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방 먼저, 서울 나중’ 공연계 새 트렌드
군계일학 되고픈 공연들, 인터넷 생중계 등 시도
▲뮤지컬 ‘위키드’는 대구에서 먼저 공연을 올린 뒤 7월 서울에 입성 예정이다. 사진 = CNB 포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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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 군계일학(群鷄一鶴): 무리 지어 있는 닭 가운데 한 마리의 학. 현재 공연계에선 수많은 공연 속에서 이 ‘한 마리의 학’이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평범한 방식으로는 관객의 눈길을 끌 수 없어 홍보 방식이 변하는 양상이다.
PART 1. 지방 찍고 서울로~
‘위키드’ ‘레미제라블’ 등, 대구서 첫선 작전
“뮤지컬 보러 지방 간다~.” 이 말이 이젠 어색하지 않다. 뮤지컬 ‘위키드’ ‘레미제라블’ ‘아마데우스’ 등 대형 공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모두 공통적으로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첫 선을 보였거나 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5년 ‘레미제라블’은 용인과 대구에서 먼저 공연을 올린 뒤 서울 공연을 시작했다. ‘아마데우스’ 또한 같은 전철을 밟으며 3월 서울에 입성한다. ‘위키드’는 5월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먼저 공연한 뒤 7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다. 본바닥 서울에서 먼저 개관하기 경쟁을 펼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 대구 공연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구는 2006년 프리-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대규모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을 꾸준히 열어 왔다.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을 목표로 하는 이 자리에 매해 많은 작품이 소개됐다. 서울에서도 ‘서울 뮤지컬 페스티벌’, ‘더 뮤지컬 어워즈’ 등 여러 뮤지컬 축제가 열려왔지만,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은 나름의 개성을 살린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서울의 공연 팬이 이 축제 참여를 위해 대구행 차표를 끊는 일도 이젠 흔하다. 이 축제에서 첫 선을 보인 창작 뮤지컬 ‘투란도트’가 서울로 진출하는 사례도 생겼다.
▲뮤지컬 ‘아마데우스’는 용인과 대구 관객을 먼저 만나고 3월에 서울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은 공연의 한 장면. 사진 =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런 대구의 뮤지컬 시장에 관심이 쏠렸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위키드’ 관계자는 “대구는 울산, 창원 등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폭 넓은 소비자 층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다. 잠재적 관객이 많다고도 볼 수 있다”며 “또한 대구 쪽에서도 공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지방에서 먼저 개막하는 걸 상상도 못했지만, 대구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행하게 됐다. 또한 ‘위키드’가 초연이 아닌, 어느 정도 알려진 공연이기에 가능했던 점도 있다. 개막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 과정을 거쳤다. 5월 개막이지만 1월부터 꾸준히 마케팅을 펼쳐 왔다”고 밝혔다.
반응도 우호적인 편이다. 공연 제작사 설앤컴퍼니에 따르면 ‘위키드’의 첫 지방 공연인 대구 공연은 예매처 판매 기준으로 티켓 오픈 당일인 2월 23일 6100매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공연이 세운 5300매의 기록을 넘어선, 지방 공연 사상 최고 판매 기록이다.
대형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환경도 주요 요소다. ‘위키드’ 관계자는 “‘위키드’는 30인조 오케스트라, 54번의 무대 전환 등이 가능한 공연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특성상 단기적으로 공연을 여는 게 힘들다. 이전에 지방에서 주말에만 단발성으로 공연이 열리던 추세였다면, 현재는 장기 공연 그리고 대형 공연까지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점도 중요했다”고 말했다.
공연 홍보 기획을 꾸준히 해온 임선하 쇼온컴퍼니 대표(KAC 한국예술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는 “부산이 영화의 도시로 손꼽히듯, 대구는 제2의 뮤지컬 도시로 발전 중이다. TBC 대구 방송은 국내 초연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을 직접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였다. 지방에서 뮤지컬 쪽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예전엔 지방 관계자들이 서울로 올라와 공연을 본 뒤 사가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젠 직접 투자 및 제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공연 시장에서의 경쟁 포화 상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하루하루 새로운 공연이 개막하는 가운데, 더 좋은 공연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또 티켓 값도 할인 경쟁이 이뤄져 이득을 올리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종종 들린다.
