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전송
  • 보관
  • 기사목록

[건축 -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韓건축의 싸움터 ‘용적률 전쟁’을 세계에”

  •  

cnbnews 제475호 안창현 기자⁄ 2016.03.24 08:52:45

▲한국에서 ‘용적률 게임’은 고층건물에서 협소주택까지 다양한 유형, 크기,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붉게 표시한 부분이 용적률 게임의 결과로 나타난 부분.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안창현 기자) ‘2016 베니스비엔날레 국제 건축전’의 전체 주제는 ‘전선에서 알리다(Reporting from the Front)’로 정해졌다.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알레한드로 아라베나 총감독은 이를 통해 인간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축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은 이 큰 질문에 ‘용적률 게임’이란 답변을 내놓을 예정이다. 예년과 다르게 커미셔너로 참여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한국관 전시 주제를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으로 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 11월 선정된 예술감독 김성홍 서울시립대 교수가 전시를 총괄하며 신은기, 안기현, 김승범, 정이삭, 정다은 공동큐레이터가 한국 도시 속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축계의 도전과 결과들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의 전시 주제를 발표하며 총감독 알레한드로 아라베나는 “건축의 궁극적인 목적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을 환기시켰다. 이는 점차 사회와 부조화하는 건축, 사적 영역으로 기우는 소수의 현란한 건축에 대한 반성과 건축 본연의 가치를 복원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핵심은 “건축가들이 처한 열악한 조건과 환경에서도, 대면한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또 전선을 넓히기 위해서, 비난이나 불평, 사변보다는 행동으로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관은 이런 전체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전시에 담아낼 것인가?

올해 한국관 예술감독인 김성홍 교수는 “먼저 큐레이터 팀과 함께 ‘한국 건축의 전선은 무엇이며 거긴 어디인가?’를 묻고 전시 기획을 시작했다. 이는 한국 건축가들은 지금 어떤 조건에서 작업하고 있는가?와 일맥상통하는 물음이었다”고 전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성홍 예술감독과 안기현, 김승범, 정이삭, 신은기, 정다은 공동큐레이터.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그렇게 정해진 한국관의 주제가 ‘용적률 게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Floor Area Ratio/FAR Game: Constraints Sparking Creativity)’이다.

“한국관이 주제로 제시하는 ‘용적률 게임’은 한정된 대지에 최대의 건물 면적을 요구하는 건축주, 이런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삶의 질을 추구하는 건축가, 그리고 이를 통제하고 조율하는 법과 제도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김 예술감독은 설명했다.

사실 용적률은 대지면적에 대해 건물 바닥면적의 합인 연면적의 비율을 뜻하는 법률 용어다. 하지만 김 예술감독은 이 딱딱한 법률 용어 속에 서울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키워드가 숨어 있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용적률은 지난 50여 년간 한국 도시건축의 숨은 동력이었고, 현재도 수많은 건축가가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부딪치고 있는 한국 건축의 전선인 셈이다.

“용적률 게임은 급속한 도시화, 인구집중, 과밀화, 압축성장, 지가의 고공행진, 건설 산업의 부산물이다. 또 도시와 농촌 가릴 것 없이 모두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건축가들에게, 특히 홀로서기를 시작한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생존을 위해서 대면할 수밖에 전선이다.”

김성홍 예술감독과 큐레이팅 팀은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를 용적률 게임이 요구하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이를 혁신의 동인으로 삼는 다양한 건축적 실험과 사회문화적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로 꾸민다.

‘좁은 땅에 최대한 꾸겨넣기’란 요구와 씨름하면서 
이를 오히려 혁신의 동인으로 삼는 한국의 건축가들

이를 위해 서울에 있는 약 60여만 동의 건물 데이터를 분석해 현실에서 어떻게 용적률 게임이 벌어지고 있으며,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를 한국관 전시장 중앙에 관객의 시선을 압도할 36개의 대표적인 건축물 모형과 도면 등으로 설치할 예정이다.

▲17일 아르코미술관에서 김성홍 예술감독이 201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또 서울의 인구 밀도, 도시 성장에 관한 데이터와 함께 현재 도시의 모습을 블록부터 개별 건물 단위까지 세밀하게 분석해 시각화한다. 이 주제를 바라보는 세계 건축 전문가들의 비평과 견해를 함께 담는다고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번 한국관 전시를 통해 “중산층과 자영업자들의 삶의 터전인 다가구, 다세대, 상가주택 등 가장 보편적인 중간 건축을 다양한 사람의 시각과 매체로 조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 동안 건축 예술의 영역으로 보지 않았던 이런 건물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방식의 용적률 게임을 해부하고, 작은 단위의 도시 재생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제15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5월 28일부터 11월 27일까지 이탈리아 베니스의 카스텔로 공원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에서 개최된다.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본 전시에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최재은 작가가, 2014년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반 시게루와의 협업해 DMZ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 ‘꿈의 정원’을 선보일 예정이다. 

관련태그
CNB  씨앤비  시앤비  CNB뉴스  씨앤비뉴스

배너
배너
배너

많이 읽은 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