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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 소르고] 70년대 집을 요즘공간으로 바꾼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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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6호 안창현 기자⁄ 2015.11.12 08:48:34

▲서울시 이태원에 위치한 유아예술교육기관 ‘소르고(SORGO)’. 사진 = 소르고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세계 최초로 어린이집을 세우고 아이들을 바로 곁에서 관찰했던 이탈리아의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아이들은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달시키고 창조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찍이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몬테소리가 말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환경’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공간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활동적이고 움직임의 폭이 넓은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안전하게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일 것이다.

▲소르고 별관의 체육실. 사진 = 소르고

▲본관과 별관 사이의 마당. 사진 = 소르고

그렇지만 정작 우리나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어른들의 편의에 맞춰 정형화되고 폐쇄적인 공간이 대부분이다. 신체 발달이 왕성한 어린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고, 아이들의 생각과 감성을 키워줄 수 있는 세심한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유아예술교육기관 ‘소르고(SORGO)’는 이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심하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배려한 공간들이 인상 깊기 때문이다. 소르고의 세심한 공간을 설계하는 데 직접 참여하기도 했던 임정원 원장은 “계단의 높이나 화장실 세면대의 넓이, 창문의 크기부터 교실 미닫이문의 손잡이 모양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그들이 집보다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원래 소르고의 자리에는 낡은 2층 주택이 들어서 있었다. 소위 양옥이라고 불리던 1970년대 풍의 건물이었다. 도로에서 반 층 정도 올라선 대지 위에 넓은 남향 마당을 두고 건물은 뒤로 물러앉은 형태였다. 이를 아이들의 미술 교육에 특화된 어린이집으로 바꿔놓은 것이 지금의 소르고가 됐다.

소르고의 공간 디자인은 유명 건축설계 디자이너인 강형석, 신성경 씨와 임정원 원장이 함께 협업했다. 영국 골드스미스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한 임 원장은 소르고를 통해 예술과 유아 교육을 접목하고자 했다.

▲지그재그 모양의 테라스를 볼 수 있는 2층 전경. 사진 = 소르고

▲내부와 외부를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적용한 폴딩 도어. 사진 = 소르고

소르고를 설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친환경적인 공간과 아이들에게 최적화한 배치였다. 장소의 색감과 느낌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배려한 것은 물론이었다. 편백나무와 자작나무, 미송 등의 자재를 사용해 친환경적 요소에 신경 쓰고 아이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 조성에 노력했다.

아이들 눈높이 맞춘 세심한 공간 설계

소르고는 본관과 별관이 나뉘어 있는, 보기 드문 주택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본관과 별관 사이 위치한 정원에 현무암을 깔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조성했다. 플랜트 박스에서 아이들이 농작물을 직접 가꿀 수 있게 꾸미기도 했다. 

임 원장은 “무엇보다 소르고 공간을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그들의 생활 동선을 따라 최적의 환경이 되도록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의 높이, 아이들이 쓰는 화장실의 세면대 높이와 넓이, 탁 트인 창문의 크기까지, 하다못해 교실 미닫이문의 손잡이 모양까지 아이들을 먼저 생각했다.

흰색이나 노란색, 회색 등으로 공간의 색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친환경 자재의 천연나무 색을 가능한 그대로 재현하려 한 것은 소르고의 공간이 캔버스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하는 의도에서였다. 아이들이 자신이 주인공이 돼서 빈 캔버스에 마음껏 자기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는 것이다.

▲2층으로 가는 계단의 높이까지 공간을 이용할 아이들을 배려했다. 사진 = 소르고

임 원장은 “도심 속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정원에 나와 매일같이 자갈을 밟고, 플랜트 박스에서 직접 농작물을 심어 수확한다. 또 현무암이 깔린 곳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며 또래들과 어울린다. 다른 한편에는 창가에 걸터앉아 그림책을 읽는 아이도 있다. 소르고가 그런 장소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INTU:NE(강형석, 신성경)은 소르고를 설계하며 외부 도로와 같은 방향으로 별관을 배치했다. 또 별관의 가운데에 출입구를 마련해 아이들의 공간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고, 본관과 사이의 마당을 놀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입구를 가운데 두고 교무실과 체육실을 배치하고, 같은 위치에 일렬로 창문을 둬서 교무실에서 방문자나 체육실 상황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원래 위치했던 1970년대 양옥 건물을 소르고의 본관으로 다시 설계할 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결정하는 게 중요했다고 한다. 디자인 스튜디오 INTU:NE은 이에 대해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도시 성장은 부작용을 남겼는데, 종종 1970년대 유산들은 낡고 부실한 것으로 비친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소재와 자연 색감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자극 줘

전형적인 지그재그 모양의 테라스 끝 콘크리트 난간은 전형적인 1970년대의 소산이다. 그래서 난간을 금속재로 덮고 흰색으로 마감해 지그재그 형태가 주는 형태적이고 공간적인 풍성함은 살리고 난간의 낡은 느낌은 지워냈다. 또 외벽의 화강석 외장재는 밝은 회색으로 덧칠하고, 창호 프레임만 백색으로 강조했다.

▲공간 구석구석을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채웠다. 사진 = 소르고

▲본관 가운데에 위치한 출입구. 사진 = 소르고

이렇게 하면서 본관과 별관 사이 마당이 더욱 친근한 인상을 가지게 했다. 별관 체육실의 폴딩 도어는 이런 외부 공간을 실내로 끌어들여 내·외부 공간을 긴밀하게 연결하고 친근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했다.

전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콘셉트는 역시 ‘캔버스’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공간은 컬러풀한 장난감과 다양한 가구가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소르고는 이를 위한 배경으로, 건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깨끗이 비워낸 흰 바탕을 지향했다.

임 원장은 “아이들의 눈길, 손길,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을 세심하게 살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공간으로부터 예술적 감성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르고 (SORGO)

설계: 디자인 스튜디오 INTU:NE  
설계담당: 강형석, 신성경  
위치:서울시 용산구 녹사평대로 32길 76  
면적: 330㎡ 
시공연도: 2015  
사진: 이용규  
협력: 임정원(소르고 원장)  
시공: MD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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