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오⁄ 2015.11.02 17:53:05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수년째 생사 논란에 휩싸였던 천경자(1924∼2015) 화백이 지난 8월 6일 새벽 미국에서 사망했다는 10월 22일자 보도로 인해 그간의 의혹이 사그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10월 27일 천 화백의 유족인 장남 이남훈, 차녀 김정희, 사위 문범강, 며느리 서재란이 "(고 천 화백과 함께 미국에서 거주한) 장녀 이혜선 씨는 유족 대표가 아니다. 어머니의 유해를 어디에 모셨는지 알려 달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로 다음날 장녀 혜선 씨(70)는 또 다시 언론을 통해 "내게 남은 일은 엄마 유해와 작품을 지키는 것뿐"이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불편한 심기가 묻어나는 인터뷰였다.
현재 국내에서는 1991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일명 '미인도(원래 작품 제목은 '여인과 나비')' 위작 논란에 대해 재확인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상태다.
예부터 우리는 망자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함구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 화백에 대해서는 끊이지 않고 소리가 나고 있다. 그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한 미숙한 처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잡음의 기승전결에는 장녀 이혜선 씨의 주장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 천 화백이 묻힌 곳이나, 장례를 치른 성당, 미국에서의 사망 증명서 등 그 어느 것도 확인되지 않는 상태에서 오로지 혜선 씨의 발언에 따라 여러 사안이 제기됐다가 해결책도 없이 가라앉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년간 언론-관계기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천 화백의 근황에 대해 일언반구 말이 없던 혜선 씨의 한마디 말에 모든 사태가 일단락되는 것이 요즘 모양새다.
이혜선 씨는 “(어머니) 한 개인에 대해 (언론이) 이상할 만큼 관심이 높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지속했다. 천 화백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었고,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위상이 남다른 공인이란 점을 망각한 발언들이었다.
고 천 화백과 관련된 무성한 잡음은 다른 요구가 아니다. 관련 자료를 '눈으로 볼 수 있게' 공개를 하라는 것이다.
말만 무성한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서는 소장 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무책임한 대응도 해결되어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작가 측이 한사코 반대하는데 미술관이 공개하고 전시하는 것은 싸움밖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결정한 것"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10월 30일 서울시립미술관 로비에서, 묘소의 위치도 확인 못한 상태에서, 일부 가족들이 주축이 되어 치러진 추모식이 모든 논란의 종식을 의미할 수는 없다.
책임 있는 기관과 당사자들이 천 화백의 죽음과 관련해 납득할 만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활화산처럼 뜨겁게 살다 바람처럼 가버린 그를 온전히 영면하게 해주는 첫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