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골프 세상만사] 세상만사에 시들 중년에 ‘만병통치약’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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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100세는 기본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이 왔다. 환경이 좋아지고 치료법이 엄청 진화한 덕분이다. 그런데 의학계도 이 병에 관해서는 딱히 명약이 없다고 하는데, 한 여인의 신체 증세부터 보자.
55세 된 A여인은 어느 날부터 이유 없이 쉽게 피곤하고, 걱정거리가 늘었다. 가슴은 답답했고, 사람을 만나기 싫고, 음식 맛은 뚝 떨어졌다. 종합적으로 만사가 귀찮아졌다. 얼마 전 남편은 퇴직했고 딸은 시집보낸 상태다. 그러고 보니 몇 해 전부터 매달 반상회처럼 돌아오던 생리도 뚝! 굿바이다. 어떨 땐 조용한 바닷가에서 술 한 잔에 슬픈 노래를 듣다가 삶과 이별하고 싶은 극단적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마음 고쳐먹고 여기 저기 병원을 다녔다.
한편 의사가 되려고 의대에 들어갔다가 재학 중에 우연히 접한 골프에 심취해 학교 때려치우고 골프에 입문해 마침내 프로선수가 된 35세 사나이 B. B에게 골프의 매력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면 할수록 신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B는 그 나이 되도록 국내 작은 대회에서도 우승은커녕 상위 입상도 못했다. 골프는 여전히 좋지만 직업으로 삼기에는 그에게 맞질 않았던 것. B는 다시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됐고 특수운동심리치료 전문 병원을 개업했다.
전직 프로골퍼 의사 B에게 병명 모호한 환자 A여인이 찾아갔다.
A “일단 무척 외로워요. 소화 안 되고, 집중력 떨어지고, 가슴 뛰고, 잠도 마구 설쳐요. 친구들 이름도 깜빡깜빡 하고, ‘응팔(응답하라 1988)’이나 ‘태후(태양의 후예)’를 봐도 재미가 별로구요. 송중기가 멋져 보이지도 않아요.”
호르몬 수치 떨어져 몸-마음 기운 잃은 중년에겐
좋은 햇볕 쐬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골프가 제격
의사 B는 증세를 체크하고 환자의 말을 듣고 나서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B “하하하! 아무 것도 아닌 병입니다. 곧 나을 수 있는 약을 처방해 드리죠.”
A “그래요? 제가 다시 좋아진다고요? 인생이 즐거워진다고요?”
B “그럼요! 제게 찾아오지 않아도 됐습니다. 자, 지금 가까운 골프용품 가게를 가서 골프채를 사세요. 약값이 비쌀 거라고요? 아, 이 병은 남들이 먹다 남긴 중고약도 잘 들으니, 값싼 헌 채를 사도 좋아요.”
A “제가 골프를 못해 병이 난 거라고요?”
B “그렇지 않지만, 골프로 간단히 고칠 수 있는 병이다 이겁니다. 치료 끝!”
A여인이 호소한 병은 전형적인 갱년기 우울증 증상이다. 주위에서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나이가 들어가니까 자연히 이런 거지 뭐’ 하면서 고통을 참다가 병을 키운 경우다. 골프가 중-노년 여성들의 갱년기 우울증을 무조건 치료한다는 것은 골프 마니아들의 확대 해석이라 할 수 있지만, 아니다.
사람들이 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면 신체적,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몸의 기운도 잃는다. 마음 여린 사람은 더 크게 겪는다. 그런데 동서양 의학계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년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으며, 좋은 햇볕과 숲속의 피톤치드를 섭취하는 최상의 것으로 골프를 꼽았다. 남녀 모두 약물과 병행해 운동 치료, 곧 골프를 시켰더니 금방 회복됐다는 것이 연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남자들도 50대 중후반이 된 뒤 행동 느려져, 근력 떨어져, 섹스도 재미없어, 세상살이가 맹탕처럼 느껴진다면, 당장 골프장을 찾을 일이다. 또한 골프는 골다공증 예방에도 아주 좋다는 것이 여러 논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약값(그린피)이 다소 비싼 것. 그러니 우리 중년들이 소비자 주권 운동이라도 펼쳐 모든 골프장의 이용료를 감기약 값 정도로 낮추도록 압박을 하자. 아니 의료보험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휴~ 다행이다. 만병을 통치하는 명약 중 명약이 바로 우리 곁에 있으니.
(정리 = 김금영 기자)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 협회 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