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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 조선형 으랏차차스토리 대표] “찌질하고 유치? 어느새 웃고울게 될걸요”

연극 ‘형제의 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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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6호 김금영 기자⁄ 2015.11.12 08:48:34

▲연극 ‘형제의 밤’의 연출이자 배우를 맡고 있는 조선형 으랏차차스토리 대표.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걸그룹 EXID는 대중의 열망에 의해 노래 ‘위아래’가 음악차트를 역주행하며 사랑받았다. 대학로에서는 연극 ‘형제의 밤’이 올해만 다시 세 번째 무대로 끌려오며(?) 앙코르 공연을 갖고 있다. 기간도 점차 길어졌다. 2013년 초연 땐 단 3일만 공연했는데, 점점 길어져 수현재씨어터에선 2주 정도 공연했고, 이번엔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10월 6일~12월 31일 약 두 달 정도 무대에 오른다.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해 온 조선형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소감을 묻자 “식상하다 여길지 모르지만 진짜 감사하다고 할 수밖에 없어요”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지난 2014년엔 공연 자체에 대한 평은 좋았지만 세월호 참사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리고 2015년엔 메르스 사태가 공연 기간과 겹쳤죠. 이런 어려움 가운데 꾸준히 저희 공연에 애정을 갖고 찾아주신 관객들 덕분에 세 번째 앙코르 무대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연극 ‘형제의 밤’은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재혼으로 형제가 된 수동과 연소는 같은 집에서 13년 동안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을 유일하게 이어주던 부모님의 죽음으로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다.

라디오 PD를 꿈꾸며 언론고시를 준비 중인, 약간은 소심한 기질의 수동. 그리고 사기 당하는 등 사고를 치지만 늘 상황을 낙천적으로 보며 곱창집을 운영하는 연소. 둘은 성격 자체부터 맞지 않는다. 수동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무식한 연소가 못마땅하고, 연소는 늘 책만 끼고 살며 부정적인 수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상을 치르고 돌아오는 길에서마저 두 형제는 치열하게 싸우고, 수동은 집을 나와 혼자 살겠다고 선언한다. 이어 유산 상속 문제로 싸우기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두 형제는 숨겨왔던 진심을 꺼내며 조금씩 소통하기 시작한다.

실상 거창하고 화려한 공연은 아니다. 그런데 그래서 더 가슴에 와 닿는 묘한 매력이 있다. 입양, 재혼 가정은 이제 드문 이야기가 아니다. 친형제마저 남보다 못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 가족 이야기를 세세하게 풀어나가면서 마치 내 이야기 같은 동질감을 형성한다. 조선형은 공연이 사랑받는 이유를 “어두운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 매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형제의 밤’에서 벌어지는 두 형제 수동과 연소의 싸움은 치졸하고 유치해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 = 으랏차차스토리

“일단은 재밌으니까, 그리고 형식이 독특하니까 사랑받는 게 아닐까요? 재혼 가정, 입양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어두워질 수 있는 주제예요. 하지만 연극 ‘형제의 밤’은 휴먼 코미디를 지향해요. 진정한 가족에 대한 의미를, 어렵고 우울하게가 아니라 유쾌하게 풀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마냥 가벼워서도 안 되고요. 공연을 본 관객이 ‘내가 신나게 웃으며 보다가 어느 순간 울고 있더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바로 그걸 의도했습니다. 재미있게 본 뒤 가슴에 무언가 감동이 남고 자꾸 생각나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어요.”

관객 울리고 웃기는 두 형제의 유치한 싸움 현장

웃음 포인트는 유치한 말싸움과 리얼한 몸싸움이다. 서른이 넘은 두 덩치 큰 남정네가 정말 유치하고 치졸하게 싸운다. 예컨대 수동은 치질을 앓는 연소의 엉덩이를 발로 공격하고, 연소는 수동의 중요 부위를 잡은 뒤 형이라고 부르라고 강요한다. 우산이 필요한 수동에게 망가진 우산을 500만 원에 팔겠다는 연소나, 그런 연소에게 발끈하는 수동이나 유치함의 수준이 도긴개긴이다. 그런데 형제가 싸울 때 유독 “나도 우리 형이랑 저랬다”는 반응이 터진다. 형제의 리얼한 싸움은 극을 집필한 김봉민 작가와 형의 실제 생활이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동 포인트는 믿음이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창밖에 내리는 비를 잔에 담아 함께 마시는 모습이다. 두 형제는 말한다. “이거 소주야. 우리가 소주라고 생각하면 소주야.” 조선형은 “극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이자, 관객에 가장 전하고 싶은 말”이라고 밝혔다.

“서로 속고 속이는 삭막한 세상이죠. 믿음이 절실한 세상에 가장 가까운 가족까지 믿지 못하기도 해요. 하지만 전 믿음의 힘을 믿어요. 극 중 수동과 연소가 치열하게 싸우는 것도 서로를 믿지 못해서예요. 사실 갈등이 굉장히 쉽게 풀릴 수 있는 건데, 믿지 못해서,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괜한 자존심과 고집을 부리죠. 그런데 궁지에 몰린 수동이 자신의 내면을 보여주고 끄집어 낼 때 연소도 변해요.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 거죠. 믿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돼지곱창도 믿으면 소곱창이 되고, 와인도 믿으면 복분자가 된다는 연소의 말처럼요.”

