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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최고 권위 터너상, 버려진 공공주택 재생한 ‘어셈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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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1호 안창현 기자⁄ 2015.12.17 08:55:32

▲18명의 20~30대 건축가와 디자이너로 구성된 예술가 그룹 ‘어셈블’. 사진 = 어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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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터너상(Turner Prize)이 올해도 화제다. 영국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브리튼이 제정한 터너상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현대미술 상이다. 50세 미만의 젊은 작가에게 수여되는 이 상은 때로 파격적인 수상작 선정으로 화제를 불러왔다. 올해는 터너상 역사상 처음으로 단체가 수상했다. ‘어셈블(Assemble)’이 그 주인공이다. 어셈블은 18명의 20~30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함께 모인 예술가 그룹이다. 이들은 영국 리버풀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쇠락해 가는 공공주택 단지를 가꾸고 살려낸 공공 프로젝트들로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 상을 수상했다. 어셈블의 터너상 수상은 국내 건축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에도 소외된 지역이나 공동체, 건물을 보존하고 재생하는 시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예술이 되는 시대다. 버려진 마을에 대한 재생 작업을 미술상 후보로 삼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올해 터너상 심사위원이자 미들즈브러 현대미술관 디렉터인 알리스테어 허드슨(Alistair Hudson)은 이렇게 반문했다.

▲어셈블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 재생 프로젝트를 다양하게 진행했다. 사진 = 어셈블

영국 최고 권위의 터너상은 올해 쇠락한 마을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마을 재생 작업을 한 예술가 그룹 ‘어셈블’에 주어졌다. 단체가 터너상을 수상한 것은 터너상 31년 역사상 처음이다.

어셈블은 18명의 젊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결성한 집단으로, 2010년 결성 이후 일련의 건축 및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사회적 맥락을 적극 활용하는 디자인, 다양한 장르와의 폭넓은 교류가 어셈블이 하는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들은 버려진 주유소를 극장으로 개조한 ‘시네롤리엄(The Cineroleum)’, 우범 지역인 고속도로 다리 밑을 문화 공간으로 만든 ‘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Folly for a Flyover)’, 제당소 일대의 건물을 예술가의 작업장으로 탈바꿈시킨 ‘야드하우스(Yardhouse)’ 등의 작업을 진행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지역의 소외된 공간은 다채로운 색상의 타일을 두른 공동체의 작업 공간으로, 또 모험으로 가득한 아이들 놀이터로 변모했다.

터너상 31년 만에 첫 단체 수상

어셈블을 일반에 널리 알린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리버풀의 오래된 공공 주택을 개조한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라고 할 수 있다. 1900년대 노동자들의 주거지로 지어진 공공주택 단지가 있는 그랜비 포 스트리츠는 1981년 폭동 이후 지방 정부가 재건축을 위해 집들을 사들이면서 주민들이 떠난 황폐한 지역이다.

▲제당소 일대 건물을 탈바꿈시킨 ‘야드하우스’. 사진 = 어셈블

지역 주민들은 그 거리를 살리기 위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건축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재생 계획을 쉽게 수용한 건축가는 없었다. 이때 어셈블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했다.

어셈블은 마을을 지키려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낡은 집을 수리하고, 빈집에 실내 정원을 만들었다. 동네 시장을 조성하면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악조건을 적극적으로 돌파하는 자유롭고 색다른 아이디어는 주민에게 또 다른 삶을 디자인해줬다.

이들은 또 주민들을 작업장에 고용해 함께 작업했고, 톱밥으로 만든 손잡이나 돌로 만든 책 버팀목 등 건축 폐기물과 공사 잔해로 만든 수제품들을 판매해 다시 프로젝트에 재투자했다.

올해 터너상 심사위원들은 어셈블의 작업에 대해 “젠트리피케이션(도시의 고급 주택화로 원주민이 떠나는 현상)과는 반대의 지점에서 재건, 도시계획, 개발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보여줬다”며 “예술과 디자인, 건축의 공동 작업이라는 오랜 전통에 의지해 공동체가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대안을 보여줬다”고 높게 평가했다.

버려진 주유소․찜질방 등 재생이 대세

국내 건축계에서도 어셈블의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언가 새로 짓고 만드는 것보다 옛 것의 가치를 보존하고 낙후된 지역을 재생하는 작업이 중요한 화두다. 올 한해 한국 건축계를 결산하며 열린 두 건축 행사에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셈블의 ‘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 프로젝트.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0월 열린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과 11월에 옛 국세청 건물에서 열린 서울건축문화제는 모두 ‘재생’을 주제로 내세웠다. 대한민국 건축문화제가 시상하는 공간문화대상에서 올해 최우수상을 받은 경기도 화성시의 소다미술관은 원래 버려진 찜질방 건물을 재생해 지어졌다. 공간문화대상의 심사위원들 역시 “폐기된 수많은 도시 공간의 재생산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소다미술관을 높이 평가했다.

어셈블의 작업이나 서울역 고가도로 또는 세운상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재생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야 할 이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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