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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시대가 많이 달라졌고 미술관들이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여전히 미술관 문턱은 높다. 그림을 배우기만 했던 학창 시절 때문에 그림에 담긴 의미, 미술사, 기법 등을 모르고 그림을 보면 뭔가 남는 게 없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가운데 저자는 전작 ‘출근길 명화 한 점’에서 미술관에 갈 여유도 없이 일상에 파묻힌 독자들에게 출근길에 버스 창밖 풍경을 보여주듯 편하게 명화를 소개했다.
‘명화 보기 좋은 날’은 ‘출근길 명화 한 점’의 두 번째 시리즈다. 저자는 “명화를 더 가깝고 친근하게 그리고 낮게 바라보길 바란다”며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명화”라고 강조한다. 전작이 서양의 회화 위주인데 반해, 이번 책에서는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위주로 실었다. 사람들 속에 자리 잡은 공공 미술도 다룬다.
저자는 흔히 말하는 명화라는 명성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림을 일껏 조각내 분석하지도 않는다. 단지 화가가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어떤 그림이 어떻게 위로를 줬는지 이야기한다. 85세의 나이에 길거리에 버려진 뒤 그림을 시작한 흑인 노예 출신 화가 빌 트레일러(Bill Traylor)를 예로 들며 저자는 아무리 줘도 닳지 않는 희망을 말한다. 프레데릭 레이턴(Frederic Leighton)의 그림 ‘구불구불한 실타래’를 보며 인생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담담하게 고비를 마주하자고 위로를 건넨다. 화가들의 삶과 열정, 그가 남긴 그림으로부터 얻은 삶의 가치는 생생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이소영 지음 / 1만 6000원 / 슬로래빗 펴냄 / 367쪽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