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 골프 세상만사] 벤츠 렌터카보다 골프카트 임대료 더 비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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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지난 2월 하순 사단법인 한국골프 문화포럼의 정기 총회 시에 C고문이 이런 말로 축사를 했다. “저는 옛날에 미국 유학 중 심신이 허약해져서 쓰러졌고 그래서 치료를 목적으로 골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특별히 레슨을 받을 입장도 아니었고, 그저 값싸고 쉽게 칠 수 있어서 골프장을 자주 찾았고, 그 덕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장관급 정부 기관장을 지낸 Y대 명예 교수였는데, 그의 철학은 골프는 “쉽고 싸게 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 시각장애인 목사 부부 50쌍과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연 적이 있다. 그때 우리는 함께 한라산도 올랐고, 중문골프장의 협조를 얻어 마지막 손님들이 티오프한 후에 1번 홀과 2번 홀의 페어웨이에서 마음껏 뛰어본 적이 있다. 평생 부인들의 손을 잡고 안내 받은 시각장애인 목사님들이었지만, “넘어지지도 않고, 또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테니, 사모님의 손을 놓고 혼자 걷거나 뛰어보라”고 주문을 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영화 대사에서만 들어본 “나 잡아봐라” 놀이를 했고, 몇 분들은 숨이 턱에 차도록 몇 십 미터를 뛰기도 했다. 그 골프장 체험 시간이 있은 후, 나는 시각장애인 골퍼들을 잘 도와달라는 당부의 말을 참 많이 들었다.
지금은 전 세계에 시각장애인 골퍼들이 기천명이나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블라인드 골프(Blind Golf)의 역사는 약 100년 가까이 된다. 1824년 자동차 타이어 폭발로 시각장애인이 된 러셀 씨는 약 1년간 은둔 생활을 했다. 그러다 그에게 재활 훈련으로 골프를 권한 주변 친지들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로 공식적인 시각장애인 골퍼가 됐다. 그 후 1960년대 월남 전쟁 시 미군 조종사들을 포함해 많은 시각장애 상이군인이 생겼는데, 미국 향군 협회는 이들의 치료를 돕기 위해 골프를 권장했다.
미국엔 시각장애인 골퍼 있는데
한국에선 돈 없으면 골프 못 치니…
우리나라는 2007년 초에 8명의 시각장애인들이 실내연습장에서 골프 교습을 받으면서 블라인드 골프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중환자로 주 3회 투석을 하던 여성 황 모 씨와, 신혼 초 시각장애인이 돼 은둔 생활로 체력이 형편없이 나빠진 30대 초반의 주부 양 모 씨는 약 1년간의 골프 연습과 라운드로 8km를 거뜬히 걷는 건강과 체력을 다시 찾았다. 현재 황 씨는 복음 성가 가수로 봉사활동을 하고, 양 씨는 국가대표 시각장애인 볼링 선수로도 활약 중이다.
골프란 이렇듯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정안인(시각 장애가 없는 사람)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국민 건강과 복지에 참으로 필요한 스포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릇된 제도 때문에 돈을 많이 가진 부유층 사람들의,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린 게 안타깝다. LPGA를 쥐락펴락하면서 PGA에도 상당수의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는 골프 강국이자, 금년 올림픽에서도 골프 메달을 기대하고 있지만, 400만이 넘는 한국의 골퍼들은 세계 최고의 봉이 돼 불행한(?) 골프 라이프를 살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문화체육부 장관부터 골프를 치라고 이야기한 게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이제 와서 보니 그저 립서비스였고, 여전히 세계 최고의 징벌적 세금 제도가 적용되니 한국에서는 1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하기도 전에 이미 7~8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는 황당한 현실이다.
벤츠 렌터카보다 비싼 골프 카트 이용료와, 골프장의 편의를 우선하기 위해 골퍼의 비용 부담 아래 강제 배치되는 캐디 제도처럼, 업자들의 얄팍한 상술이 어우러져 골퍼들의 행복추구권은 여지없이 짓밟히고 있다. 프레지던츠 컵의 주최국이었지만, 또한 대통령이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골퍼들에게는 당분간 공염불로밖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C고문의 철학처럼 골프는 모름지기 누구라도 싸고 쉽게 쳐야 하는데….
(정리 = 김금영 기자)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