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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찬 건강 칼럼] 양반다리가 잘 안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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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5호 하용찬 중앙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2016.03.24 08:52:45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하용찬 중앙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교수) 얼마 전 30대 초반의 남성이 엉덩이 관절 부위에 뜨끔한 통증이 있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몇 달 전 미국 출장을 다녀오던 중 비행기에서 내리려는 순간 이 증상을 처음 느꼈다고 했다. 그 이후부터 가끔씩 이런 증상을 느꼈다.

그는 종종 같은 부위가 아프고 양반다리 자세가 잘되지 않았다. 사무실에 오래 앉았다 일어서려고 할 때나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특히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통증 원인을 알기 위해 여러 검사를 한 결과, 고관절(엉덩이와 다리를 연결하는 관절) 충돌증후군으로 진단받았다.

최근 고관절 통증을 호소하며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대개 “양반다리가 잘 안 된다”고 설명한다. 물론 양반다리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엄밀히 말해 대부분은 “엉덩이 관절 부분이 아프다”는 이야기다.

만약 위 환자처럼 고관절 부분 통증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면, 이 부분에 구조적 이상이 발생해 관절을 형성하는 뼈의 연결 부위에 충돌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다른 관절염과 달리 젊은 층에서 발생

고관절은 비구(대퇴골과 관절을 이루고 있는 골반 뼈, 고관절의 덮개 부분)와 대퇴골경부로 구성된다. 엉덩이 관절 운동 시 이 둘이 서로 부딪혀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비구순이나 연골이 찢어지고 닳아서 통증을 유발한다. 이것이 바로 ‘고관절 충돌증후군’이다.

이 질병은 아직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십여 년 전부터 질병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고관절 자체의 기형, 과도한 스트레칭 및 운동 등으로 알려져 다른 관점염과는 달리 특히 활동성이 많은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고관절 충돌증후군은 환자의 생활 습관에 대한 문진을 비롯해 엑스레이(X-ray) 등 방사선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특히 다리를 구부리면서 안쪽으로 회전시킬 때 엉덩이 관절 부위에 통증을 느끼게 되면, 충돌증후군의 가능성이 높고 이는 엑스레이에서 파악 가능하다.

물론 확실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CT/MRI 관절조영술(CT나 MRI 검사 시 조영제를 관절 내에 주사하고 촬영하는 검사)을 실시한다. 이 검사를 통해 연골 및 뼈의 손상 등 관절 내부의 이상 유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생활 습관만 바꿔도 증상 호전 가능

충돌증후군처럼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환자는 생활 습관을 바꾸거나 엉덩이 관절에 무리가 되는 자세를 피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충돌증후군 환자에게 요가나 과도한 스트레칭, 쪼그려 앉기 등 무리한 자세는 금물이며 스케이팅, 스노보드 같은 운동도 피하는 것이 좋다.

▲고관절 내 구조적 이상이 의심되면 정밀 진단과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사진 = 연합뉴스

대부분의 경우 평소 생활 습관과 자세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또 양반다리가 안 된다고 해서 생활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수술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다른 보존적인 치료와 생활 습관, 자세 교정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고관절 내 구조적인 이상이 심각해 관절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우려된다면, 수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엉덩이 관절에 뜨끔한 통증 지속되면
‘고관절 충돌증후군’ 의심해봐야

여러 가지 수술 방법이 있지만, 최근에는 고관절 관절경 수술이 각광 받고 있다. 고관절 관절경 수술은 3곳의 피부에 1㎝ 정도를 절개한 후 관절경을 집어넣고 이를 보면서 석회화된 비구연골 및 손상된 연골, 뼈를 다듬어주는 수술이다.

수술은 종류에 따라 1~2시간 정도가 걸리며, 피부 절개 부위와 상처가 적고 회복 기간이 빨라 환자들이 선호하는 수술법이다. 대체로 수술 후 환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좌변기나 침대, 의자 등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생활환경이 서구화됐다. 예전처럼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등 가부좌 자세를 취할 일이 적어졌다. 이런 일상생활의 변화는 엉덩이 관절을 포함한 무릎 관절의 운동 범위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양반다리 등 관절을 과도하게 굽혀야 하는 자세를 취하면 엉덩이 관절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몸의 부위를 갑자기 사용하는 데서 오는 가벼운 통증은 병이 아니지만, 증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전문의 상담을 통해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관절, 특히 자칫 무심할 수 있는 엉덩이 관절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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