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골프 세상만사] 박인비 실력의 근원은 ‘박5남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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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03 08:55:25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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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이제 박인비는 세계 여자 골퍼의 전설 반열에 들어선다. 그 까다롭고 어려운 LPGA 명예의 전당 가입을 예약해서 내년이면 살아있는 전설이 되니까. 박세리가 서른에 세운 기록을, 몇 년 앞둔 20대 색시가 해낸 것이다.

박인비는 LPGA 투어 2015 시즌 최종전에서 비록 6위에 머물렀지만 올해의 평균 타수는 리디아 고를 제치고 1위를 확정했다. 남 돈 셀 때 고개끄덕이며 속으로 세는 기분이지만 박인비 점수 계산을 해보니,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7승 14점, 일반 대회 10승 10점, 2012년 최저타수, 2013년 올해의 선수로 각 1점씩 보태 총 26점을 얻고 있다. 이제 내년 투어가 10년차로 1점을 얻으니, 매 경기 50위, 100위를 해도 상관없다.

자, 이쯤에서 궁금하지 않은가? 박인비는 어떻게 골프를 그다지도 잘할까? 사실 우리가 보기에도 아주 화려한 스윙을 하지도 않고(못하고), 허리가 엿가락처럼 휘지도 않고, 성격도 딱 ‘차분+조용+유연표’이어서, 이른바 승부사 기질인 독기를 품지도 못할 것 같은데 말이다.

박세리처럼 박 씨니까? 골프를 제비가 박씨 물어다 주듯 하나?! 슬그머니 반쯤만 들어 올리는 백스윙에 귀신도 모를 비밀이 숨어 있다고? 이 역시 말이 안 된다. 일단 큰 스윙이 거리를 1cm라도 더 보낸다. 우연히 퍼트 실력이 좋아서? 물론 ‘퍼팅 이즈 머니’지만, 골프가 드라이버 샷이나 아이언, 어프로치 그런 거 없이 바로 그린 위에서 공굴리기만 하나?

나는 비밀을 알아냈다. 역시 맞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골프 실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공개한다. ‘박5남5’가 이룬 성과다. 박5남5? 그렇다. 박은 박인비고, 남은 그녀의 신랑 남기협이다. 공부, 돈 버는 일, 스포츠 경기 모두 조력자가 절대적인 힘을 보탠다.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의 묵묵한 조력과 칭찬

우리는 에드먼드 힐러리가 혼자서 지구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줄로만 안다. 그러나 그를 도운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심지어 셰르파 텐징이 힐러리보다 먼저 올랐다느니 뭐, 이런 말도 있지만, 그렇게 남 일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싶지는 않다.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11월 24일 인천공항을 거쳐 부산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알다시피 남기협은 박인비의 남편이기에 앞서 그녀의 스윙코치다. 남기협에게는 세계적 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나 누구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 그동안 비싼 돈 줘가면서 레슨 받았던 유명한 스윙 코치들이 못 가진 것이 남기협에게 있었다. 그는 박인비에게 꼭 필요한 것을 쏟아줬다. 바로 칭찬을 한 것이다. 그것도 건성으로가 아닌 귀에 쏙쏙 들어가 바로 보약이 될 진심어린 칭찬을 해준 것이다.

남 코치는 박인비가 연습할 때마다 지켜보면서 감탄해준다. 박인비가 좋은 샷을 할 때마다 “좋았어, 바로 그거야!”라고 칭찬한다. 박인비는 사랑하는 남자가 해주는 그 칭찬을 듣고 싶어 좋았던 샷을 계속 재현한다. 박인비에게 연습 시간은 늘 충분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학습법은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흔히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다. 그런데 박인비는 적어도 내가 봤을 때, 실제 대회에서도 연습 때처럼 아무 부담 없이 때려대는 것 같다. 그래서 정확히 가는 공을 날린다. 혹시 슬럼프에 빠진 우리 여자 선수들 있거든, 지금 곧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나와 남기협 같은 남자를 찾으라. 꼭 남기협처럼 생길 필요는 없다. 그저 칭찬 잘해주는 남자면 된다.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