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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 사극 도전 브라이언] “미국 뮤지컬 진출까지 달립니다”

‘바람처럼 불꽃처럼’에서 김한나와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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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4호 김금영 기자⁄ 2015.10.29 09:06:04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에 출연하는 배우 김한나(왼쪽)와 브라이언.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개막을 일주일 정도 앞둔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 연습실을 방문했다. 다들 한창 연습에 열중인 가운데, 아픈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매의 눈으로 연습 현장을 지켜보는 김한나 드림뮤드 대표와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연습하는 브라이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의 주역인 이들은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은 김 대표가 극본, 작사, 연출, 그리고 출연까지 도맡은 창작 작품이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절개와 망부석 설화의 주인공인 국대부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김 대표가 국대부인, 브라이언이 박제상 역을 맡았다. 5월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초연에서도 김 대표는 국대부인으로 출연했다. 재연에도 다시 출연할 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 작품은 제가 12년 전 직접 신라의 역사가 깃든 경주, 망부석 설화의 배경인 치술령을 돌아다니고 조사하며 쓴 작품이에요. 요즘 시대에는 이해하기 힘든, 나라를 위해 왕자를 구하고 죽음을 택한 박제상 이야기가 궁금하면서도 가슴에 와 닿았죠. 그리고 남편 박제상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된 김씨부인의 애절한 사랑도 인상적이었어요. 작품의 큰 두 가지 주제는 절개와 사랑입니다. 나라를 위한 박제상의 절개, 그리고 아내 김씨부인과의 애틋한 사랑을 중심으로 역사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두 테마라고 생각했거든요.”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에서 브라이언(왼쪽)은 신라의 충신 박제상, 김한나는 박제상과 애절한 사랑을 이어간 김씨부인을 연기한다. 사진 = 드림뮤드

실상 역사 뮤지컬은 극심한 호불호에 시달린다. ‘명성황후’ ‘영웅’ 등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 작품이 있는가 하면, 지루하고 어렵다는 선입견에 관객에게 외면 받은 작품들도 다수다. 여기서 김 대표는 박제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왜 박제상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냐는 질문이 많아요. 우리나라 역사는 대부분 승자를 기억하고 기록하잖아요? 하지만 전 그 승자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박제상이라는 인물을 찾아냈죠. 박제상은 신라가 기반을 유지하고 삼국통일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승자를 만드는 기반엔 결국 나라의 백성, 즉 오늘날의 국민이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박제상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더 감동과 동질감을 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박제상 역을 브라이언이 맡았다는 소식은 의외였다. 평소 브라이언은 발랄한 ‘예능돌’(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아이돌), 꽃미남 이미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 또 재미교포 출신인 그가 도전하는 첫 역사극이기에 관심과 동시에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브라이언 스스로도 “처음 제의를 받고 정말 많이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첫 사극 브라이언 “고민 많았지만 포기는 더 싫어”

“뮤지컬 ‘렌트’ ‘남자가 사랑할 때’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 경험을 쌓았지만, ‘바람처럼 불꽃처럼’은 유독 부담스럽고 두려웠어요. 하지만 연기에 욕심이 있으니 발전하려면 두려움보다 도전 의식이 앞서야 한다고 생각했죠. 사극이라는 부담감에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 연기할 때마다 생각나며 후회할 것 같았고요. 또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게 맞을지, 재미있을지를 고려해요. 그런데 스토리를 듣고 박제상과 김씨부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어요. 그 감동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브라이언의 음악은 많이 들었지만 연기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 걱정이 앞섰었다는 김 대표는 “이렇게 습득이 빠를 줄 몰랐다.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배우”라며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금 잘 따라오고 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번 작품에서 브라이언은 1999년 데뷔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으로 변신한다. 인터뷰 이전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 콘셉트 사진을 보며 브라이언을 찾았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덥수룩한 수염에 신라 시대 의상을 입고 진지한 표정을 지은 그를 못 알아본 것. 꽃미남 외모로 여장을 하거나, 마초적 또는 귀여운 매력을 부각시킨 모습은 익숙했지만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의 모습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은 뭔가 모를 낯선 매력을 풍겼다.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은 신라 역사와 당시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5월 초연됐고 10월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재연 무대를 가진다. 사진 = 드림뮤드

