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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디자인 시리즈 ⑦ 렉서스] ❶ 확 바뀐 전면 "이래도 무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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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49호 안창현 기자⁄ 2015.09.24 08:48:10

▲2014년 디트로이트 오토쇼 개막을 앞두고 공개한 렉서스 신형 하이브리드 ‘IS’ 모델. 사진 = 렉서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무난하다 못해 정숙한 느낌마저 들던 토요타와 렉서스 디자인이 급격히 바뀌었다. 특히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디자인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올해 제네바 모토쇼에서 렉서스가 공개한 콘셉트 카 LF-SA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LF-SA는 현장에서 대담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은 만큼이나 비판도 많이 받았다. 렉서스 관계자들이 가까운 시기에 양산될 차가 아니라고 해명할 정도였다고 한다.

특히 렉서스의 파격적인 그릴 디자인은 기존 이미지를 반전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디자인이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2011년 콘셉트 카 LF-GH에 ‘스핀들 그릴(Spindle Grille)’이 적용되면서부터다.

스핀들 그릴은, 그릴을 가운데 축을 중심으로 홀쭉하게 찌그러뜨려 모래시계를 연상하도록 한 형태다. 렉서스는 주행 성능을 강조하는 모델은 상단 그릴을 더 크게, 승차감을 중시하는 모델은 상단과 하단 그릴을 비슷하게 만드는 등 그릴 형태를 변주하면서 다양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

렉서스 브랜드를 총괄하는 후쿠이치 토쿠오 디자이너는 “누가 봐도 좋은 디자인보다는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인상적인 디자인이 렉서스의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렉서스는 이렇듯 대담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 전략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들 중에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토요타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경제성과 대중성, 안정성 등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토요타는 최고 품질을 지향하는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소비자들에게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특히 토요타는 일찍부터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으로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생산, 연료전지 차량의 제안 등 선도적인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친환경차 부분을 리드하고 있다.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지향하는 토요타가 좋게 말하면 ‘친숙한’, 나쁘게 말하면 ‘무난한’ 카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래서 토요타의 차종과 차급 사이에 어떤 공통된 디자인 요소를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국민대 자동차디자인학과 구상 교수는 “토요타의 이런 디자인 특징은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토요타의 기본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 디자인의 정체성을 부여하기보다 차종별 개성과 특징을 개발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중적인 브랜드를 지향한다 해도 자동차 디자인에서 최신 트렌드를 따르거나 모방하는 수준으로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었다.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선택할 때 점차 디자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토요타는 2000년대 초부터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2015년 제네바 모토쇼에서 렉서스가 공개한 콘셉트 카 LF-SA. 사진 = 렉서스

구상 교수는 “일본의 전통 문화에서 비롯된 문화적 특징을 점차 토요타 디자인에 접목하는 노력을 보였다. 새로운 토요타 브랜드와 디자인 방향성을 드러낸 것이다. 기존의 ‘품질 중심’이라는 기본 전략에 ‘디자인 강화’라는 정책을 추구해 변화를 시도했다. 그래서 최근 발표되는 토요타 차들은 대중성이 강한 다소 무난한 이미지에서 점점 스포티하고 역동적인 성향의 디자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 ‘L-피네스’

이런 디자인 전략의 변화는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난다. 렉서스는 1980년대 초반 토요타가 세계적인 고급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을 경쟁 목표로 설정하고 선보인 럭셔리 브랜드다.

토요타는 ‘경제적인 차’, ‘품질 좋은 차’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이미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었지만, 당시까지 경쟁력 있는 고급 차종을 갖지는 못했다. 1989년 ‘LS400’ 모델이 렉서스 브랜드로 출시되면서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진출은 본격화됐다.

렉서스는 다른 고급차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판매가와 ‘고장률 제로’에 도전하는 고품질 전략으로 벤츠나 BMW의 아성에 도전했다. 특히 당시 “영혼을 울릴 뿐, 다른 진동은 없다”는 렉서스의 광고 카피에서 보듯, 안락함과 정숙한 승차감을 내세웠다.

그런데 디자인에서 렉서스는 토요타의 안정적이고 무난한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구상 교수는 “25년 전 렉서스가 처음 나왔을 때 렉서스에게 중요한 것은 고급차 시장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디자인 측면에서 렉서스 모델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급차들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롯데월드몰 안에 위치한 렉서스 브랜드 체험공간 ‘Connect To(커넥트투)’. 사진 = 렉서스 코리아

렉서스만의 개성이 드러난 것은 2000년대 들어와서다. 구상 교수는 “아마도 렉서스는 고급차 브랜드로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다른 역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을 점차 깨달았을 것이다. 렉서스가 다른 고급차와 달리 독특하고 대담하면서, 동급 경쟁 모델들과 다르게 생긴 차를 선보인 것은 그 때문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디자인 북’의 저자 조경실 디자이너는 책에서 렉서스 디자인의 특성을 ‘제이 팩터(J-factor)’와 ‘L-피네스(L-finesse)’로 설명했다. 2004년 토요타와 렉서스의 디자인 총책임자로 활동한 와헤이 히라이(Wahei Hirai)의 용어다.

“제이 팩터는 와헤이 히라이가 일본 디자인의 본질은 무엇인지 오래 전부터 조사해 얻은 결론이라고 한다. ‘제이 팩터’라고 불리는 일본적인 요소에는 단순히 일본의 전통 예술, 스시(Sushi), 후지산 등을 기반으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이테크, 아니메(Anime), 컴퓨터 게임 등 현재 일본의 특징도 포함하고 있다”고 조 디자이너는 설명했다.

