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원 중국벤처 창업] 품질의 삼성이 패키지의 샤오미에 뒤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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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한국에서 소위 ‘방귀 좀 뀐다’는 기업이 중국에 와서도 승승장구하는 광경보다는 처참하게 실패하거나 일찍 접고 철수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 돌이켜보면 공통적으로 겪은 어려움이 ‘로컬화(Localization)’ 아니었나 싶다.
서비스-상품의 로컬화
상품의 본질적 가치가 우수해 한국의 소비자들로부터 분명히 검증을 받았는데도, 이상하게 중국에서는 고객에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서비스와 상품은 다른 개념이기도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상품과 서비스가 빈번히 결합되기에 더욱 복잡해지는 거 같다. 삼성의 휴대폰은 분명히 좋은 상품인데 중국인들은 샤오미가 더 편하다고 한다. 소위 UI(User Interface)가 중국의 SNS와 부가 서비스를 쓰기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샤오미는 핸드폰 외에도 건강관리 팔찌, 공기청정기 등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분야로 확장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바로 샤오미의 제품들은 실은 상품이라기보다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즉, 상품은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풀고, 유저를 인터넷이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모은 후 추가적인 수익 모델을 붙인다. UHD TV를 5000위안에 팔고, 그 안에서 공짜 드라마-영화를 보여주다가, 나중에 프리미엄관으로 수익을 추가하는 모델이 그 예이다. 이는 TV라는 제품이라기보다는 궁극적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PTV 서비스에 가깝다.
한참 잘나가던 삼성의 실패는 상품의 실패가 아니라 서비스의 실패 혹은 유통의 실패가 아니었을까?
젠틀한 한국 소비자와 다른데…
한국 사용자는 좀 담백하고 젠틀하다. 그래서 과금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도가 높은 편이고, 공급자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잘 넘어오는 편이다. 비즈니스 모델이란 쉽게 말해 돈을 버는 모델(Monetization)이다. 가장 수익 모델을 잘 만드는 회사는 게임 회사가 아닐까? 게임에 푹 빠진 아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다음 레벨을 향해 몰입하면, 부모의 지갑에 손을 대기 십상이다. 자신의 것과 부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상태, 이를 게임 중독이라 부른다.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핸드폰 열풍의 주인공 샤오미의 주역들. 사진 = 샤오미
그런데, 중국의 유저들은 이상하게 중독이 되고 나서도 쉽게 돈을 안 쓴다. 사용 유저가 실제로 돈을 쓰는 비율을 buying rate라 부르고, 이 지표를 관리하게 되는데, 캐주얼 게이의 경우에 한국에서 3% 정도의 비율이 일반적인데 반해 중국에서는 1%를 넘기가 참 어렵다. 왜일까? 중국 게임 유저들은 시간이 참 많다. 원래 한국의 수익 모델은 긴 시간 플레이를 하는 대신에 아이템을 구매해서 빨리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기 위함인데, 중국 유저들은 끈기있게 플레이를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혹은 해킹을 해서 쉽게 레벨을 극복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 먹히는 수익 모델은 패키지다. 직접 돈을 쓴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뭔가 ‘공짜’가 들어 있다는 이미지가 들어간 패키지 ‘마이이송이(买一送一,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주는)’도 일종의 그런 상품이다.
혹은, 게임 안에서는 소위 골든 패키지(금으로 된 전지전능한 아이템)가 잘 팔린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낱개 구매를 할 텐데, 왠지 막강한 기능을 가진 패키지는 고가임에도 서슴없이 돈을 쓴다.
한국서 잘하면 중국서도 잘한다고?
한국에서 성공한 팀이 중국으로 모두 온다면 성공을 할까? 아니다. 최악의 수가 된다. 많은 기업들은 한국의 팀에서도 대표 선수를 중국의 지사장으로 보낸다. 믿고 맡길 수 있어서다. 하지만 여기에서부터 시행착오가 시작된다. 그 지사장이 이미 중국을 잘 아는 중국통이라면 모를까, 지사장이 중국에서 전문가가 되기까지는 최소한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5년 안에 중국 비즈니스가 잘되기는 참 어렵다. 잘된다면 상품의 경쟁력 덕일 거다. 보통은 5년은커녕 3년 정도 지난 뒤 후임 지사장으로 교체되는 게 다반사다.
▲중국은 ‘买一送一’, 즉 하나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준다는 광고의 한 예. 중국인들에게는 이처럼 패키지로 판매하는 방식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벤처도 마찬가지다. 적은 인원으로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야 하는 벤처가 해외로 진출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팀 구성이다. 한국 팀은 큰 의미가 없고 새롭게 중국 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좋은 중국 인력 찾기가 참 어렵다. 소개를 받는다고 해도 한 다리 건너 소개를 받으면 신뢰도나 관계가 동일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중국인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중국인들은 영어 잘 몰라요
브랜드도 영문이나 한국어로 된 것을 잘 바꿔야 한다. 나이키 정도의 브랜드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면 모를까 웬만한 브랜드는 중국어 브랜드가 필요하다. 중국어가 뜻글자이기 때문에 음으로만 구성된 브랜드는 유저들이 기억하기를 기대하기가 참 어렵다. 중국 유저들이 모두 교육 수준이 높고 영어를 최소한 읽을 줄 안다는 오해를 버려야 한다.
마케팅 또한 변수다. 시장이 커서 범용적인 마케팅은 돈이 참 많이 든다. 그래서 벤처들은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마케팅 방안을 생각해 내야 한다. 요즘은 SNS를 활용한 마케팅이 많아지고 있지만, 다들 경험하다시피 트래픽이나 숫자에 허수가 많아 효과를 보장받기가 어렵다. 꽤 오래 전에 대학 내에서 통했던 마케팅이 있었는데, 웹에서 쿠폰을 프린트해 가면 학교 식당에서 공짜로 닭다리를 나눠주는 일명 ‘닭다리 마케팅’이었다.
중국서 장사할 거면서 왜 홍콩에 회사를?
벤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 하나가 “법인은 어디에 설립해야 하나요? 우리도 홍콩이나 BVI(British Virgin Island)에 세워 SINA 구조로 들어와야 하나요?”란 질문이다. 사실 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상담해줄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CEO 본인이 자신의 상품과 미래 전략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법인의 구조는 그런 전략의 표현일 뿐이다.
중국도 이제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에서부터 규제의 빗장을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조건 해외에 법인을 두고 홍콩을 거쳐 상하이로 들어오는 쓰리쿠션 법인 설립에 돈을 막대하게 써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규제산업(미디어, 문화, 플랫폼, 금융 등)이라면 불가피하게 이처럼 복잡한 법인 구조가 필요하겠지만, 단순한 무역 거래나 상품-콘텐츠의 공급이라면 한국에서 바로 상하이로 들어와도 무방하다. 외국 자본 100%의 법인도 이러한 거래에는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한 전략적으로 한국 법인과 중국 법인의 역할과 미래 비전을 정해야 한다. 상장을 한국에서 할 계획이라면 한국 법인에 핵심 역량을 집중시켜야 하고, 중국 법인이 오히려 미래에 더 중요하다면 점차 핵심 역량을 중국으로 모아야 중국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할 것이다. 혹은 한국에서 R&D에 집중하고 중국에선 세일즈에 집중하는 시너지를 내는 것도 좋은 그림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신동원 네오위즈 차이나 지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