“저도 사진 촬영을 한 뒤 제 모습을 제가 못 알아봤어요. 수염을 붙이고 주름도 그리고 모자를 썼죠. 하지만 이 과정을 오히려 즐겼어요. 연기할 때 100% 다른 사람이 되는 과정이 정말 즐겁거든요. 이번 공연에서 좀 더 진지하고 성숙한 모습의 브라이언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김 대표도 이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처음엔 브라이언이 워낙 동안이라 나하고 나이 차이도 있는데 과연 부부로 보일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이 싹 달라지더라고요. 연기 세포가 강하다고 생각했지요. 배우들은 100%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걸 좋아해요”라며 “저 또한 강하늘 배우와 박정자 선생님이 열연한 ‘헤롤드 & 모드’를 보며 극 중 80세 할머니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신은 늘 배우를 가슴 뛰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브라이언의 출연도 다른 점이지만 이번 재연을 초연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보여주기 위해 김 대표는 유독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초연 때 이야기 전개가 다소 빨라 이해가 어려웠다는 의견을 수용해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비극이지만 마냥 울 수만은 없기에 웃음 코드를 주기 위해 노력했지요”라며 “음악도 좀 더 다이내믹하면서 현대적인 멜로디를 추가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이 계속 흐름을 쫓아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신경을 기울인 부분이 대사예요. 역사극에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어려운 단어와 어투입니다. 출연 배우 대부분이 30대인데 딱딱한 대사를 소화하지 못할까 걱정했어요. 고전적인 대사가 어색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한국어가 지닌 품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좀 더 쉽게 풀어쓰는 데 집중했어요.”

이에 브라이언은 “사극 드라마가 제겐 어려워 잘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대본을 봐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이 정도면 사극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공연을 즐기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또 중점을 둔 건 배우들의 캐릭터 구축이다. 극 중 박제상은 신라 눌지왕 때 볼모로 간 두 왕자를 구출하고 일본에 잡혀 오형(범죄자에 대한 5가지 형벌)을 당하지만 끝까지 충심을 간직한 인물이다. 김씨부인은 이런 박제상을 기다리면서 훗날 좋은 세상을 이룰 후손들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인물로 그려진다. 브라이언과 박형규가 박제상, 김 대표와 전수미가 김씨부인을 연기한다. 김 대표는 각 4명이 모두 다른 박제상과 김씨부인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의 공식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한나(왼쪽)와 브라이언. 사진 = 김금영 기자

“작가와 연출이 캐릭터를 정해 배우에게 요구하는 건 옳지 않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건 꼭두각시죠. 캐릭터는 그 배우의 색에 맞춰 창조돼야 합니다. 브라이언에게 같은 배역의 박형규 같은 색을 요구하는 건 억지죠. 배우는 소신껏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면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해요. 제가 작가, 연출로서 중심 뼈대는 잡아줄 수 있겠지만 거기에 살을 붙이는 건 배우의 능력입니다. 작품의 흐름에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배우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요.”

김 대표는 “멀티 캐스팅일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다양한 매력입니다. 예컨대 짬짜면은 짬뽕과 짜장면 모두를 먹고 싶어서 시키는 건데, 짬뽕에서 짜장면 맛이 나면 되겠어요?”라며 “각 배우들이 복제품을 만들기보다 창조품을 만들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극본-작사-연출-출연까지 맡은 김한나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

이에 브라이언은 캐릭터 분석에 한창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박제상은 나라에 대한 절개, 아내에 대한 사랑 모두 버리지 않은 멋진 남자”라며 그가 김 대표에게 캐릭터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펼치는 모습에서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확인했다. 브라이언이 한국에 이름을 알린 건 가수로서였지만, 애초 미국에서 고교 시절 뮤지컬을 전공하며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항상 뮤지컬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뮤지컬은 연기도, 음악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동양인에게 기회가 별로 오지 않았어요. 주인공 역할은 항상 백인을 쓰기 일쑤였거든요. 그런 현실에서 뮤지컬에 대한 꿈을 잡시 접고 한국으로 와 가수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어요. 가수로서의 꿈도 소중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애정은 늘 가슴속에 있었어요. 이렇게 뮤지컬 활동을 하며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지만, 가장 큰 꿈은 미국 뮤지컬로 진출하는 거예요. 남들은 웃을지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만 꿈은 얼마든지 꿀 수 있잖아요?”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동료 가수 환희도 브라이언의 꿈에 응원을 보냈다. 출연 뮤지컬을 보고 “생각보다 잘해냈다. 즐겁게 잘 봤다”며 짧지만 진심 담긴 축하를 건넸다고. 김 대표도 “첫 사극 도전인 이 작품을 통해 브라이언이 한층 더 성숙하고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라이선스 뮤지컬이 점령한 시장에서 우리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부탁했다.

“참 어려운 소재를 택했다고, 왜 흥행하기 힘들 것 같은 이야기를 굳이 뮤지컬로 무대에 올리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야말로 현재 이 시대에서 사람들을 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남을 위해 희생하고 절개를 지키며 서로 사랑하는 미덕, 그 미덕이 진정 이 시대에 필요하거든요. 공연을 보면서 감동과 위로, 힐링을 받았으면 합니다. 더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인터뷰 뒤 연습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가 희망찼다. 공연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10월 31일~11월 29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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