀의 모습은 구렁이 몇 마리를 끌어안은 할아버지 같은 남다른 여유와 재능, 그리고 집중력이 엿보였다. 또한 선동되지 않는 고도의 테크닉과 전략으로 차근차근 4라운드까지 밀고 가는 힘엔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순수함이 있었다. 그녀가 다섯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경험과 노하우가 한꺼번에 우러나온 결정적 에너지이기도 했다.
끝까지 페어웨어 지키는 그녀만의 마이웨이 고단수 배워야
한국 선수들이 소속사, 선배, 선생님, 코치, 갤러리 눈치를 보며 기술력을 연마할 때, 그녀는 이미 골프를 나름대로 즐기는 법을 제법 빨리 몸으로 습득했다. 거칠 것 없는 도전과 여유, 진정한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되기 위해 장갑을 벗을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은 결과다.
리디아 고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격에 찬 눈물을 보이며 “나도 놀라고 감동스러운 결과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며 “내 경기에만 집중하려 했고, 샷도 좋았고 퍼트가 모두 잘 됐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의 2015 에비앙 챔피언십 메이저 대회 세계 최연소 기록 우승을 계기로, 메이저 사냥꾼으로서 그녀가 보여줄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거침없는 질주가 기대된다.
(정리 = 김금영 기자)
손영미 골프 칼럼니스트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