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2는 4월 28일~5월 31일 작가 심아빈의 개인전 ‘동그라미 세모 네모(Circle Triangle Square)’를 연다.
심아빈은 인류에게 던져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삶에 관한 난해한 질문을 단순하고 절제된 도형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동그랗고 세모나고 네모난 형태의 작품 3점은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의 내용처럼 자아를 벗어나 다른 객체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틀, 창문)의 역할을 한다.
‘동그라미’는 높이 1.9m의 원기둥이다. 사다리에 올라 원통의 맨 윗면을 내려다보면 낚싯바늘이 보인다. 미끼를 물기 직전의 물고기가 보는 세상 같다. 낚시는 인간에게 닥친 현실을 은유한다. 낚싯바늘을 물면 바다 밖으로 나갈 수 있지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이것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삼각 기둥의 구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감상하는 작품 ‘세모’는 구멍 안 맞은편 거울로 관람자가 자신의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모든 인간은 문(구멍)을 통해 출생한다. 이 작품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작은 구멍에 머리를 밀어내는 자신의 탄생 순간을 목격하게 만든다.
맞은편의 거울과 인조잔디가 깔린 바닥이 만나는 곳에는 작은 구멍이 있다. 이것은 골프장을 연상시킨다. 심아빈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어머니와 같은 속성을 지닌) 대자연(Mother Nature)에서, 아주 작은 구멍을 향해 공을 전진시키는 골프가 인간의 탄생 과정과 유사하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마지막 작품 ‘네모’에선 사각기둥과 그 위에 매달린 거울이 보인다. 이 거울은 사각기둥의 윗면을 비출 것 같지만, 사실 거울이 반사하는 것은 기둥의 윗면이 아닌 바닥 면이다.
갤러리 측은 “심아빈의 작품에서 표현되는 낚는 자-낚이는 자, 삶-죽음, 시작-끝, 위-아래 등의 개념은 대립이 아닌 순환의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같은 근원적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고 덧붙인다.
더불어 하늘은 원, 땅은 사각형 등으로 표현한 고대 중국의 우주관인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을 예로 들며, “고대인들은 세상의 질서를 직선 바탕의 기하학적 도형으로 환원시켰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정제된 사고는 심아빈의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기하학적 도형과 닮은 것”이라고 전한다.
*천원지방(天圓地方):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의미로, 하늘과 땅에 대한 동양의 오래된 전통적 사고방식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존 말코비치의 몸을 체험한 로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었어!"라고 내뱉는다. 이 말처럼, 관람자가 직접 체험하는 심아빈의 작품은 역설적으로 타인이 마련해놓은 세상을 통해 관람자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