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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면의 영화 리뷰] 두 남자의 유쾌한 ‘트립 투 잉글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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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9호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 연극영화학 박사⁄ 2015.12.03 08:55:25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 연극영화학 박사) 11월 26일 개봉한 영국 영화 ‘트립 투 잉글랜드(원제는 The Trip, 2010)’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마이클 윈터버텀(Michael Winterbottom, 1961~) 감독의 ‘쉬운 영화’다. 코미디 배우인 두 40대 남자가 갑자기 계획 없이 6일간 북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아래) 지역으로 밴을 몰고 여행다니며 전통있는 호텔에 숙박하고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탐식하는 이야기다. 여행 중 자신들의 일상과 사회ㆍ문화에 대해 말하며 티격태격하기도 하는 내용으로, 특별한 것은 없는 영화다.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길따라 맛따라’ 가는 여행기로서, 코미디 배우들의 유쾌한 입담이 담긴 로드 무비다. 

한국 관객 중에 북부 잉글랜드 지역의 국립공원과 풍광 보기를 즐기거나, 또는 고풍스러운 호텔의 영국식 전통 요리들을 호기심있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대로 영화는 흥미로울 것이다. 그렇지만, 윈터버텀의 다른 영화들을 약간이라도 아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너무 장난기가 많고 내용은 시시하다고 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비판 전문 감독이 만든 코미디 영화

왜냐하면, 윈터버텀 감독은 현 시대의 세계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소위 ‘진지한 영화들’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그는 아랍 지역에서의 전쟁과 내전, 종교ㆍ사회 문제로 생겨난 난민들의 어려운 실존적 상황을 다룬 영화들인 ‘사라예보로 환영’(Welcome to Sarajevo, 1997), ‘이 세상에서’(In this World, 2002), ‘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 2006), 자유시장 경제 정책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파헤친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 2009) 등으로 칸느와 베를린, 선댄스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받았다(‘이 세상에서’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상 수상).

▲두 영국 코미디언이 펼치는 고급 영국식 유머가 펼쳐지는 영화 ‘더 트립 투 잉글랜드’.

즉, 윈터버텀은 정치사회적 의식이 있는 감독으로 현 시대에 일어나는 인간 생존의 문제들을 스크린에 투영하여 세상에 알리는 ‘진지한 감독’이다. 그래서 필자는 시리아 난민 문제가 심각해진 올 여름 이후 윈터버텀의 영화들은 더욱 높이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의 이번 영화 ‘트립…’은 이전 영화들과는 아주 다르게, 가벼운 터치로 만들어졌다. 물론, 우리는 감독에게 항상 유사한 정도의 정치사회적 의식을 요구할 수는 없다. 감독도 동일한 부류의 영화만 만들 필요는 없다. 실제로, 윈터버텀 감독은 90년대 초반 이후 텔레비전과 영화를 넘나들며 고전 문학 작품을 영화화하거나, 코미디(섹스 코미디 포함), 스릴러 등 여러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며 폭넓은 감독임을 과시한 바 있다. 이번 ‘트립~’을 만든 이후에는 이탈리아 여행을 다룬 텔레비전 시리즈 ‘이태리 여행’(The Trip to Italy, 2014)을 만들었다.  

영국식 만담 줄곧 이어지지만

잉글랜드 여행을 다룬 ‘트립…’에서 오랜 친구이자 중년(40대)에 접어든 코미디 배우이자 대본 작가인 두 남자,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실명 사용)은 6일간 함께 돌아다닌다. 별미 음식을 시식하고 체험기를 써달라는 런던 한 잡지사의 요청에 따라 이들은 동성연애자는 아니지만 역사적인 호텔에서 함께 숙박하고 계획 없이 북부 잉글랜드의 여러 지역을 밴을 몰고 다닌다. 

▲‘길따라 맛따라’ 형식을 취한 이 영화에는 눈과 입에 호사스러운 만찬이 계속 펼쳐진다.

이들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시를 읽으며 따라 가고, 자연유산인 국립공원도 구경하고, 성대모사가 특기인 롭은 틈틈이 유명 배우들의 대사를 흉내 내기도 한다. 시와 풍경이 곁들여지고, 길따라 맛따라 가는 두 중년 남자의 만담과 음산한 북부 잉글랜드의 풍경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두 코미디 배우를 익히 아는 영국인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비영국인들에게는 어렵다. 두 배우들과 그들이 흉내내는 배우들을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그들의 흉내내기는 이해되지 않았고, 나중에 그들의 말장난은 지겨워지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여름 두 달간 런던의 어느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왔기에 영화 대사들은 잘 들렸을지라도, 두 남자배우들의 만담은 이해하지 못했다. 

▲레인지로버를 타고 떠난 여행길에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북잉글랜드의 풍경이 펼쳐진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수출용이 아니라 ‘영국 국내용’이란 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트립…’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어학을 전공한 엘리트 지식인 감독의 호사스러운 탐식 영화로 보인다. 진지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도 언제든지 즐거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영국 바다를 건너 살고 있는 관객들에게는 버거워 보인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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