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 건강 칼럼] 알레르기 비염, 면역요법으로 완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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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정재우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직장인 윤재원(37·가명) 씨는 어릴 때부터 비염이 있었다.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왔지만, 약을 먹을 때만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됐다. 환절기만 되면 다시 비염이 재발해 극심한 기침, 호흡 곤란, 콧물, 재채기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작년 가을, 비염 증상이 다시 심해지던 차에 운전을 하다 심한 재채기로 그만 앞차를 들이박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윤 씨는 심해진 비염 때문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윤 씨는 병원에서 기쁜 소식을 들었다. 비염이 완치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비염의 원인을 찾으면 충분히 고칠 수 있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듣고, 윤 씨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 혈액 검사, 폐 기능 검사 등을 받았다.
그 결과 윤 씨는 단순 비염이 아닌 집먼지 진드기에 양성 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인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윤 씨는 심한 콧물과 재채기 증상을 호전시키는 먹는 약과 비강 내 스프레이, 흡입기 형태의 약물을 처방 받고, 알레르기의 근본 원인이 되는 집먼지 진드기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기 위해 ‘피하 면역 치료’를 시작했다.
윤 씨는 면역 치료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면역 치료 주사를 맞아오다 1년이 지난 지금, 증상이 매우 호전돼 천식 약과 비염 약을 모두 끊고 콧물, 기침, 재채기도 전혀 없이 건강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윤 씨처럼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635만 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았는데 이들 대부분은 단순한 약물 치료를 받거나,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대한 회피 요법으로 단기적이고 일시적인 증상 완화나 치료에 그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사실 알레르기 질환은 단기간 치료 후 증상이 호전되면 완치됐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알레르기는 유전 또는 환경적 요인으로 생기기 때문에 근본 원인이 바뀌지 않는 한 재발하기 쉽다.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알레르기 체질 변화 쉽지 않아
알레르기 질환은 어떤 특정한 원인 물질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발생한다.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두드러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알레르기 비염은 주로 환절기에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미세먼지와 황사 등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콧물, 재채기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부모에게 모두 천식이나 비염이 있는 경우 자녀에게 같은 질환이 생길 확률은 70% 이상에 달할 만큼 유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천식, 축농증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원인을 잡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 알레르기 항체 혈액 검사 등을 통해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하 면역 주사 치료를 시행하는 모습. 사진 = 중앙대학교병원
이렇게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되면 항알레르기 염증제를 복용하고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잘 관리해야 한다. 이런 기존 치료 방식은 증상을 호전시켜주지만 알레르기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알레르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 요법은 알레르기 항원을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면역 관용을 유도함으로써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현재 알레르기 비염을 완치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원인 물질 주사하는 면역 요법
증상 80% 이상 개선해 완치 기대
이 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극소량부터 시작해 조금씩 양을 늘려 투여해 과민 반응을 점차 줄여나가는 치료법이다.
예를 들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의 경우, 꽃가루를 극소량부터 조금씩 용량을 늘려 장기간 주사한다. 그러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이를 인지하고도 그냥 지나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치료하는 것이다.
면역 요법 치료는 치료 방법에 따라 팔에 주사를 맞는 ‘피하 면역 요법’과 혀 밑에 약물을 떨어뜨리는 ‘설하 면역 요법’으로 나뉜다. 피하 면역 요법은 주로 3~4개월에 걸쳐 매주 용량을 늘려 주사를 맞다가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면 된다.
설하 면역 요법은 환자 본인이 혀 밑으로 매일 면역 치료 용액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집에서도 할 수 있다.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기 힘들고 가격이 비싼 단점이 있다.
이렇게 면역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 대개 1년 이내에 효과가 나타나는데, 80~90% 환자에게서 수년간 지속적인 증상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면역 요법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의 근본 치료법으로 선진국에서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의 중심에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약 복용이 대부분이고 면역 치료는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면역 치료는 대략 3년 이상의 비교적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알레르기 질환이 환자의 평생을 괴롭히는 질병임을 감안해 짧은 시간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삶을 영위해 나갔으면 좋겠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정재우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