그렇다면 조선형의 믿음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는 스태프와 배우들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지금 조선형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번 공연의 연출이자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 그것도 연소와 수동 역 모두로 출연한다. 배우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무대를 점검하는 동시에 자신도 계속해서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예민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런데 스태프와 배우들에 대한 믿음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사실 고충이 많아요. 초연 땐 배우로서만 참여했다가, 이후 기회가 닿아 연출까지 맡았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정말 재미있지만 에너지가 많이 분산되기도 하죠. 그래도 스태프와 배우들 덕분에 든든해요. 대본을 쓴 김봉민 작가는 물론 계속 인연을 이어온 오준영, 최유리 음악감독에게도 정말 고마워요. 극 중 등장하는 모든 소리는 이들이 직접 녹음했어요. 핸드폰 울리는 소리, 하물며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소리까지 직접 녹음했거든요.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 ‘뭐 하냐’고 전화했더니 ‘이미 몇 시간 전부터 녹음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아마 까다로운 연출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이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조선형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모두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에게 붙은 직함이 참 많다. 배우이자 연출, 그리고 문화 콘텐츠 제작단 ‘으랏차차스토리’ 대표까지.

첫 시작은 배우다. 2002년 SBS 드라마 ‘유리구두’를 비롯해 조선형은 방송 활동 뿐 아니라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청춘밴드 제로’ 연극 ‘그냥 청춘’ ‘겨울 선인장’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원래 꿈은 대통령이었다고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놨다.

배우-연출-대표까지…조선형의 세 정체성

“어렸을 때 집안 환경이 어려워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요.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통령, 의사라고 답했죠.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학예회 때 간단한 공연을 했는데 친구들의 박수갈채에 희열을 느꼈어요. 같이 공연한 친구가 제게 꿈이 뭐냐고 물으며 자기는 ‘스티븐 스필버그 같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영화배우가 돼 그 친구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했죠. 이후 점차 꿈이 희미해진 채로 미대에 갔는데 적성에 맞지 않아 학사경고도 받았어요. 그런데 방황하던 제게 아버지가 ‘너 영화배우가 꿈이 아니었니?’ 묻더라고요. 제가 잊었던 꿈을 아버지가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서로 너무 달라 이해하지 못하고 믿지 못했던 수동(왼쪽, 조선형 분)과 연소(김두봉 분)는 각자의 내면을 털어놓고 소통하며 점차 마음을 열게 된다. 사진 = 으랏차차스토리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자 조선형은 금방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버지가 꾸준히 연기 생활을 응원해줬다”며 “지금도 가장 큰 격려와 응원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당시 어려웠던 가정 형편에 아버지가 돈을 모으고 모아 12만 원을 주며 오디션용 프로필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 프로필 사진으로 여러 방송국 탤런트 공채에 지원했고, 군 제대 이후 채널V의 VJ로 데뷔했다. 그리고 연기에 대한 갈증이 점점 심해져 대학로에 가서 연기를 배웠다. 이후 극단에 들어가 활동하다가 2013년 으랏차차스토리를 설립했다.

“공연계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만나 재미있는 공연을 함께 꾸리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3년 본격 설립하고, 연극 ‘형제의 밤’을 선보였어요. 힘을 낼 때 ‘으랏차차’ 소리를 내는 것처럼 관객에 힘을 주는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는 공연을 선보이는 게 목표예요. 사람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는 예술의 힘은 정말 대단하거든요. 영국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하잖아요?”

조선형은 “문화의 힘을 보다 소중하게 여기며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한다. 자극적이고 빠른 걸 요구하는 시대에 책과 연극, 미술 등을 보는 걸 지루하게 여기기도 한다”며 “하지만 분명 각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과 감동이 있다. 이런 감성을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보여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후 계획을 묻자 ‘자매의 밤’을 예고했다. ‘형제의 밤’을 본 관객과 배우에게서 많이 요청이 들어왔다고. “여배우들의 경우, 공연에 출연하고 싶은데 ‘자매의 밤’은 없냐는 이야기가 많았고, 관객 또한 이젠 자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들 많이 하더라”며 “‘형제의 밤’을 하나의 콘텐츠로 끝낼 생각은 없다. 시리즈화 시키면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대본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형제의 밤’과 더불어 으랏차차스토리의 또 다른 대표작인 ‘청춘밴드’도 각색해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청춘의 열정을 음악에 녹여내는 이 공연에 대해 그는 “정말 좋은데, 아직 뭔가 풀리지 않은 듯한 아쉬움을 보완해 더 좋은 공연으로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 꿈은 “으랏차차스토리를 공연계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것,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건물을 하나 지어 계속 공연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은 허무맹랑한 꿈으로 여겨질 수도 있죠. 하지만 모든 건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부터 시작해요. 연소와 수동도 그랬잖아요? 믿는 순간부터 시작입니다.”

조선형은 스스로에게 ‘으랏차차’ 하며 기운을 불어 넣었다. 믿으면 시작된다는 그의 말을 믿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기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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