▲여우별컴퍼니는 대구에 여우별아트홀을 새로 개관했다. 현재 서울 여우별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시간을 파는 상점’을 대구 개관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사진 = 여우별컴퍼니
연극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극을 제작하는 여우별컴퍼니의 정진국 대표는 “대학로에만 100개 이상 공연이 몰려 있다. 대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관료가 자연스레 높아져 영세 극단에게 부담이 된다. 이런 가운데 조금이라도 관객을 더 유치하려고 호객 행위를 하거나, 티켓 정가의 반값도 안 되게 표를 파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현재 서울과 대구 두 곳에 극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5년 대구 공연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 여우별아트홀을 새롭게 유치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정 대표는 “처음엔 지방 기획자 초청으로 ‘애정빙자사기극’ ‘엽기적인 그녀’ ‘그남자 그여자’ 지방 공연을 처음 했는데, 성과가 좋았다. 공연 예매 사이트에서도 대구 쪽 예매율이 상대적으로 많더라. 시장성이 나쁘지 않음을 느꼈다. 임대료도 서울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서의 공연 활성화 차원에서도 좋은 목적이라고 생각돼 대구에도 공연장을 마련했다. 대학로 문화를 대구 지역 관객에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현재 서울에서 공연 중인 ‘시간을 파는 상점’도 3~5월 대구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PART 2. 인터넷 생중계 전쟁
‘오케피’ ‘마타하리’ 등 색깔별 생중계
요즘 공연 기자 간담회에 가면 흔히 듣는 공지사항이 있다. ‘네이버 생중계가 함께 진행될 예정으로, 사전 양해를 부탁한다’는 것. 과거 공연 영상이 언론 매체를 통해, 또는 제작사가 만든 영상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식으로 홍보가 이뤄졌다면, 이젠 직접 인터넷 생중계에 나서는 움직임이 많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뮤지컬 ‘마타하리’ 쇼케이스를 생중계로 선보였다. 쇼케이스 당시 노래를 부른 옥주현(오른쪽).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최근 EMK뮤지컬컴퍼니는 ‘마타하리’ 개막을 앞두고 생중계를 진행했다. 신시컴퍼니 또한 ‘맘마미아’를 생중계 했다. 인터넷 생중계는 실시간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마타하리’와 ‘맘마미아’ 모두 생중계 당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효과를 보였다. 언론 매체를 통할 경우, 영상 업데이트에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생중계는 실시간으로 빠르게 예비 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생중계 방식에도 각각의 특성이 보인다. ‘마타하리’는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한 쇼케이스, ‘맘마미아’는 기자와 함께 하는 프레스콜을 생중계 했다. 샘컴퍼니는 ‘오케피’ 프레스콜을 마친 뒤, 출연 배우들과 사회자가 무대에 모여 펼치는 공연 이야기를 생중계로 선보였다.
▲‘맘마미아’ 출연 배우들(왼쪽부터 이현우, 전수경, 최정원, 남경주, 이경미, 오세준)이 포즈를 취했다. 신시컴퍼니는 ‘맘마미아’ 프레스콜 현장을 인터넷 생중계로 공개했다. 사진 = 신시컴퍼니
‘오케피’ 관계자는 “공연 홍보 방식이 고착화 되면서 다 같은 방식으로 홍보를 하면 묻힐 수 있어 새로운 홍보 방식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영화 쪽 홍보 방식을 벤치마킹 했다. 영화는 전국 관객을 대상으로 홍보가 이뤄지고, 뮤지컬은 보통 서울, 그리고 그 안에서 공연에 관심 있는 일부 사람들에 한해 홍보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영화 쪽 마케팅을 살펴보니 네이버에 ‘무비토크’ 채널이 있더라. 생중계로 영화 정보를 전하는 채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뮤지컬토크’ 채널이 없어 네이버 측에 채널 설립을 제안했고, 뮤지컬 수요가 많아지면서 네이버 측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 성사됐다. 프레스콜을 생중계하면 카메라가 한 자리에 고정돼 역동적인 움직임이 제한될 수 있어서, 지미집 카메라를 활용해 무대를 왔다 갔다 하는 동선으로 생중계를 했다”고 설명했다.
무대 위 생중계는 관객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 ‘오케피’ 관계자는 “공연 개막 시즌이 12월, 뮤지컬 성수기인 데다가 ‘오케피’가 초연이라 관심을 모을 수 있을지 걱정됐는데, 새 홍보 방식이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 획기적이어서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매진으로 공연이 시작됐고, 현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샘컴퍼니는 2015년 말 뮤지컬 ‘오케피’ 개막 당시 무대 위에서 직접 인터넷 생중계를 펼치는 방식을 시도했다. 사진 = 샘컴퍼니
임선하 교수는 “인터넷 생중계는 공연에 관심 없는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공연 정보를 전할 수 있는 장점으로 많이 이용되는 추세다. 잠재 고객을 자극할 요소가 되는 것”이라며 “언론 매체를 통하면 매체의 편집 방향에 따라 제한된 영상의 노출에 그치기 쉽지만, 생중계를 하면 현장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꼭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생중계는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철저한 준비 속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임 교수는 “현장을 오롯이 보여준다는 게 양날의 검이다. 기자 간담회라면 현장에서 무대 전환에 소요되는 시간과 다소의 진행 미숙이 양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두가 생중계되면, 시청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며 “그리고 배우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생중계를 강행하면, 오히려 생중계 영상에 실망해 공연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준비와 검토를 거친 뒤 생중계를 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더 안전한 방법으로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선보이는 방식도 많이 활용돼 왔다. 여러 방법들이 시도되는 가운데, 또 어떤 홍보 방식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