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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투란도트’, 창작뮤지컬의 힘 제대로

세련된 무대에 정동하·리사 등 열연 어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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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2호 김금영 기자⁄ 2016.02.29 11:11:49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는 ‘바다 속 신비의 왕국’이라는 가상의 세계 오카케오마레를 창조했다. 무대 연출도 이 배경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사진 = D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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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잔혹한 공주가 서울에 왔다. 대구시와 (사)DIMF가 공동 제작한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가 대구, 중국에 이어 서울 무대에 올랐다.

이탈리아의 유명 작곡가 푸치니의 동명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투란도트’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어머니의 사망 뒤 모든 남자를 증오하며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하는 공주 투란도트의 이야기를 그린다. 투란도트는 타고난 미모로 수많은 남성들의 구애를 받지만, 이들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낸 뒤 답을 맞히지 못하면 잔인하게 목숨을 빼앗는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실패하는 가운데, 칼라프 왕자가 나타나 수수께끼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하고, 투란도트는 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투란도트’는 오페라로 유명하다. 하지만 뮤지컬 버전은 오페라와는 분명한 차이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제작사 DIMF 측은 “투란도트는 2010년 본 공연 전 실험 공연, 2011년 초연, 2012년 중국 진출 등을 거치며 성장해 왔다. 뮤지컬에서는 ‘바다 속 신비의 왕국’이라는 가상의 세계 오카케오마레를 창조해 원작과 차별화했다”고 밝혔다.

첫 장면부터 눈에 띄는 것이 물을 표현하는 효과들이다. 무대 위에 크게 펼쳐진 스크린에 물거품이 연속해 일어나는 영상을 비추고, 배우들은 물갈퀴를 한 듯한 의상을 착용하고 나온다. 무대 소품 또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갔음을 짐작케 한다. 투란도트가 수수께끼를 낼 때, 그리고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자가 죽음을 맞이할 때 등 각 장면마다 주요 테마를 갖고 무대를 전환시키며 다양한 배경을 보여준다.

▲뮤지컬 ‘투란도트’는 2010년 실험 공연, 2011년 초연, 2012년 중국 진출 등을 거치며 성장해 왔다. 현재는 서울에서 공연 중이다. 사진 = DIMF

하지만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음악이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 ‘피맛골연가’ 등에 참여한 장소영 음악감독이 이번 공연을 위해 ‘그대 가는 길이다’ ‘그 빛을 따라서’ 등 새 노래를 추가했다. 음악이 중심인 뮤지컬에선 귀에 꽂히는 킬링 넘버(인기를 끄는 노래)가 중요한데, ‘투란도트’에서는 특히 ‘오직 나만이’가 기억에 남는다. 남자를 증오하는 투란도트, 그런 투란도트를 사랑하는 칼라프, 또 그런 칼라프를 바라보는 시녀 류가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노래다. 쉬운 가사와 멜로디가 특징으로, 킬링 넘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오페라와 차별화 시킨 독자적 매력으로 어필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

그리고 이 노래의 매력을 살리는 배우들의 열연에 주목할 만하다. 분명 쉬운 가사와 멜로디임에는 틀림없지만, 다양한 음역대를 지니지 못하면 소화하기 힘든 노래들이다. 칼라프 역을 맡은 정동하는 그간 록 밴드 ‘부활’에서 선보여온 고음보다는 중저음의 노래를 주로 부르며 중후한 매력을 드러낸다. 연기는 아직 완전하게 무르익지 않았지만, 노래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번 ‘투란도트’ 공연이 끝날 무렵엔 또 어떤 성장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이미 가창력을 입증한 가수이자, 현재 뮤지컬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리사는 고음 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진성과 가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극 중 팜므파탈의 투란도트 역을 도도하게 소화한다. 류 역의 이정화 또한 여주인공인 투란도트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한 역할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인물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극 중 칼라프 역의 정동하(왼쪽)와 공주 투란도트 역의 리사가 열연하는 모습. 사진 = DIMF

진부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에 들어간 수수께끼는 공연을 보는 데 지루함을 던다.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동시에, 수수께끼의 답을 유추하느라 바쁜 관객들의 모습도 흔히 보인다. 사랑이 메마른 세상에서 공연은 1막부터 2막까지 내내 사랑 하나를 외친다. 때로는 그 모습이 낯간지럽게, 유치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더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간만에 순수한 마음과 사랑을 외치는 극 중 캐릭터들의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미 대구에서 2차례, 중국 초청 공연을 2차례 거친 ‘투란도트’는 분명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준다. 서울 공연 뒤엔 오는 8월 개관을 앞둔 중국 상해 뮤지컬 전용극장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투란도트’라는 작품을 어떻게 창의적인 색깔로 보여주고, 어필할지가 주요 관건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라이선스 뮤지컬이 강세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창작 뮤지컬이 나온 것은 기쁘고, 또 지켜볼 일이다.

DIMF의 배성혁 집행위원장은 “첫 서울 공연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많은 보완 작업을 거쳐 준비해왔다. 새로워진 뮤지컬 ‘투란도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발전을 거듭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행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3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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