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 -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작지만 커지는 변신합체 집
▲새로운 주거 방식을 구현한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SsD 아키텍처가 설계했다. 사진 = SsD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 이에 따라 주거 형태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예전 대가족이 살던 전통적인 주택 구조는 핵가족을 지나 이제 혼자 사는 사람들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삶의 방식에 맞는 새 주거 형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sD 아키텍처가 설계한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Songpa Micro Housing)은 이런 새로운 주거 방식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다.
‘마이크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은 12㎡ 크기의 공간이 14개 모여 있는 지상 5층 집합주택이다. 박진희 SsD 대표는 “새로운 형태의 공간은 다양한 생활 방식과 사회적 관계의 선택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이런 가능성을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철골 구조를 이용해 건물 사이에 틈을 만들고, 자연 채광과 환기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사진 = SsD
방의 크기나 개수, 공간의 용도 등이 일정하게 고정된 기존 집합주택은 빠르게 변하는 라이프스타일, 주거 방식을 수용하기 힘들다. 하지만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은 거주 방식이 바뀌면 그 변화에 공간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가령 혼자 살기에 알맞은 작은 공간들이, 두 명 이상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로 했다면 서로 합쳐지면서 더 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식이다.
그래서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에서 각각의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또 발코니나 복도 같은 공간이, 단순히 이동 통로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거주자의 활용 의지에 따라 다른 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은 주거라는 한 가지 기능만 고집하지 않는다. 다양한 활동이 혼재하는 문화 공간으로의 기능 변경도 가능하다. 각각의 공간들은 아틀리에나 사무실이 되기도 하고, 한 층 전체가 전시 공간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하나의 공간이 이런 변화무쌍한 모습과 쓰임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건물 지하의 작은 극장 겸 카페에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벌어진다. 사진 = SsD
먼저 건물 외관부터 독특하다.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띠를 꼬아서 건물을 둘러쌌다. 주거 공간을 보호하는 막인 동시에 그 자체로 난간, 방범창, 가름막, 빗물 홈통 등 여러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을 하는 설비들은 흔히 건물이 지어진 후에 무분별하게 설치돼서 건물 외관을 보기 흉하게 만든다. 그래서 설계팀은 스테인리스 띠를 통해 사전에 이를 방지했다.
말단부와 연결부는 곡선으로 처리해 건물의 사각형 상자 모양이 주는 딱딱한 느낌을 줄였다. 또 철골 구조를 이용해 건물 사이사이에 틈을 만들고, 측면에 창문을 내 좁은 면적에도 건물 내부로 자연 채광과 환기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의 입구. 사진 = SsD
SsD 아키텍처는 마이크로 하우징의 최소 공간을 설정하고, 필요에 따라 이들 공간을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모든 것을 펼쳐 놓은 상태에서 사는 데 불편이 없도록 최소한의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다. 법정 최소 크기인 12㎡로 한 세대의 크기를 정하는 대신 세대 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거주자가 체감하는 공간의 크기였다. 박 대표는 “경제적 가치로 측정되는 객관적인 공간의 크기와 실제 생활에서 느껴지는 공간감이 절대적으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거주자가 소유한 한계의 밖으로 공간감과 프라이버스를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느냐가 주요한 과제였다”고 덧붙였다.
▲타피오카 공간을 통해 각 세대를 연결하고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사진 = SsD
그래서 한 세대가 가지는 12㎡라는 기본 공간은 장방형이나 정방형의 단순한 형태로 제한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반면, 공간들이 어떻게 놓이고 연결되느냐에 따라 쓰임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납공간인 벽장의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창문을 최소화했다. 창문 위치와 크기는 밖에서 들여다보는 시선을 고려했고, 넓은 창문턱이 탁자나 침대 등 가구의 일부로 쓰일 수 있게 배치했다.
여기와 저기를 잇는 ‘타피오카 공간’ 등
혼자 또 함께 사는 가능성 실험 중
각각의 세대는 작은 다리나 발코니로 연결됐다. 그래서 입주자가 필요에 따라 여러 세대를 임대하면 복도를 통하지 않고 내부에서 하나로 연결해 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타피오카 공간(Tapioca Space)’이라고 불리는 이 사이 공간은 각 세대를 물리적으로 떨어뜨려 거주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과 동시에, 공간과 공간을 이어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 지하의 카페로 들어가는 계단식 좌석은 낮에는 카페 좌석으로, 밤에는 공연 객석으로 이용된다. 사진 = SsD
박 대표는 “타피오카 공간은 각 공간들 사이에서 윤활유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공간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4개의 주거 공간이 역동적으로 상호 조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타피오카 공간을 통해 입주자는 소유한 공간의 제한을 넘어 행동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타피오카 공간과 이 공간의 쓰임 방식은 비슷한 성격의 셰어 하우스들과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을 가장 크게 구별 짓는다. 싱글 세대를 위한 원룸으로 출발해 가족을 위한 확장형 세대로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는 구조다.
1인 주거가 늘어나면서 공동체에 대한 욕구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지하의 작은 극장 겸 카페 공간은 입주자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거실이나 식당, 오피스의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타피오카 공간은 생활 패턴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게 해준다. 사진 = SsD
또한 마이크로 하우징에서 주거 공간 외에 설치된 갤러리나 소극장 등을 이용하면 크기가 제한된 개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 풍요로운 주거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카페로 들어가는 계단식 좌석은, 낮에는 카페 좌석으로, 밤에는 공연 객석으로 이용된다.
이렇게 다목적 탈바꿈 방식으로 운영되는 이곳의 토이 아트 갤러리, 카페, 공연장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거주 주민들은 소통 기회와 장소를 제공받는다.
송파 마이크로 하우징
대지위치: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9-17
용도: 주거시설, 상업시설
대지면적: 204.10㎡
건축면적: 120.14㎡
연면적: 514.65㎡
건폐율: 58.86%
용적률: 194.33%
규모: 지하 1층, 지상 5층
구조: 철골조
외부마감: 시멘트 보드, 스테인리스 스틸 스크린, 커튼월
내부마감: 친환경 수성페인트 마감, 강마루, 시멘트 보드
설계기간: 2013.3~2013.10
공사기간: 2013.8~2014.4
설계: 박진희, SsD
구조: 미래 에스디지
조명: 뉴라이트
시공: 기로건설
감리: 장광엽
가구제작: 메이딘
스크린제작: 모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