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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복지칼럼] 올바른 역사인식이 소중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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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3호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2016.05.16 09:22:02

(CNB저널 = 이철호(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 명예교수)) ‘삼국유사’에 보면 고구려를 창건한 동명성왕 주몽의 탄생에 대해 두 가지 설화가 나온다. 하나는 ‘국사(國史)’ 고려본기(高麗本紀)에 근거하여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강을 다스리는 하백의 딸 유화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당(唐)나라 도세(道世)가 저술한 ‘주림전(珠琳傳)’을 인용하여 부여 영품리왕의 계집종이 사생아를 낳아 돼지우리에 버린 아이가 주몽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역사 기술은 같은 사안을 놓고 쓰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역사 기술의 많은 부분이 왕권을 잡은 권력자의 탁월성이나 당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왜곡되고 조작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민족의 고대사가 중국과 일본에 의해 왜곡되고 소멸되고 비하된 뼈아픈 역사를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사학자들이 조작한 식민사관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초기 기록을 사료로 인정하지 않은 채 삼한(三韓) 단계를 설정하고 왜(倭)의 한국 남부 지배를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部設)을 만들었다. 해방 후 서울대 사학과 이병도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사학계는 ‘일본서기(日本書紀)’를 부정하고 임나일본부설을 조작된 것으로 수정하였으나, ‘삼국사기’의 초기 기록을 인정하지 않고 삼한 단계를 수용함으로서 식민사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고고학 연구 성과와 홍산문화유적을 비롯한 남만주와 한반도의 고대 유적 발굴에 의해 1990년대 이후에는 삼국사기 초기 기록을 인정하고 삼한 단계를 부정하는 새로운 한국 고대사 체계가 폭넓게 수용되고 있다.

한번 잘못 방향이 잡혀진 역사는…

한사군의 존재와 가자조선과 위만조선의 위치와 비중은 아직도 우리나라 고대사 논쟁의 중심에 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 사학계는 낙랑군의 위치를 평양으로 규정하고, 고조선에 이어 기자조선이 성립되고 뒤를 이어 위만조선이 고조선 지역을 다스렸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많은 재야 사학자들이 한사군은 중국 요하(遼河) 서쪽에 위치하였으며,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은 고조선을 대체한 국가가 아니고 변방의 작은 제후국이었음을 고증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의 근본적인 이유는 고대의 나라명이나 지명이 불분명하고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시되기 때문이다. 최근 단국대 윤내현 명예교수는 그의 일생을 통한 연구를 집대성한 ‘고조선 연구’(만권당, 2015)를 출판하여 이러한 혼선을 철저한 문헌적 고찰과 고증을 통해 명확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이병도 교수가 조선일보 1986년 10월 9일자에 발표한 ‘단군은 신화 아닌 우리의 국조’ 논설의 지면.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 정통 사학은 기존의 실증주의 사관에 매여 식민사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학자들이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학계를 이끌어온 이병도 교수는 별세하기 직전, 단군신화를 역사로 인정하는 반성문을 발표했다. 그는 과거 자신의 역사관을 크게 수정하여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조선일보 1986년 10월 9일자에 ‘단군은 신화 아닌 우리의 국조’라는 제목의 논설을 실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를 바라보던 제자들의 시선은 싸늘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노망 드셨네” 하며 비웃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역사인식은 이와 같이 한번 잘못 입력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역사 바로 세우기’로 진통을 겪고 있다. 6.25를 겪은 세대들은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우리나라 현대사가 그들이 보고 겪은 내용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느끼고 있다. 높이 평가되고 강조해야 할 사안들이 축소되거나 아예 빠져 있고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다.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역사관을 젊은 세대에게 심어주고 싶은 것이다. 고대사에서 우리의 잃어버린 1천 년의 역사를 되찾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현대사에서도 1천 년 후의 우리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역사를 남기기를 바라고 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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