일본의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어서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일본의 역사와 미래, 전통 문화와 기술 등 일본의 상반된 요소가 조화를 이뤄 새로운 디자인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조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이런 제이 팩터가 토요타와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와헤이 히라이는 일본 문화와 전통적인 요소들을 참조해 렉서스 디자인의 정체성을 형성했다. 사무라이의 검에서 연상되는 차갑고 예리한 선과 면, 일본 전통 가옥의 창문틀과 날렵해 보이는 지붕 처마 형태에서 모티브를 얻어 렉서스의 스타일에 반영하는 것이다.

▲렉서스의 4세대 ‘LS F 스포트’. 사진 = 위키미디어

조경실 디자이너는 “특히 와헤이 히라이는 ‘L-피네스’로 불리는 디자인 전략으로 렉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 공고히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Leader)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차란 의미의 ‘L’과 기교, 솜씨, 신기함이라는 뜻의 ‘피네스(Finesse)’를 핵심 키워드로 사용한 것이다. 이런 전략은 렉서스 차체가 전반적으로 날렵한 선과 면을 사용하고, 절제되고 스포티한 스타일 감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렉서스는 ‘L-피네스’가 기술 발전에서 비롯하는 기계적인 새로움과 인간적인 감성을 자동차 디자인에 함께 담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렉서스 브랜드의 중흥을 위해 도입된 ‘L-피네스’는 이제 단순한 디자인 전략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자동차를 선보이는 렉서스의 철학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사실 이전의 렉서스가 독일 고급차 모델을 단순 벤치마킹한 것으로 평가 절하되기도 했던 반면, 최근의 전략과 디자인 방향을 통해 렉서스 브랜드의 정체성이 분명해졌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렉서스의 첫 인상 바꾼 ‘스핀들 그릴’

지난 2011년 뉴욕 오토쇼에서 렉서스는 차세대 GS의 콘셉트 카로 LF-GH를 선보였다. LF-GH는 한층 대담하고 강렬해진 전면부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이것이 바로 스핀들 그릴의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자동차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지만, 차 앞면의 중앙에 위치한 탓에 보통 기능보다 그 차의 ‘얼굴’로 평가받는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그릴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릴의 디자인은 브랜드의 패밀리 룩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에게 차의 첫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렉서스는 기존 모델의 독자성을 계승한 역사다리 꼴의 상부 그릴과 여덟 팔(ハ)자로 펼쳐진 하부 그릴을 결합해 일체화하고 보다 강조한 형태로 ‘스핀들 그릴’을 구축했다.

이 새로운 디자인 아이콘은 이후 렉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게 되는데, 스핀들 그릴이 최첨단 기술과 일본 고유의 감수성을 접목하는 ‘L-피네스’에 뿌리를 뒀다는 설명이다.

스핀들 그릴의 적용은 사실 렉서스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시도들 중 하나로 이미 2005년부터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렉서스 관계자들이 “스핀들 그릴의 시작은 사실 오래됐다. 점차 진화해 지금의 완성된 형태를 갖게 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렉서스 첫 소형 SUV ‘NX 200t’. 사진 = 렉서스 코리아

스핀들 그릴의 주된 특징은 상단과 하단의 조화에 있다. 역동성을 강조하는 IS와 GS 모델은 상단 그릴이 크고, ES와 RX와 같이 균형이 중요한 차는 위와 아래의 크기가 비슷하다. 반면 F 스포트와 같은 성격의 차량은 상단 그릴을 아래보다 작게 만들어 극단적인 역동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스핀들 그릴의 본격적인 적용은 2012년 풀 모델 체인지를 단행한 렉서스의 스포츠 세단 GS에서 시작됐다. 그릴이 있는 전면에 초점을 맞춰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강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외관 디자인을 선보였다.

GS의 스핀들 그릴은 사다리꼴의 상부 그릴보다 하부 그릴이 더 강조된 디자인이었다. 공기를 집어넣는 하부 그릴 쪽은 앞쪽 타이어의 냉각 부분과 연결돼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지원하기도 한다. 뛰어난 브레이크 냉각 성능을 확보하는 기능적인 면도 고려한 것이다.

그릴 주위는 그릴의 평면보다 높은 위치에 장착된 헤드램프 클러스터가 감싸고 있다. 이는 렉서스 모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이기도 하다. 차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시선이 가도록 유도해 렉서스 디자인의 이미지와 속도감, 날렵함을 전달한다.

GS에 이어 렉서스의 크로스오버 RX에서도 스핀들 그릴을 적용, SUV임에도 저중심의 날렵한 앞모습을 통해 강한 개성을 부여했다. 사다리꼴의 그릴과 범퍼 하단의 그릴이 어울려 하나의 스핀들 그릴로 보이는 RX 고유의 형태를 보여준다.

이런 스핀들 그릴의 적용은 렉서스의 국내 베스트셀러인 ES와 플래그십 모델 LS에도 계속 이어졌다. ES 6세대는 GS나 LS에 비해 측면의 수평축 높이가 아래로 내려와 상단과 하단의 사다리꼴 모양이 거의 대칭으로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LS는 플래그십 모델답게 대형 스핀들 그릴 전체에 크롬 몰딩이 적용됐고, 하단 그릴의 양 옆에 외부 그릴이 추가로 배치돼 대형 세단으로서의 웅장함을 표현했다.

렉서스는 향후 모든 차량에 스핀들 그릴을 지속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렉서스 관계자는 “스핀들 그릴은 렉서스의 고유함을 상징한다”면서 “차세대 모델 역시 대담한 전면 디자인은 물론 제품별 소비자 취향에 맞도록 정교하고 섬세하게 변화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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