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인 - L 하우스] “집안에 마당 두니 좋네”
▲공간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경사면이 외부를 향해 높아지는 역박공 구조를 취했다. 사진 = 신경섭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가족 구성원의 서로 다른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한 단독주택이 있다. 가족의 허물없는 소통이 이뤄지는 한편, 혼자만의 시간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애쓴 결과다. 그래서 집의 구조도 독특해졌다. 판교의 단독주택단지 한켠에서 눈에 띄는 ‘L 하우스’다. 이 집은 설계한 앤드(aandd) 건축사사무소의 김중근 건축가는 “서로 다른 가치의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서로 다른 것, 분리된 것을 모아 소통시키면서도 각 개인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1층과 2층 사이, 2층과 3층 사이에 또 다른 층을 만든 L 하우스의 독특한 구조는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붉은 벽돌집인 L 하우스는 외부에서 볼 때 두 개의 건물을 어슷하게 이어붙인 형태로 보인다. 주변의 다른 주택들은 대부분 직사각형의 집터에 건물이 한쪽 구석에 위치한다. 남은 땅에 정원과 마당 등 야외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L 하우스는 다르다. 외부 공간을 건물 가운데 위치시켰다. 가운데 위치한 야외 공간과 이를 둘러싼 실내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거주자가 좀 더 유기적인 동선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판교 주택단지의 붉은 벽돌집 ‘L 하우스’. 사진 = 신경섭
▲주변과 대조적인 붉은 벽돌 외관이 눈길을 끈다. 사진 = 신경섭
김중근 건축가는 “한쪽으로 집중시킨 건물 배치와 비교하면 물리적인 규모는 작아졌지만 공간을 둘러싼 거친 벽돌 외피와 다채로운 내부 공간이 서로 교감해 심리적인 경험을 확장시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건물 이름이 ‘L 하우스’일까? 건물의 형태나 내부 구조는 L자 모양과 그다지 닮지 않았다. 김 건축가는 “건물이 전체적으로 7개의 레이어(layer), 보다 정확하게는 11개의 레벨(level)로 구성됐다. 집에 사는 4명 각자의 라이프(life)도 중요했고, 건축주의 성(Lee)도 반영됐다”고 했다.
L 하우스는 1층과 2층 사이, 2층과 3층 사이에 1.5층, 2.5층을 두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구조를 취했다. 그래서 모두 7개의 층, 레이어를 가지고 있다. 이 층들은 때로 포개지고, 때로 나눠지면서 가족을 매개하기도,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하기도 한다.
▲주변 자연 풍경을 한껏 받아들이도록 전면 창을 둔 거실. 사진 = 신경섭
▲바닥의 높이 차로 침실과 작업실을 분리해 독특한 공간감을 준다. 사진 = 신경섭
결국 L 하우스는 여유로운 정취를 느끼게 하는 편안한 벽돌집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현대적인 구조와 가족들의 다채로운 취향을 담아내는 풍성한 내부 공간을 함께 지닌 주택이 됐다.
‘스킵 플로어’의 층간 구조 활용
잘게 나누어진 층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것이 계단실이다. L 하우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마주치게 되는 곳도 바로 실내 계단이다. “한정된 대지에 다양한 성격의 내부 공간을 층층이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공간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것이 실내 계단”이라고 김 건축가는 설명했다. 계단을 따라 반 층씩 안방과 자녀방, 다락방, 옥탑방이 이어진다.
▲반지하층의 서재는 외부 마당으로 이어져 수시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진 = 신경섭
1층의 거실은 주택 북쪽의 운중천과 뒤쪽의 청계산 풍광을 한껏 받아들이도록 전면 창을 세웠다. “남향보다는 이 조망을 감상할 수 있는 위치에 거실을 배치하고 싶다”는 건축주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실제로 건축주는 이 풍경을 놓칠세라 예전보다 일찍 집에 귀가한다고.
외부로 한껏 열린 공간인 거실과 대조적으로 반지하층의 서재는 절제되고 차분하게 꾸며졌다. 짙은 목재 마루와 노출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서재는 마당으로 이어져 작은 툇마루에 앉아 차 한 잔 마시기에도 좋은 공간으로 설계됐다.
▲각 층을 하나로 연결하는 계단실. 전체적으로 열린 구조를 갖도록 특히 채광에 신경 썼다. 사진 = 신경섭
두 자녀의 방에선 L 하우스의 스킵 플로어 구조를 십분 활용한 구조가 돋보인다. 방바닥의 높이 차이가 침실과 작업 공간을 자연스럽게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높낮이로 인해 하나의 방에서 이색적인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다.
안방은 취침 시간 외에는 실제 사용 시간이 짧다는 건축주의 의견에 따라 한쪽 벽면을 넉넉한 수납공간으로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다. 그리고 실제 사용 면적이 줄어든 침실은 높은 층고와 모서리 창으로 답답하지 않게 배려했다.
최상층에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옥상과 다락방을 마련했다. 특히 이 공간들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경사면이 외부를 향해 높아지는 역박공 구조를 취했다. 보통 지붕의 가운데 부분이 뾰족한 형태의 박공지붕을 취하기 마련이지만, L 하우스는 역박공 구조로 건물의 가장자리로 갈수록 경사면이 높아진다.
- L 하우스
설계: 김중근 (앤드건축사사무소)
설계 담당: 구상우, 황수용, 김재영
위치: 경기도 분당구 운중동 908-5
지역지구: 제1종 전용주거지역
용도: 단독주택
대지면적: 230.3㎡
건축면적: 114.87㎡
연면적: 205.89㎡
건폐율: 49.87%
용적률: 89.40%
규모: 지상 2층
구조: 철근 콘크리트
외부마감: 치장벽돌, 리얼징크, 럭스틸
설계기간: 2014.5~2014.10
시공기간: 2014.10~2015.4
사진: 신경섭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