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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보고 젝스키스가 떠오른 이유

복고 감성저격 콘텐츠들 강세…'식상하지 않도록 미세조정'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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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1-482호 김금영 기자⁄ 2016.04.28 09:48:41

▲'별이 빛나는 밤에'는 8090 시대 대표 히트곡들로 채워지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사진=팍스컬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크게 라디오를 켜고~ 함께 노래해요~!”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의 본 공연(5월 7~15일)을 앞두고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먼저 열린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쇼케이스 현장이 들썩거렸다.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로 시작해 이문세의 ‘붉은 노을’,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등 80~90년대에 대표적으로 사랑받은 노래들을 이세준, 홍경민, 다나, 조권, 박현서, 채송화, 김정훈 등이 열창했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는 제목부터 지나간 옛 시절의 감성을 자극한다. 때는 1989년. 스마트폰도 없고 인터넷도 없었으며 모든 것이 느렸지만 진한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다. 음악천재 임건, 패션센스 넘치는 부잣집 한량 도령 성곤, 동네의 인기 많은 음악다방 DJ 버드형, 버드형의 친구이자 키보디스트인 찬민까지, 주요 인물들이 밴드 '플레이보이스'를 결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문세가 진행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듣기 위해 라디오 앞에서 귀를 바짝 귀를 기울이던 소년소녀들은 어느덧 어른이 돼 쇼케이스 현장을 찾았다. 객석의 자리를 둘러보니 간혹 젊은 층도 보였지만, 주로 중년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총 9개 곡이 공연됐는데, 중년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자녀 또는 손자, 손녀들의 취향에 맞춰 의무적으로 공연장에 따라와서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 풍경과는 사뭇 다른, 적극적인 참여도가 눈길을 끌었다.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어른들은 점잔은 뒤로 한 채 “앙코르!”을 외치며 열광적 응원을 보였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쇼케이스 현장에서 출연 배우인 다나(가운데)가 열연 중인 모습. 당돌한 매력의 여주인공 한주리를 연기한다.(사진=팍스컬쳐)

그런데 이 열광적인 응원을 보다보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시즌2 - 젝스키스’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무한도전은 지난해 말 S.E.S, 터보, 이정현, 조성모, 김건모 등 1990년대 인기 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콘서트를 여는 토토가 시즌1을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방송 중인 시즌2에서는 아쉽게 시즌1에 참여하지 못한 젝스키스의 콘서트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젝스키스는 H.O.T와 90년대 가요계의 아이돌 양대 산맥이었다.


처음엔 게릴라콘서트를 준비하다 정보가 사전 노출돼 아쉽게 무산되고, 하나마나 행사를 하는 오빠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젝스키스 멤버 은지원은 "90년대 활동 당시 바지가 너무 컸다"며 "조금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유재석은 "그때 그 당시 모습 그대로여야 젝스키스"라며 추억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그래서 젝스키스 멤버들은 지금 시대에서는 촌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너무 통 넓은 바지에 독특한 헤어스타일까지, 90년대 오빠들 모습 그대로 방송에 등장했다.


그리고 예고편에서는 대형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하는 '오빠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팬들의 모습이 언뜻 보였다. 그런데 그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교복을 입었던 어린 팬들이 어느덧 직장인이 되고, 아이의 엄마가 돼 아이를 함께 데려오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춘의 열정은 잊혀지지 않았다.


관객층의 연령 확대로 꾸준히 수요 찾는 복고 콘텐츠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시즌2에서 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를 소환해 콘서트를 가졌다. 팬들이 콘서트장을 가득 채우며 응원을 보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쇼케이스 현장에서 비슷한 열기가 느껴진 것도 이 지점이다. 두 콘텐츠는 복고 감성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같다. 올해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세 번째 ‘응답하라 1988’ 또한 그렇다. 사람들은 ‘응답하라’ 시즌이 이어질 때마다 “이번엔 통할까?”라는 의문을 가졌지만,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성공을 응답받았다. 


복고 시리즈가 매번 이어지면 식상할 법도 하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쿡방(cook+방송의 합성어)이 올해는 다소 시들해진 것처럼 트렌드는 확확 바뀌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복고 콘텐츠는 꾸준히 수요를 끌어당기고 있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도 그랬다. 이종훈 연출은 “1980~90년대 감성을 다루는 이야기를 제작하고 싶다는 제작사 측의 요청을 받아 공연을 만들었다”며 복고 콘텐츠에 대한 공연계의 꾸준한 관심을 이야기했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 이전에도 ‘젊음의 행진’ ‘달고나’ ‘광화문 연가’ 등 80~90년대 배경의 작품이 꾸준히 공연돼 왔다. 안정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공연 홍보 기획을 꾸준히 해온 임선하 쇼온컴퍼니 대표(KAC 한국예술원 연예매니지먼트과 교수)는 “공연 마케팅을 할 때는 실구매자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이전에는 주요 관객층이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에 한정됐지만, 세월이 흐르고 이 주요 관객층도 나이가 들면서 40대까지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이 출연하는 공연을 보려는 10대 관객층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경제력을 갖춘 실구매자의 연령층은 20대부터 30대 중후반까지가 가장 많다. 이 연령층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높아지고, 이들에게 맞는 맞춤형 공연을 기획하는 일이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20대 젊은 관객층뿐 아니라 40~50대 중년층 및 실버 관객층도 주요 타깃 대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특히 중년층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사진=클립서비스)

임선하 교수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성공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젊은 세대에게는 차태현 주연의 영화 제목으로 더 익숙할지 모르지만, 중년층에게 이 작품은 고전 스타 비비안 리와 클라크 게이블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의 명화다.


