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욱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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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권성욱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증상을 협심증으로 생각한다. 심장의 혈액 순환을 담당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협심증은 이렇게 산소와 영양분이 잘 전달되지 않아 발생하는 심장 원인의 가슴 통증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슴 부위의 통증을 통칭해 사용하기 때문에 의사라 하더라도 심장 쪽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 협심증과 가슴 통증과 관련해 잘못 알려진 건강 상식들에 대해 알아보자.
47세 남자가 가슴이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다. 남자는 가슴 한복판이 1주일 전부터 뻐근하게 아팠는데, 2~3일 전부터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가슴 통증이 반복돼 협심증이 걱정된다고 했다.
처음에는 물건을 잡으려고 상체를 수그리거나 기지개를 펴는 등 움직이면 가슴이 아팠다가, 최근엔 자려고 누웠을 때도 자세에 따라 통증이 왔고 숨을 깊이 들이쉬어도 가슴이 심하게 아팠다.
병원에 온 당일 아침에는 가슴 통증이 심해져 원래 다니던 동네 개인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는데, 협심증 등 심장 원인의 병이 아닌지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권유로 대학병원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심장내과 의사라면 이런 경우를 드물지 않게 경험한다. 그 이유는 대강 이렇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 갑자기 “억” 소리를 내면서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진다. 병원에 실려 가면 의사는 “심근경색증입니다. 응급 시술이 필요합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보통 가슴이 심하게 아프면 이런 장면을 떠올리며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대수롭지 않은 것은 우리가 주변에서 “OO 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대…” 하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앞서 병원을 방문한 40대 남자의 경우 협심증일 확률은 높을까? 아니다. 높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이 걱정하는 협심증을 심장내과 의사들은 어떻게 구별할까?
대개 심장내과 의사는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를 만나면 어디가, 어떻게, 무엇을 할 때, 얼마 동안 아픈지 묻는다. 아플 때 동반하는 증상이나 어떻게 하면 통증이 감소하는지 등에 대해 자세하게 물어보는 것이다.
심장 원인의 협심증이라면 가슴 한복판 내지는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부분이 ‘누군가 쥐어짜듯이’ ‘돌을 얹어놓은 것 같이’ 또는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이’ ‘체한 것 같이’ 등등으로 불편함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뛸 때, 등산을 할 때처럼 가파른 곳을 오를 때 유산소 운동 상태에서 통증이 발생하고 대개 쉬는 동안 통증이 가라앉는다. 보통 5분 내외인 경우가 많다. 목이나 턱, 왼쪽 어깨 쪽으로 뻗치는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는데, 모두가 호소하는 증상은 아니다.
▲가슴 통증이 있다고 꼭 심장 원인의 협심증은 아니다. 두려워 말고 차분히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사진 = 인제대학교
전형적인 통증은 숨이 찰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나타나고, 또 쉬면 가라않는다. 혈관의 협착이 심해질수록 활동 정도가 많지 않아도 통증이 발생하며, 심근경색의 경우 100% 협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다가 혹은 집에서 휴식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중요한 점이 있다. 환자가 휴식 중에도 통증을 느꼈다. 그럼 심근경색일까? 앞서 말한 47세 남자는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회식 자리가 부쩍 많아지면서 배가 나오고 체중이 늘어 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혈압이 높아졌다.
심장 관련한 협심증 판별 어려워
흉통 원인 차분히 살펴 대처해야
약을 늘려 먹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를 뒤로하고 급하게 체중을 줄일 욕심으로 헬스장을 등록, 지난 1개월간 열심히 운동하던 중이었다. 운동 효과가 조금씩 나타났고 체중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못지않은 몸매를 가꾸고 싶은 충동이 들어 보름 전부터 역기도 들고, 벤치프레스 등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이 남자의 경우, 가슴 어디가 아픈지 물어봤을 때 가슴 한 곳을 짚으며 “여기가 제일 아파요”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실제 그 부위를 눌러보았을 때 남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원래 아픈 증상과 비슷한지를 물어보았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런 경우는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생긴 늑연골염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가슴뼈는 흉골을 중심으로 갈비뼈가 연골의 형태로 붙어 있는데, 무리한 자극 혹은 지속적인 자극을 받으면 연골에 염증이 발생해 통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특별히 심장과 관련이 없는 문제로 가슴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는 많다. 예를 들어 대상포진, 기흉, 위식도 역류증, 위궤양, 담석증 등으로도 심한 가슴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질환은 진단명만 보면 “어떻게 가슴 통증과 혼동할 수 있지?”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실제 통증이 심하면 심장내과 의사인 필자도 감별이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호소하는 흉통이 무엇과 가장 연관돼 있을지 차분히 생각해 본다면 막연한 불안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은 겉으로 만져지지도, 자세를 바꾼다고 좌우 위치가 바뀌지도 않는다. 가슴 부위가 아프다면, 먼저 피부를 살피고 만져본다. 그리고 기지개를 펴거나 좌우로 스트레칭을 해본다. 이렇게 해서 대상포진, 근골격계 관련 흉통을 가려낼 수 있다.
또 음식과 관련한 통증인지 판단해본다면 전문가 못지않은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빈도와 강도가 점차 증가하면서 새로운 증상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정리 = 안창현 기자)
권성욱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