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구 독서경영] ‘처신(處身) - 나의 진가를 드러내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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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이 책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실천해, 단순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기회를 노릴 수 있는 훌륭한 발판을 만들 지혜를 고전에서 찾고 있다.
‘처신’이라는 말은 얼핏 처세와 매우 비슷하게 사용된다. 하지만 처세는 유동적인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유리함, 혹은 생존을 꾀하는 임기응변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처신은 자신이 정확히 있어야 할 곳을 알고 그곳에서 더 나은 발전을 꾀하는 포지셔닝(positioning)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맥락(脈絡), 변화는 다르게 보기에서 시작된다’는 조직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서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력자들이 한 순간에 나락에 빠지거나, 별로라고 생각한 사람이 갑자기 승진을 거듭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2장은 ‘자충수(自充手), 최소한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를 주제로,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수로 낭패에 빠지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언을 담았다. 3장 ‘호구(虎口), 입장 바꿔 생각하면 반드시 이기는 포지셔닝’은 자신의 위치에 맞는 실질적인 실천 전략을 소개한다.
조직은 끊임없이 구성원을 평가하고 그 본심을 읽기 위한 위기 상황을 조장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내 사람’을 파악하기 위한 테스트 과정이다. 그래야 조직의 생존과 성장에 꼭 필요한 사람을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장 ‘불퇴전(不退轉), 때로는 후퇴가 불가능한 싸움도 있다’는 수성을 끝내고 꼭 싸워야 할 때 반드시 이기는 전략을 제시한다. 손무는 ‘지피지기(知彼知己) 백전백승(百戰百勝)’과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실현하는 전략으로 ‘궤도(詭道)와 모공(謀攻)’을 제시해 조직의 전장에서 싸우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 “상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해야 한다. 만약 상대가 어떤 일을 부끄러워한다면 그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서 ‘내가 너무 이기적이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한다면 대의명분을 내세워서 자신감을 갖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 상대가 무언가를 할지 말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라면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니 그만두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야 한다. 만약 자신이 설정한 높은 이상을 스스로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 이상은 이러저러해서 틀린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실행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말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한비는 “유형에 맞추어 대하라”는 조언을 한다. [‘이상한 상사가 아니라 기준이 다른 상사다’ 중]
▲ “똑같은 쥐라 하더라도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화장실에 있으니 먹을 것이 없어 비쩍 말랐고, 곡간에 있으니 살이 통통하게 찐 것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사람도 마찬가지다. 태어나면서부터 어진 사람이 있고 못난 사람이 있겠는가, 결국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가 그것을 결정할 따름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지방’이라는 좁은 공간을 벗어나 ‘천하’라는 드넓은 공간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노는 물이 다른 사람들이 있다’ 중]
▲ ‘전국책’에는 ‘증참살인(曾參殺人)’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말 그대로 ‘증참이라는 사람이 살인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살인을 한 중참은 동명이인이었다. 그런데도 살인을 한 증참이 아닌 착한 증참이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세 번째 사람이 찾아와서는 또 다시 같은 말을 했다.
“증참이 사람을 죽였다고 하는군요.” 어머니는 베를 짜던 손길을 멈추고 담을 넘어 도망을 가 버리고 말았다. 자식이 사람을 죽였으니 그 화가 자신에게 미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소문은 이토록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가 굳게 믿고 있던 아들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동료들 간의 소문과 오해는 이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비밀과 막수유, 그리고 각별함’ 중]
▲ 사람을 읽는 스킬과 그 사람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두드러지는 아이템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두려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여유를 없애 버리고 과도한 망상을 주입하며 어서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킴으로써 서둘러 행동에 나서도록 만든다. 뉴스에서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사기 사건에서 이러한 두려움이 활용된다는 것은 그것이 가진 힘을 증명하고 있다. [‘박수칠 때 떠나지 않아도 되는 법’ 중]
▲ 어떤 이야기를 하면서 ‘나’라는 주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 역시 욕망을 드러내는 요소가 된다. 자신의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타인의 마음에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법이 반복되면 당신이 가진 욕망의 퍼즐들이 서서히 맞추어진다. 나를 감추고 우리를 내세우는 것, 나의 공로보다는 동료들과 함께한 과정을 자주 말하는 것이 자신을 뒤로 물리고 감추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다. [‘뛰어난 실력자가 말하는 어리바리 콘셉트의 직장 생활’ 중]
▲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해 보자. 더 많이 하고, 더 큰 노력을 기울여 보자. 업무 능력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사에게 감동을 주고 그들로부터 도움까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정말로 회사 내에서 승리하기를 원하는 직장인이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감동의 조건’ 중]
▲ “직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보하려면 다소 튀는 게 필요합니다. 여기서 튀는 것이란 천방지축으로 잘난 척 하라는 게 아니고 독특하게 자신을 어필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회사에 직원들이 한두 명입니까? 조금만 위로 올라가도 사실 부하들이 누가 누군지 몰라요. 이런 상황에서 뭔가 필살기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냥 다 평범하게 보일 뿐이죠. 그렇게 해서는 사내에서 좋은 기회를 잡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요.” [‘기회가 되는 존재감의 첫 징검다리’ 중]
▲ 사람들은 착하거나 좋은 사람을 칭찬하거나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경쟁과 이득이 없는 평온한 나날들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만약 일이 힘들고, 관계가 각박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착하거나 좋은 사람’은 결국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착한 선배, 좋은 상사에 대한 콤플렉스는 평온한 상태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비롯되는 깊은 오해가 아닐 수 없다. [‘후배에게 일을 못 시키는 우울한 상사에 대해’ 중]
전 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은 고전 속에서 인간관계, 특히 자신의 자리를 잘 찾고 지킨 위대한 처신의 달인들 사례를 통해 오늘날 현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특히 자기계발을 통해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 잘 찾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어느 시대의 조직이든, 살아남는 사람과 승리하는 사람의 공통점이 바로 탁월한 ‘포지셔닝 전략’이라는 것을 제시하면서 “조직과 자신의 관계 정립, 자신을 감춰야 할 시기와 드러낼 시기의 파악, 처지와 대상에 맞는 언행(言行)으로 일과 관계를 풀고, 자신의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부족한 인간관계를 높이고, 직장 생활이나 일상에서 자신만을 진가를 나타낼 무기를 만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지켜야 할 것, 내가 갖춰야 할 바를 아는 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 조직에서 승승장구한 사람들의 무기를 이 책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정리 = 안창현 기자)
전형구 전박사의 독서경영연구소 소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