과거 영화, 소설 등을 통해 사랑받던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특히 중장년층의 관심을 끌었고, 주요 타깃층도 자연스레 중장년에 집중됐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연출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 트렌드가 많이 이야기된다. 실버층을 위한 문화 상품의 필요성이 많이 요구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공연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어 주목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드라마가 중심을 이뤘지만, 공연계에서 복고 감성을 다룰 때 주로 사용되는 수단은 노래 중심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러면 관객층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래 중심의 주크박스 형태로 전 세대 공감 노려


과거엔 노래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방송 또는 라디오에 한정됐다. 하지만 요새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무한대로 다양한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케이팝 스타’나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 ‘슈가맨’ ‘불후의 명곡’ ‘복면가왕’ 등 옛노래를 편곡해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 명곡이 젊은층에게 소개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재해석된 옛 감성의 노래들은 젊은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음원 사이트의 차트에서 상위권을 석권했다. 복고를 주요 콘셉트로 한 걸그룹들도 등장했다. '라붐'은 복고 이미지를 꾸준히 밀어붙이며 최근 컴백했고, '여자친구'는 70년대 복고걸로 변신한 화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tvN에서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포스터. 1980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사진=tvN)

이런 경로를 통해 10~20대 젊은 세대는 옛 감성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고, 이미 이런 노래에 익숙한 30~50대는 옛 추억에 잠기는 효과가 있다. ‘슈가맨’에서 10대 관객은 “엄마가 이 노래를 듣는 걸 많이 봤다”고 이야기하고, 무한도전 젝스키스 편의 민속촌 공연에서는 20~30대 관객과 어린이들이 젝스키스의 공연을 함께 즐긴다. 모두 노래가 주는 공감 효과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의 조권은 “공연이 8090 시대 노래로 꾸려졌고 나는 89년생이다. 귀에 익숙한 노래들이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대해 임선하 교수는 “슈퍼스타K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통기타 열풍이 젊은 세대에 불었다. 젊은 세대들은 이미 옛 시절의 감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를 중심으로 구성하면 드라마의 세부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실버 관객층에게도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복고 감성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비슷한 공연들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80~90년대 스토리에, 그 시절 복장과 노래가 곁들여지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노래 선곡이 이런 공연들을 구분 짓는 기준이 되고 있고, 출연 배우들의 개성 선택으로 차별화를 노리기도 한다. 


뮤지컬 ‘별이 빛나는 밤에’은 신구(新舊) 세대의 조화를 시도했다. 쇼케이스에서 조권과 다나는 현란한 퍼포먼스가 요구되는 댄스곡을 선보였고, 홍경민과 이세준은 감성 위주의 발라드를 보여줬다. 세대별로 낯익은 스타와 콘텐츠를 동원해 양쪽 다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최한초 작가와 허수현 음악감독, 이종훈 연출이 함께 노래 선별을 했다. 같은 중년층에서도 조금씩 세대 차이가 나기 마련인지라 “곡 선택이 한 세대에 집중되지 않도록 했다”고 이종훈 연출은 설명했다.


▲복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사진=랑)

식상함과 익숙함은 한끝 차이일 수 있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복고 콘텐츠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이 콘텐츠에는 힐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의 힘든 현실에서, 내 생애에서 가장 열정이 넘치고 행복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보면서 위안을 얻는 방식이다. ‘응답하라 1988’은 “당신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어른이 된 뒤 책임감에 짓눌려 살아온 한국인들은, 비록 복고 콘텐츠를 보면서 몸은 젊어질 수 없지만 마음만은 다시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책임감을 내려놓고, 옛노래를 박수와 함께 따라부르면서 열정을 되새기며 자유를 만끽한다. 


트렌드의 교체 속도가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돌고도는 특징은 달라지지 않는다. 쿡방을 잠재우며 떠오른다는 집방(집+방송의 합성어)은, 과거 낡은 집을 리노베이션 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러브 하우스’를 다시 보는 듯 하다. 


임선하 교수는 “스키니진이 계속 인기를 끌다가 요즘은 과거의 통 넓은 바지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패션뿐 아니라 모든 문화 콘텐츠는 이렇게 회귀한다. 복고 콘텐츠도 그렇다. 트렌드가 돌고 도는 과정에서 다시금 각광 받고, 이야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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