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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 현덕재] ‘따로 또 같이’ 3대가 함께 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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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2호(송년) 안창현 기자⁄ 2015.12.24 08:53:57

▲현덕재는 지하 1층, 지상 3층으로 이뤄진 주택이다. 사진 =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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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서울 성북동 이태준길에 위치한 ‘현덕재(玄德齋)’는 노부부가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보내기 위해 지은 주택이다. 노부부는 처음 이 건물 설계를 의뢰할 때 건축가에게 몇 가지 요구 사항을 이야기했다. 우선 노부부의 수입원이 될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야 했기 때문에 임대가 잘 될 수 있게 건축물이 특별하게 보이기를 원했다. 현덕재가 위치한 장소가 주택가라 지리적 불리함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노부부는 아름다운 디자인의 건축물이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노부부는 현덕재 설계를 맡은 방바이민 이머징 디자인 그룹의 오세민 소장에게 독특한 디자인과 새로운 주거 유형의 공간을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노부부는 향후 아들 부부가 아이를 낳아 현덕재에서 함께 살게 될 경우도 고려하길 원했다. 근린생활시설을 위한 경제적 고려와 함께 가족의 화목한 보금자리 역할까지 배려한 건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지어진 현덕재는 이런 쉽지 않은 조건들을 충족시켰다. 제30회 서울특별시 건축상과 제16회 명가명인상을 수상하고, 미국의 건축·디자인 전문채널 HGTV이 독특하고 뛰어난 디자인 주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개성 있는 외관의 현덕재는 지하 1층에 지상 3층 높이의 주택이지만, 실제 면적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 한 층의 넓이가 대략 20여 평 내외다. 여기에 3대가 불편 없이 함께 살 수 있는 충분한 환경을 마련해야 했다.

▲건물의 앞뒤 높이가 8m 가량 차이 나는 것을 이용해 출입구를 앞뒤 따로 배치했다. 사진 = 윤준환

▲거실의 높이를 다르게 분리해 한 공간에서도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했다. 사진 = 윤준환

현덕재는 계단실을 북측에 면하는 측면으로 배치하고, 1층 복도를 마주하는 중정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분리했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가 긴 장방형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건물의 입지가 동서쪽으로 높이 차이가 8m 정도 나는 비탈이었기에 이런 구조를 활용해 출입 동선을 짰다.

현덕재의 중정은 접이식 문을 이용해 구성했다. 접이식 문을 열고 닫으면 공간을 새롭게 배치할 수 있다. 방바이민은 “접이식 문을 통해 공간 경계를 없애고, 내부와 외부 공간을 통합적으로 확장해 정원으로 이동하는 동선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구조 덕분에 외부 경관과 햇볕이 건물 내부로 쉽게 유입될 수 있고, 조망 및 통풍 조건도 유리했다. 계단실의 독립성을 확보해 좁은 면적에서도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목재 패널의 조화

방바이민은 규모가 크지 않은 현덕재 공간을 살리기 위해 재료의 물성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모던하고 쉽게 튀지 않는 편인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대신 노출 콘크리트의 질감을 잘 살려 건물이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했다. 노출 콘크리트만 부각되면 주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하고, 위압적이고 무거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방바이민은 “거푸집 송판 문양의 폭을 세장하고, 비규칙적으로 패턴화해 건물이 작은 단위로 형성된 집합체로 보이도록 재질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또 흑갈색 목재 패널을 조합해 단조롭지 않고 건물이 입체적으로 보일 수 있게 했다. 현덕재가 과시적이지 않지만 주변과 입체적으로 동화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배려 때문이다.

다채로운 공간 설계로 쓰임새 높여

현덕재는 3대가 함께 사는 집이다. 노부부와 아들 내외, 아이까지 가족 구성원은 연령대와 생활 패턴이 저마다 다르다. 그렇기에 개인 생활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온 가족이 모일 때는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공간 구성이 중요했다.

▲2층은 일종의 매개 공간으로 거실과 식당이 위치해 있다. 사진 = 윤준환

▲밑에서 올려다본 3층 다목적실. 사진 = 윤준환

그래서 2층에 거실과 식당을 배치했다. 일종의 매개 공간 또는 사이 공간으로 2층이 활용된 것이다. 여기서 가족 구성원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필요와 상황에 따라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특히 2층의 거실은 3층 슬라브를 지지하는 벽체 일부가 개방돼 있어 이 안에서 자유롭게 동선을 만들고, 끊임없이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 특이한 점은 거실의 높이를 3단계로 다르게 분리해 각 공간에서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는 것이다. “기존 거실에서 할 수 있는 행위 외에도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위들이 일어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계획했다”는 설명이다.

이 주택은 단독주택이지만, 필요에 따라 1층을 임대할 수 있게 설계됐다. 1층에는 2개의 방 외에도 화장실과 주방이 별도로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1층과 2, 3층 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고,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출입구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동선을 분리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형성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햇빛이 만들어낼 그림자 풍경도 고려

유동적이고 열린 공간 구성은 주방과 식당에도 적용됐다. 고정적이지 않고 유동적인 접이식 문을 이용해 공간을 구분-제한하는 대신 소통과 확장이 가능하도록 배려했다.

▲옥상 정원에서 3층 다목적실을 바라본 모습. 사진 = 윤준환

▲계단실은 북측에 면하는 측면으로 배치했다. 사진 = 윤준환

중정과 침실들의 움직이는 벽면, 접이식 유리창들 역시 제한된 면적에서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확장하고 공유하기 위한 장치다. 이는 주방, 침실, 화장실 등 특정하게 그 공간에 부여된 기능에 따라 다양한 쓰임새를 가질 수 있도록 변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방바이민은 “중정에 면한 미닫이창들과 목재 루버(Louver)들 간의 겹침은 콘크리트 벽체의 차갑고 무거운 느낌을 제거해 부드러운 균형감을 만들어준다. 더구나 이런 구조는 건물이 햇빛을 받아들여 집 안에 다양한 그림자의 풍경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자연 환경과 건축물, 그 안에 사는 사람 모두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고민해서 나온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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